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두 얼굴의 사나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조진웅
2010년 4월 8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 때문에 많이 바쁘겠다.
뭐 이제는 괜찮다. 워낙 살인적인 스케줄이라서….(웃음) 아무리 바쁘더라도 매 장면에 들어가야 하는 감정선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드라마 속 장호 캐릭터를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왔고,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배우로서 도움이 많이 된다.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장호 역은 악역 중에 악역으로 무게감이 있는 캐릭터다. 처음 콘셉트를 잡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장호는 전형적인 악역이다. 재벌 2세에다 망나니, 거구에다 포악한 성격의 소유자.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나눴지만 장호처럼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에서 디테일적인 부분을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장호 캐릭터의 장점이 된다. 처음부터 다른 차원의 악역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를 고수하되 표정이나 움직임 등 디테일한 모습으로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다.

혹시 원작은 봤나?
아니다. 본적 없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보지 않을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장호의 악한 연기를 볼 수 없다. 앞으로 악독해 지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코믹한 부분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서 그렇지 앞으로는 악독한 놈으로 변할 것이다.(웃음)

어쩌면 장호보다 우현 역을 맡은 김민종이 더 악독한 놈이라고 볼 수 있다.
우현은 장호보다 더 음산하고 악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나쁜 놈이다.(웃음) 점점 악해지는 우현의 모습은 재미를 더할 거다. 아직 대본이 다 안 나왔지만, 강타의 복수 안에는 원수를 용서하는 관용의 마음이 담겨 있을 것 같다. 그러므로 장호나 우현이 악해지면 악해질수록 드라마가 내포하고 있는 용서와 화해의 의미가 잘 드러날거라고 생각한다.

이전 드라마에서는 선한 역할을 했었는데, 이번엔 무식한 악역을 맡았다. 어떤점이 연기하기 가장 힘든가?
이번 드라마에서 백일섭 선생님과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다. 백일섭 선생님은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는 손현주 선배 아버지로 나왔는데, 이날 촬영 때 선생님 앞에서 쌍욕을 하면서 겁을 주는 장면을 찍었다. 리허설 도중 죄송스러워서 몸둘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오히려 선생님께서 더 심하게 해도 괜찮으니까 열심히 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대본에 있는 그대로 “이놈의 영감탱이가….” 하면서 연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힘든 연기였다. 그때 내 자신이 장호는 진짜 나쁜 놈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웃음) 말 그대로 망나니 짓 했다. 근데 웃긴 건 촬영을 하면 할수록 선생님 얼굴이 굳어지셨다.(웃음) 촬영 끝나고 선생님께 괜찮으시냐고 물어보니까 실제로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으로 괜찮다고 하시더라.(웃음) 악역을 하는 건 좋은데 정말 아버지 같은 연기 선배님들에게 악독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어렵다.
이 역할 때문에 주변에서도 얼굴이 굳어지는 경우가 많겠다.
(웃음)우리 매니지먼트 대표도 눈빛이 달라졌다고 말하더라. 예전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 <열혈장사꾼>은 착한 캐릭터였고, <추노>에서는 충성을 다하는 우직한 남자로 나왔는데, <신불사>에서는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모습이 변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 실제 생활에서도 어느 정도 역할에 취해있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금 말하는 어투나 행동들이 딱 장호다.
그렇게 보이나!(웃음) 장호로 사는 이상 나쁜 놈으로 살아갈 거라고 다짐했다. 드라마를 봐서 알겠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장호는 일방통행이다. 그는 재력과 권력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모든 할 수 있다. 만약 그 앞에 진입금지라는 표시가 있다면 “야! 글자 바꿔버려.”라고 말하는 캐릭터다. 장호가 단순히 버럭 하고 소리만 지르고 무식하게 폭력만 쓰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다이내믹한 매력도 있다.

실제 모습은 장호와 얼마나 다른가?
많이 다르다.(웃음) 실제 모습은 겉으로 감정표현을 잘 안한다. 하지만 장호는 다르다. 쉽게 얘기하자면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슴 큰 여자를 발견하면 대부분 속으로만 좋아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장호는 좋아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실제 연기를 하면서)어 좋은데. (말리는 부하를 밀치면서)가만히 있어 임마. 그거만 안 하면 되잖아.” 이렇게 말이다.

