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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2008년 11월 24일 월요일 | 박정환 객원기자 이메일


어른을 위한 화려한 색채의 영상동화가 올겨울 한국 극장가를 찾아온다. LA의 영화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는 사랑하는 사람의 변심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이로 인해 하반신을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거기서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를 만난다. 세헤라자데가 샤푸리 야르 왕에게 들려주는 천일야화처럼,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지배자 오디우스 제거라는 복수를 위해 뭉친 다섯 남자의 이야기를 하루에 조금씩 들려주게 되고 소녀는 로이의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된다. 그리고 영화는 이야기 속 다섯 남자들의 영웅담과 병원의 로이와 알렉산드리아라는 현실을 왕래하면서 진행된다.

재밌는 점은, 사람 얼굴 알아보는 데 쥐약이 아닌 관객이라면 로이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알렉산드리아 주위의 현실 속 인물들과 똑같다는 점이다-한 예로 이야기 속 오타 벵가는 현실 속 얼음배달원이고 이야기 속 에블린은 현실 속 간호사 에블린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현실 속 인물과 정확하게 매치된다는 재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행보가 현실과는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바꿔 말해 로이의 이야기 속 인물들이 현실의 로이에게 영향을 받으면 이야기 속에서도 변화를 겪는다는 설정은 <매트릭스>에서 기계와 저항하는 인간 저항군이 가상현실에서 다치거나 죽으면 그들이 접속한 현실계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의 역배열과도 같다. 이야기 인물들의 동선 변화는 영화 후반부 들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이 어딘가에서 구전된 게 아니라 로이의 독창적인 상상력의 산물이기에 그럴 법 하기도 하다.

이로 말미암아 흥미 위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듣던 알렉산드리아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로이의 현실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야기의 동선 변화를 로이에게 요구한다. 이 부분은 심리학에서 일컫는 이야기 치료적 요소를 내포한다.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 목적은 돈독한 우정 구축이라는 측면보다는,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알렉산드리아를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애인의 변심이라는 트라우마(Trauma)에서 심리적으로 헤어나지 못한 그의 부정적 심리상태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동선으로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치자 등장인물의 동선 변경을 당차게 요구한다는 시퀀스는 단순히 알렉산드리아가 로이의 재미난 이야기로 재설정해서 경청하고 싶다는 이기적 요구의 발현이 아니라 로이의 부정적 심리상태가 바뀔 것을 요구한다는, 이야기 치료적 요소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로이가 알렉산드리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전과는 다르게 전개된다는 점은 단순히 로이의 이야기 속 인물의 동선만이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상심의 트라우마 가운데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번민하던 로이의 부정적 심리상태를 벗어버리게 만드는 치유기제가 됨을 영화 속에서 살펴볼 수 있다.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가로 명성을 드높인 바 있는 타셈 싱 감독이 본인의 사재(私財)를 털어가면서 세계의 명소 24곳을 찾아다니고 6년이라는 제작기간의 공을 들인 노고 덕에 관객의 눈이 화려한 호사를 누리게 되는, 총천연색 채색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영화 속 시퀀스들은 시각적 탄성을 지르기에 충분하다. 영화 속 배경 가운데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장소도 눈에 쏠쏠하게 들어오기에 관객들은 평소 내가 얼마나 많은 문화유적을 알고 있었나 하는 문화유적 탐구지수를 스크린 속에서 테스트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영화 속 영상 가운데 심미(審美)를 풍성하게 누리고자 하는 관객에겐 로이의 이야기 속 장면들이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2008년 11월 24일 월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세계문화유산 누가 더 많이 찾을 수 있나 테스트하기 원하는 관객. 각국의 명소들이 워낙 순식간에 지나간다.
-사진 및 미술 관련 공부하는 관객. 이 영화를 보고나면 예술적 심미안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기에
-이야기 속 인물과 현실 속 인물이 누가 똑같은가 하고 눈 뒤집고 영화 속에서 열심히 찾아보다가 정작 영화 스토리를 잊기 쉬운 관객
-어느 영화제에서 작품상 수상했다고 하면 반드시 극장에서 곯아떨어지는 관객
12 )
kisemo
기대   
2010-04-23 16:51
loop1434
멋집니다   
2010-02-23 00:40
kooshu
내용만 좀 더 알찼다면 오락성과 작품성 둘 다 뛰어난 영화가 됐을텐데...   
2009-01-30 19:43
hsh0101
색다른 시도의 영화로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가 된듯...
스케일이나 배경도 화려하던데..   
2009-01-07 13:36
ldk209
무비스트.. 작품성 너무 낮게 준 거 아닌가...   
2008-12-13 22:44
kki1110
영화속배경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리뷰감사합니다.

- 이슬반병   
2008-12-04 05:35
ejin4rang
놀라운 결과   
2008-12-02 15:18
moviehong
음.. 씨네21 평론가들 평가와는 좀 상반되네요? 8~9점 정도 되던데요
하긴. <눈먼자들의 도시> 격차가 더욱 심하죠. 이건 일반관객한테도 마찬가지 현상 ㅋ   
2008-11-2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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