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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그녀의 자살! 믿겨지지 않는다.
죽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것들 | 2009년 7월 7일 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평범한 일상을 스케치 하듯 카메라는 도시의 건조함을 쫓아간다. 그러던 중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연이란 한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이내 시선을 피해 걸어간다. 항상 우울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수연은 이제껏 살아온 삶의 무료함을 느끼고 문뜩 자살을 꿈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비춰질 자신의 모습을 생각한 그녀는 조심스레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죽기를 결심한 한 여성의 하루 동안 모습을 담아낸 박성범 감독의 <죽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것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자살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 캐릭터들의 등장과 빠른 전개를 보여주었던 전작 <내 여자의 남자친구>와는 정 반대로 이번 영화에서는 수연이란 캐릭터를 계속해서 따라다니며 그녀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새벽까지 잠 못 이루며 tv를 보거나, 아침을 먹거나 출근을 하는 일상적인 모습부터 자신의 생에 마지막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하는 고민스런 모습까지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무료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 일탈을 꿈꿔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그들에게 자살은 어쩌면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당연히 그 결심에 매 순간 머뭇거리기도 하겠지만 이내 주인공 수연처럼 인터넷 지식 검색을 하며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느끼며 자살하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그나마 자신을 위안할 것이다. 그만큼 현실의 무게는 무겁고 점점 그것을 버텨내는 마취제는 떨어지고 있다. 더 이상 자살이란 두 글자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렇게 현실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그 만큼 리얼리티가 중요하다. 하지만 감독은 핸드헬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생생함 보다는 그녀의 삶처럼 평범한 카메라 워킹을 보여준다. 또한 1인극이란 독특한 형식을 차용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대사를 내레이션으로 대체하게 하여 죽음을 앞둔 그녀의 심리적인 동요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더불어 각 상황에 맞춰 자신의 행동으로 하여금 질타를 하거나 때로는 동조하는 어투로 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이 실질적으로는 영화에 해가 되고 있다. 1인극의 단점은 영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성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타 영화와는 다른 콘셉트로 한 인물에 대한 심리적 느낌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지만 그것들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매워주지는 못한다. 또한 한정되어 있는 공간과 다소 단조로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주인공은 영화의 흐름을 너무나 느리게 이끌어 간다.

그녀의 자살에 대한 심리적 변화가 얼마만큼 전달되느냐가 이 영화의 중요한 과제이자 연출 의도이다. 하지만 왜 그녀가 자살을 결심해야 하고 계속해서 시도하려 하는지는 도대체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삶의 목표를 잃은 듯 한 주인공의 얼굴만으로 으레 짐작할 뿐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들을 알려주지 않은 채 영화는 계속해서 그녀의 섬세한 심리적 묘사에 치중하기만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수연의 내레이션과 각각의 장면들에서 보여 지는 모습들이 잘 이어 붙지 않고 건조한 형태로 남아 있어 감정 이입이 쉽지 않다. 특히 단순히 맥락을 나누기 위해 쓰는 배경음악은 차라리 더 줄이거나 아예 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든다.

죽음을 결심한 후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었던 많은 것들이 자살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들로 변모하는 그 이중성의 착안은 좋았으나 그것은 단지 작은 소재에 불과할 뿐 전체적 분위기는 그녀의 모습처럼 무료하다. 죽음은 한 순간의 고통일 뿐이지만 삶은 기나긴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의 90여분의 시간은 그냥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기만 한다.

2009년 7월 7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자살을 한번이라도 생각하신 분이라면 공감.
-이 세상 똑같은 일상이 지겨웠던 분들은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꺼야
-별거 없는 그녀의 마지막 하루. 너무 담담해
- 음악이 해가 될 줄은 난 정말 몰랐다는...
14 )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3-31 16:32
nada356
좀 충격적인 영화인듯.   
2009-12-04 19:17
hoya2167
자살...절대 해서는 안되는 악의적 행동입니다.   
2009-07-29 10:17
h39666
나는 뭘 해야 할까?   
2009-07-16 15:43
sorigasuki
포스터가 무서워요   
2009-07-15 14:26
gurdl3
음..별론가보네요...;;   
2009-07-13 21:29
wnsdl3
평이 안좋네요..   
2009-07-09 23:42
justjpk
음.. 그냥.. 교훈을 주는 건 아닌가 보네..   
2009-07-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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