그럼 지금까지 억눌렸던 것을 이 캐릭터로 한 방에 날려버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 장호가 나를 속 시원하게 해준다.(웃음)

2회때 성당에서 강타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강한 장호의 모습이 나왔지만 이후 비비안으로 나오는 한고은 씨의 유혹에 빠져 허우적대는 코믹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잘 보면 비비안을 향한 장호의 사랑은 너무나 절실하다. 그런 모습이 바로 코미디라 생각한다. 코미디는 웃기려고 하면 안 웃긴다. 절실함이 묻어나오면 사람들은 웃는다. 개그콘서트에서 ‘달인’ 코너를 보면 알거다. 그런 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라도 해내려는 달인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지 않는가! 나는 그런 절실함이 보일 때 진정 웃음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예전으로 돌아가보자. 부산에서 연기자의 꿈을 키우던 원준이는 어떻게 살았었나?(조진웅의 본명은 조원준이다.)
부산에 살던 원준이는 연극을 무식하게 했던 놈이었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식하게 연극을 했다. 말 그대로 사회물정도 모르고 연극만 했던 무식한 연극쟁이였다. 심지어 부모님께 찾지 말라고, 연극에서 광대로 살기도 바쁜데, 아들 노릇하기 할 여력이 어디있냐고 할 정도였다. 또한 옆에 있던 여자친구도 도망갈 판이었다. 그때는 연극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독불장군처럼 살았다.

꼭 연극이 아니더라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할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연극만 고집했나?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 때는 영화나 드라마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나 드라마는 누군가 하는 거라 생각하고 오로지 연극에 열정을 다했다. 그냥 단순히 연극이란 무대가 좋았다. 이런 나를 쭉 지켜보던 후배가 그러더라. 선배에게 연극은 종교 같다고.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연극에 미쳐서 학교에 안 나가니까 교수님이 연습실에 찾아와서 출석이 안돼서 점수를 못 주니까 한 번만 나와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학점도 물건값 흥정하듯이 C준다는 걸 B로 합의보고 학교에 나간 적도 있다.(웃음) 하긴 학교에 가서 수업들을 때는 매번 졸긴 했지만 말이다. 얼마나 많이 졸았으면 교수님이 그만 인사 좀 하라고 할 정도였다.(웃음)
아직도 연극은 배고픈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박혀있다.
연극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배고픈 건 어쩔 수 없더라.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덩치가 크니까 연극무대에 섰다. 멀리서도 딱 눈에 띤다는 특징 하나만으로 많은 연극에 출연했다. 그리고 부산에서는 배우 인프라가 부족하니까 자연스럽게 덩치 큰 역할은 내가 다했다.(웃음) 그 당시 학교는 다녀야 하는데, 연극 연출가는 안 놔주려고 하고, 이런 일들이 계속 되풀이되다 보니까 아까 같이 교수님이 찾아오는 일들이 생기는 거다. 그렇게 많은 연극 무대에 섰어도 배고팠다. 수중에 돈이 없어서 연출가와 말싸움 하면서 돈을 얻어낸 적도 있었다.(웃음)

수많은 연극 무대에 서봤으니 연기에 대한 고민도 수 차례 했을 것 같다.
매번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는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연기에 대한 토론을 했다. 한작품을 가지고 열변을 토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밤새도록 얘기를 나눴다. 부산에서 연극을 하니까 서울 연극의 매카 대학로가 부러워서 친구들과 함께 부산에도 연극 거리를 만들려고도 했다.

