케이트 & 레오폴드
로맨틱한 남자, 좋아하세요? | 2003년 11월 1일 토요일 | 심수진 이메일

나는야 버터표 로맨틱 가이!
나는야 버터표 로맨틱 가이!

“여자란 참으로 까다로운 존재이다. 왜냐하면 남자와의 관계 하나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밍크나 보석은 너무 좋아. 꽃은 너무 좋지만, 초콜릿은 살이 찌니까 참자. 때로는 지적인 영화도 보고 싶고, 교양있는 책도 선물받고 싶어. ‘이 향이 네게 어울리겠다’며 주는 향수를 받게 되면 가슴이 두근두근…. 즉 여자에게는 보낼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선물해도 된다. 그러면 여자는 받은 선물에 응해서 가지각색으로 변신해 보일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한 이 말을 보고, 필자는 정말 그럴까 하고 아주 잠시 동안 생각해 보았다. 그녀가 받은 선물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는 언급에 따른다면, 필자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담’일 것 같았다. 이 뜬금없는 소리를 서두에 하고 있는 이유는, 영화 <케이트 & 레오폴드>의 몇몇 장면들 때문이다. 유치한 개그라도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이럴 때 ‘짠 ’하고 등장한 남자 주인공 레오폴드는 그에게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연애 코치를 하기에 이른다. 그 중 하나가 꽃말이 근사한 예쁜 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것. 레오폴드의 말대로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가 홀딱 반했던 여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는 남자 주인공 레오폴드는 연애에 성공했는가. 물론이다. 그에게 관심은커녕 적개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던 여자 주인공 케이트는, 어느 날 레오폴드의 일명 ‘특별 저녁 식사’를 계기로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는 손수 인테리어와 요리를 한 것은 물론, 거리에서 음악가를 초빙하여 무드를 조성하는 일까지 빠뜨리지 않았다. 너무나 감동먹은 케이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레오폴드의 또 다른 행동 때문에 눈물까지 글썽거리게 된다. 맨날 바쁜 출근 시간에 쫓겨 아침을 거르기 일쑤인 그녀에게 9가지 곡물이 섞인 빵과 딸기로 구성된 아침 식사를 마련해 준 것. 필자가 케이트라도 분명 마음이 움직였을 사랑스런 남자지만, 그가 취하는 방식이라면 여자들이 하나같이 좋아하게 된다는 이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이 약간은 거북하다.

도대체 여자를 감동시키는 방법에 ‘자칭’ 통달하고 있는,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는 1876년에 공작으로 살아가고 있던 발명가이다(오늘날의 엘리베이터도 그가 없으면 나오지 못했다!). 몰락한 가문 때문에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양가집 규수를 억지로 신부로 골라야 하는 불행한 운명의 이 남자. 하지만 그런 신부감을 물색하는 파티장에서 자신을 계속 따라다니던 낯선 남자를 발견하고, 그를 쫓아가다 브루클린 다리 밑으로 떨어진다. 현실에선 당연히 사망이겠지만, (영화이므로) 그는 낯선 남자와 더불어 2001년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 낯선 남자는 케이트의 옛 남자 친구였는데, 그의 집 바로 밑층에 케이트가 살고 있었다. 처음에 레오폴드를 보고 뜨악해 하던 케이트는 바로 위에 언급한 ‘감동의 사건’ 들을 계기로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헉,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니!
헉,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이 <백투 더 퓨처>를 연상시키지만, <케이트 & 레오폴드>는 우리나라에서 방영됐던 TV 드라마 <천년지애>를 여러 모로 떠올리게 한다. 19세기에서 온 레오폴드가 21세기의 문명과는 어울리지 않아 벌어지는 여러 가지 해프닝들이 드라마에서 유발했던 웃음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케이트 & 레오폴드>는 2001년에 미국에서 이미 개봉됐던 영화이니, 혹시 <천년지애>가 이 영화를 카피한 건 아닐까??). 더 젊고 신선한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케이트 & 레오폴드>의 주연 배우는 맥 라이언과 휴 잭맨. 맥 라이언은 전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유브 갓 메일> 등의 로맨틱 코미디에 이어 뉴욕을 배경으로 또 하나의 로맨틱 코미디를 찍은 셈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가에 배인 잔주름과 변화없는 연기는 이제는 더 이상 귀엽지도, 유쾌하지도 않게 느껴진다. <엑스맨> 시리즈의 번개 머리 대신, 옆 가리마를 탄 차분한 머리 스타일로 등장한 휴 잭맨 역시 고독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울버린’이 훨씬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삐딱한 심사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영화의 다소 허술한 구성이다. 낯선 남자가 왜 레오폴드를 쫓아다닌 것인지, 그는 왜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 지에 대해선 굳이 궁금하지 않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거에서 온 남자는 당연히 과거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현재에 있던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케이트는 마지막에 레오폴드가 사는 과거로 간다).

어쩌면 이 영화는 마초들이 득실거리는 미국에서 여자들에 대한 극진한 매너와 우아한 지성을 지닌 19세기 상류 사회 남성이, 현대의 여성들이 꿈꾸는 진정 멋진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도발적인 제안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에 살고 있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로맨틱한 남자에겐 그다지 끌리지 않는 필자는, 영화를 본 후 지금까지도 계속 머리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총 3명 참여)
ejin4rang
로맨틴 사랑   
2008-10-16 09:37
callyoungsin
로맨틱한 사랑 그래도 해피엔딩   
2008-05-22 15:15
ldk209
어쨌거나 둘이 행복했다는 사실....   
2007-09-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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