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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감정은 넘치는데, 이야기는 없구나
부산 | 2009년 10월 9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해운대>가 흥행에 성공한 탓일까? 지역의 이름을 그대로 따 온 <부산>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근데 알고보니 지명을 그대로 따 온 명칭이 아니란다. ‘父山’이란다. 부산을 배경으로 두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핏줄과 가족의 이야기를 남자 냄새 철철 나는 거친 톤으로 그리고 있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싸나이’들의 주먹다짐 액션에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父)정이 담긴 작품이 바로 <부산>이다.

술과 도박과 아들 때리기로만 살아온 양아치 강수(고창석)는 빚쟁이한테 쫓기면서 하루하루를 버티지만 그런 와중에도 조선족 여자를 팔아 도박 밑천을 마련한다. 강수의 아들 종철(유승호)은 그런 아버지와 18년을 살아왔다. 욕을 먹고 맞는 것이 일상이 됐지만, 돈이 없어 잠만 자는 아빠 머리맡에 만 원짜리 몇 장을 놔둘 정도로 정이 있다. 태석(김영호)은 룸살롱에 여자들을 공급하는 보도방 사장이다. 18년간 건달 생활을 한 그는 스스로를 약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말조차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종철은 신장암 판정을 받는다. 아들이 아파도 제 멋대로 살던 강수는 고심 끝에 친부인 태석을 찾아 종철의 존재를 알리지만, 태석은 핏줄이나 가족에 대해 강하게 부정한다.

<부산>은 부산을 배경으로 밑바닥 인생의 건달과 양아치들을 등장시킨 영화다. 술과 도박, 여자와 싸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영화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거칠기만 하다. 태석을 연기한 김영호는 거의 모든 대사에 욕이 들어가고, 대부분의 장면에서 술을 마시거나 누군가와 싸움을 벌인다. 강수를 연기한 고창석도 마찬가지. 때리거나 맞는 것이 대부분이고 걸죽한 경상도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비록 마지막에 두 사람 모두 죽어가는 아들 앞에서 뒤늦은 부성을 보여주지만, 감정적인 증폭보다는 갑작스러운 전환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승호가 이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은 다소 안쓰러운 부분이다. 자기 역할을 못 해서가 아니라, 두 거친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들’이라는 존재감으로는 그다지 큰 영향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산>의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야기 전개에 개연성이 없다는 점이다. 반평생을 양아치, 건달로 살아온 남자들이 죽어가는 아들 앞에서 갑작스럽게 선한 본성을 드러내는 부분이나 억지스러운 신장 이식으로 마무리되는 부분은 전후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인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밑바닥 인생의 남자가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 역시 점층적이기보다는 갑작스러워서 납득이 어렵다. 이야기는 각각의 연결보다는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감정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모든 장면에서 과잉된 감정이 노출된다. 아들의 신장암이라는 요소 하나만으로 전체 이야기의 반전을 시도하는 과정은 드라마타이즈를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고, 넘쳐나는 감정 역시 공감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이 영화는 시종 일관 폭력 장면들이 등장한다. 남자들의 세계는 주먹이지, 라고 생각한다면 모르겠지만 때리고, 부수고, 피범벅이 되고, 개죽음을 당하는 장면의 나열은 불쾌하기까지 하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 밑바닥 막장 인생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야기와 인물이 결여된 전개는 오히려 거리감을 준다. 영화는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이 유기적으로 잘 흘러가 마지막에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감정의 동요나 변화에 포인트가 되는 전환점이 필요했다. 그저 장면마다 소리를 지르고 울분이 터뜨리는 감정의 폭발만으로는 영화가 주려는 함축적인 정서를 전달받기 어렵다.

이 영화의 특징적인 부분은 부산에 관련된 것들이다. 부산 출신 박지원 감독이 부산을 배경으로 펼쳐낸 이야기는 부산영상위원회 장편극영화제작비지원사업과 후반작업지원사업을 통해 시나리오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것을 부산에서 해결했다. 여기에 부산 출신 배우 고창석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 몫을 한다. 사투리 사용의 유무로 연기력 자체를 논하기는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유일하게(!) 사투리를 쓰는 배우이니 눈이 갈 수밖에. 하지만 최근 <선덕여왕>으로 확실한 국민남동생 반열에 오른 유승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도 그렇지만, 누나들이 와서 보기엔 그 코드가 좀 안 맞을 것도 같다.

2009년 10월 9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욕하면서 때리고 맞는 액션이 마냥 좋다면
-혈육을 위해 목숨도 불사하는 ‘싸나이’들의 뜨거움을 동경한다면
-유승호, 고창석은 나름 눈길이 가는 배우다
-시종일관 맞고, 때리고, 욕하고, 피가 터지고, 죽고, 죽이고 아주 난리다
-감정은 폭발하는데, 그 이유가 뭔지는..
-남자라면, 싸나이라면, 부산이라면 뭐 이런 선입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을 다루려면 감정적인 디테일을 잘 고려해야지
22 )
kwyok11
별로 같네여   
2009-10-10 08:43
ooyyrr1004
이야기가 없구나~ 헐 헐 헐   
2009-10-10 08:33
mooncos
유승호는 영화에서 재미를 못보내요   
2009-10-10 00:50
gaeddorai
남자가 되기위해 발버둥치는 작품이군요?   
2009-10-09 23:48
jhee65
유승호도 작품 선택 잘 해야 겠다... 성인되기 전에 날아갈지도   
2009-10-09 22:11
bjmaximus
건달들 이야기구만   
2009-10-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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