연기밖에 모르는 남자라서 연애는 잘 못해봤겠다.
연기 이외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서 있던 여자친구도 도망가는 판이었다.(웃음) 근데 지금 여자친구는 처음으로 사귀자고 해서 만나는 거다. 부산에서 연극할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어린 학생이었다. 나중에 만날 기회가 있어서 만났는데, 어엿한 숙녀가 되어 있더라. 그래서 주변에 남자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없다고 해서 교통정리 잘하고 잘 사귀어 보자고 말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조진웅이라는 가명. 실제 아버지의 성함이다. 아버지의 이름을 가명으로 쓸 정도면 부자지간 사이가 좋은가 보다.
아버지를 존경해서 성함도 가명으로 쓰기도 했지만 실제로 아버지하고는 그렇게 친하지 않다. 오랜만에 전화를 해도 밥 먹었냐?, 별일 없냐? 말고는 할 말이 없다. 어느 날은 지금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앞으로 좋은 아들 되겠다고 안 하던 말을 했더니 아버지께서 놀라셨는지 응 그래 임마. 알았다 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아버지와 잘 지내는 편이다.

예전 아버지와 함께 극장구경을 많이 갔다고 들었다.
아버지 손잡고 영화 보러 극장에 자주 갔다. 어쩌면 갈 사람이 없어서 데리고 갔을지도 모른다.(웃음) 워낙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끝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아버지가 생각하는 연기의 기준은 말론 브란도다.

<대부>의 말론 브란도! 어떻게 보면 지금의 모습과 비슷하다. 콧수염만 기르면
말론 브란도까지도 안 바란다. 그냥 내 연기를 아버지가 인정해줬으면 한다. 아직도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연기를 보고 그게 연기냐며 못마땅해 하신다. 예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가족이 관람하러 왔다. 공연히 끝나고 만났는데, 아버지가 장미꽃을 언제 준비했는지 스탭들과 연기자들에게 꽃을 나눠주고 계셨다. 근데 나만 안줬다. 왜 안주냐고 물어보니까 니가 뭐했는데 하면서 그냥 가시려고 했다. 그래서 붙잡고 내 연기가 그렇게 별로였냐고 묻자 아버지는 잘 생각해보라면서 집으로 가시는 거다. 나중에 남자배우들 중에는 제일 잘했다고 얘기하셨는데, 그 때 공연 출연자중 남자는 나 혼자였다.(웃음)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원래 ‘브루터스 리’역이 아닌 다른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들었다.
맨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고 바로 한상진 씨가 맡았던 셋째 아들 선풍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당시 드라마 오디션을 보는 족족 다 떨어진 상태라서 여의도 근처도 안 갔던 때였다.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서 그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작가님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고 나서 하는 말이 브루터스 리 라는 역할이 있는데,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그 때 내가 원한 역할에 떨어진 상태라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작가님은 다른 연기자는 배역을 따내려고 아등바등 하는데, 너는 왜 그러냐면서 의아해 했다. 그러더니 브루터스 리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듣는 둥 마는 둥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는데, 극중 아내가 죽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홀로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 브루터스의 앞날이 걱정되었다. 너무 불쌍했다. 그 순간 이 배역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브루터스 리가 재미있었던 건 재미교포 특유의 껄렁껄렁한 말투와 행동이었다.
처음부터 설정이 재미교포였다. 이 역할을 위해서 디테일 한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캐릭터가 이해가 안되면 매번 작가 사무실에 가서 귀찮을 정도로 물어봤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통해 연기도 해보고 울고 웃고 하는 과정을 통해 캐릭터가 완성되었다. 또한 외형적인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지인을 통해 재미교포를 만나서 인터뷰도 했다.

드라마의 주연배우가 아닌데도 작가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근데 생각할수록 너무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무실에 오니까 글 쓰는데 방해 좀 그만 하라고 했다. 근데 난 정말 캐릭터에 대해 모든 걸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캐릭터를 만드는 작가님을 찾아간 것뿐이었다. 시간 많이 안 뺏고 금방 이야기 하고 갈 거니까 얼른 하자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겉으로는 신경질을 냈지만 이런 열정을 알아봤는지, 나중에는 많이 예뻐 해줬다.

브루터스 리가 실질적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기는 아내의 죽음이 임박했을 때였다.
정말 많이 울었다. 아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너무 슬펐다. 그때부터 한 달 반 동안 눈물이란 눈물은 다 쏟았다. 나중에는 정신병 걸리는 줄 알았다. 낮에는 장지(葬地 장사하여 시체를 묻는 땅)장면을 찍고 왔다. 아내 사진만 보면 눈물 뚝뚝 흘렸다. 그날은 이 장면 밖에 없어서 저녁에 지인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죄짓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극중임에도 불구하고 웃고 떠들고 술 마시는 행동이 죄스러웠다. 극중 동생인 수진(박선영)이가 왜 그러냐고 말리는 것을 뿌리치며, 밖으로 나가서 그 매트리스를 불태우는 장면에서 감정이 최고조였다. 정말 한 없이 울었다. 그 때 감정에 복받쳐서 계속 우니까 감독님이 컷 소리를 안하고 조용히 와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 장면 기억난다. 가족끼리 같이 봤는데, 우리 어머니는 우셨다.
잘 봐주셔서 고맙다고 전해달라.(웃음) 근대 그 장면 때문에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너무 슬픈 나머지 바로 차 안으로 들어갔는데, 감정에 휩싸여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매니저가 형은 차 안에서도 연기하냐고 놀렸다. 얼마나 창피하던지….(웃음) 극중 아내가 죽은 이후에도 엄마 없이 크는 두 아이들 때문에 울고, 수진이를 시집 보낼 때도 울고 눈물로 기억되는 드라마다.
개인적으로 딸 마리가 엄마 없이 수영장 탈의실에서 옷도 못 갈아입고 벌벌 떨고 있을 때 브루터스가 다른 엄마들의 날카로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딸을 돌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딸 가진 아빠들이 공감했던 장면이다. 사실 수건이 없어서 브루터스가 윗옷을 벗어 아이를 닦아주는 것이 설정이었다. 시청자들이 그 부분에서 많이 슬펐다고 하더라. 그 장면을 보고 여자친구는 감정적으로 너무 좋았다고 말해줬다. 근데 사실 이 장면을 앞두고 걱정이 앞섰다. 원래 살이 너무 많아서 몸을 노출하는 걸 싫어한다. 예전 <쌍화점> 촬영 때 얼굴도 잘 생기고 몸도 좋은 친구들이 많이 나왔다. 한여름에 촬영하다 보니 쉬는 시간에 옷을 벗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그때 마다 비교되니까 옷 입고 있으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웃음)

얘기를 들어보니까 <솔약국집 아들들>에 나오는 배우들과 호흡이 좋았나 보다.
이 작품이 드라마로는 처음이다. 근데 운이 좋게도 <솔약국집 아들들>을 통해 감동을 많이 받았다. 아무리 드라마를 같이 한다고 해도 끝나면 서로 차타고 집에 가기 바쁘다. 근데 어느날 손현주 선배가 우리팀은 끝났다고 슝 가지 말고 동료들끼리 친하게 지내자고 했다. 오케이! 그러고 나서 촬영 때나 리허설 때 휴식시간에도 얘기를 많이 나누면 친근감을 보였다. 더불어 언제나 리허설 들어가기 전에 작가님도 오늘 하루는 착하게 살자는 말을 해줬다.

어느 인터뷰에서 손현주씨가 자신의 밥그릇을 빼어갈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을 했다.
(손을 흔들면서)아니다. 선배가 그냥 얘기한 거다. 같이 연기를 해보면 알겠지만 선배의 연기를 보면 범접할 수 없다. 그냥 연기를 보고 있으면 행복하다. 세트 촬영할 때 선배의 연기를 지켜보는데, 브라운관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리 리허설로 어떤 연기를 펼칠 것인가를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배의 연기는 볼 때마다 새롭다. 그래서 손현주 선배가 연기할 때면 동료 배우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지커보곤 했다. 손현주 선배는 정말 좋은 선배다.

손현주씨가 실질적으로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 같다.
항상 연기를 할 때 칭찬을 해주고, 자신감을 북돋아 줬다. 내 연기가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바로 와서 같이 리딩도 해줬다. 내 스스로 연기에 설득될 때까지 옆에서 도와줬다. 정말 같이 연기하면 너무 편안하다. 내가 이상한 연기를 펼쳐도 그 다음 리액션으로 시청자들이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받아 친다. 말 그대로 쿵짝이 잘 맞는다. 때때로 감정에 따라 대본과는 조금 다르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연기에 대한 노하우가 있는 선배이기에 대본과 다른 대사를 하더라도 그에 맞게 연기해준다. 기존 대본에서 나올 수 없는 시너지가 나오기 때문에 손현주 선배와의 연기는 더 기억에 남는다.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손현주씨는 참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선배를 잘 몰랐다. 그냥 연기를 잘하는 선배쯤으로 알고 있었다. 근데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사람들이 하나 둘 선배에 대한 좋은 점을 이야기하더라.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무한한 사랑을 받는지, 어느 순간 질투가 났다. 그래서 선배한테 가서 그 이유를 물었다. 당연히 뭐 임마! 아니야 하면서 얼버무렸다. 그래서 단숨에 가방을 빼앗아 뭐가 있나 살펴봤다. 왠걸 톨스토이 책이 있었다. 막바로 딱 설정이네. 새 책이야 새책 이라고 말했더니 선배가 가지고 와 임마! 그래도 두 페이지 읽었어 하고 웃음으로 넘겼다. 그동안 같이 연기하면서 쭉 관찰했는데, 연기의 단점이 거의 없었다. 정말 닮고 싶은 배우다.
영화 <마이 뉴 파트너>에서는 극중 안성기 선생님 양아들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 같이 연기하는 배우 복이 많은 편이다.
안성기 선생님과의 작업은 큰 행운이었다. 선생님이 촬영장에 오면 바로 온난 기류가 형성된다. 선생님의 미소는 자연스럽게 온화한 분위기를 만든다. 선생님과 처음 만나서 술을 마셨는데, 감독 이하 배우와 스탭들보다 연배가 많으시니까 어색한 분위기가 되면 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셨다. 아무리 왁자지껄한 분위기라도 한 순간 정적이 흐를 때가 있지 않는가. 그걸 못 참아하시더라. 조용한 분위기가 되자 안성기 선생님이 바로 내가 깐느에서 샤론스톤 만난 얘기 해줬니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 다음에 또 조용해지자 베를린에서 알랭 들롱 만난 얘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나가셨다. 또한 현장에서는 스탭들도 기다리니까 어려워하지 말고 그냥 담배 내 앞에서 피우라고 하셨다. 이런 걸 두 눈으로 직접 보니까 많은 배우들의 롤모델이 될 수 밖에 없더라. 또한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도 안성기 선생님처럼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는지 몰라도 <마이 뉴 파트너> <부산> 등 부산이 배경이 된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대본도 부산 사투리라서 입에 잘 붙고 뭐니뭐니해도 부산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참 편한 곳이다. 특히 <부산>을 연출했던 박지원 감독은 학교 선배다. 그래서 도움이 된다면 출연하겠다고 해서 영화에 나오게 되었다. 이 영화를 통해 고창석 선배와 처음 연기를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 친하게 지내고 있다. 고창석 선배는 부산에서 유명한 연극배우였기 때문에 더 잘 통했다. 예전에 선배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면서 연기를 공부했는데, 직접 같이 연기를 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또 부산사람들이니까 한 잔 해라 하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부산은 내 연기의 모태다.

드라마에서는 <솔약국집 아들들>로 인기를 모았다면 영화는 의외로 짧게 출연한 <국가대표>로 존재감을 알렸다.
영화에 많이 출연 안 해도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웃음) 생각해 보면 웃기다. 몇 개월 동안 고생해서 찍은 영화는 다 망하고 한 시간 동안 촬영한 영화가 대박이 났다.(웃음)

<국가대표>에서 해설자 연기 그렇게 자연스러울수가 없었다.
김용화 감독님이 해설 장면에 관한 가이드를 충분히 마련해줬다. 극중 각 캐릭터에 대한 장면과 스키 점프 경기 장면을 편집본으로 봤다. 영화에서 해설자로 나오지만 전문용어는 캐스터로 출연한 김성주 씨가 담당했다. 총 17시간 동안 촬영했는데 정말 재미있게 연기했다. 아니 놀다왔다. 그날 감독님하고 김성주 씨하고 함께 춤을 추듯이 연기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계속 소리지르고 액션도 커지고 하다 보니 나중에는 목도 쉬고 혈압 수치가 올르면서 힘들었지만 김성주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애드리브를 섞어가면서 해설 연기를 했는데, 표현이 너무 강하면 유연하게 받아치면서 다시 경기해설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솔직히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는데, 자료 준비를 철저히 해준 감독님과 실제 경기처럼 해설을 잘 이끌어준 김성주 씨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국가대표 감독판 언론시사 때 주연배우들과 함께 무대인사 하는 모습을 봤다. 근데 거기서 바로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을 홍보하더라
(웃음)그날 바로 <날아라 펭귄> 언론 시사가 있던 날이었다. 그래서 기자분들도 오시고 해서 홍보 좀 했다.(웃음) 그날 뿐만 아니라 다른 무대 인사를 다니면서도 가끔씩 홍보를 했다. 김용화 감독님한테 강한 눈초리를 받았지만.(웃음)

임순례 감독님과 원래 친분이 있어서 <날아라 펭귄>에 참여하게 된 건가?
친분은 없었다. 인권영화라는 좋은 취지와 연기 잘하는 선배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 된 영화였다. 많은 언론 매체에서 보도되었듯이 캐런티를 일체 받지 않고 출연했다. 솔직히 이 영화에 출연한다는 자체가 캐런티라고 생각한다. 역할의 경중을 떠나서 한국사회를 위해 무언가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에 바로 출연했다. 또한 살면서 인권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이 영화를 통해 나의 삶을 뒤 돌아보았고, 그동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했던 일을 반성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비흡연자인 막내 코디네이터를 위해서 같이 있을 때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도 곧 개봉이다. 제작보고회를 갔다 왔는데, 예고편에서 “와! 가만히 있는 내를 괴롭히는 거여!” 라고 하는 대사가 무섭게 들리더라.
극중 시골 마을청년회장 찬식 역으로 나온다. 친구들이 다 도시로 떠나고 홀로 고향을 지키는 우직한 남자다. 바보 같지만 그 만큼 순수하다. 때로는 무서울 때도 있다. 더 이상 얘기해줄 수 없다. 스포일러가 담겨있으니까.(웃음) 4월 15일 극장에서 확인해달라.(웃음)

오늘도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린다.(웃음)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참 재미있다. 초반에 <신불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장호가 되더니 <솔약국집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브루터스가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막연한 추측으로 연기를 했다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 캐릭터에 살려고 노력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연극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실제 그 캐릭터에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 작업이 중요하다. 대학 다니면서 실제 수많은 캐릭터에 빠져 살아봤고, 더욱더 작품에 심취했다. 그래서 연극을 직접 연출도 해봤다. 예전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 작품 중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이라는 희곡을 연출한 적이 있다. 그 작품을 연출한 이유는 마지막에 나오는 문장 때문이었다.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이 작품을 참여하는 것이다’ 이 문장 때문에 연극을 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활자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 실제 몸으로 체험하는 방식이 연기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들어보니 연출에도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연출도 해보고 싶다. 지금도 몇 개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시나리오 작가 친구가 있어서 한 번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친구가 하는 말이, 정말 연기하기를 잘했다더라.(웃음) 한 2년째 잡고 있는데 잘 안 된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더 노력해서 영화를 꼭 만들어보고 싶다.

시나리오를 준비한다고 하니까 궁금하다. 어떤 작품인가?
코미디다.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너무 좋아한다. 코미디만큼 현시대를 보여줄 수 있는 장르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시대를 비판하고 고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는 건 풍자다. 잘못된 현상을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지만 나중에는 비수를 꽂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 시나리오를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외계인이 주인공이고 종로3가가 주무대이다. 만약 이런 영화가 나온다면 감독이 누군지 잘 봐달라(웃음)

지금은 한 작품을 끌고 가는 주연은 아니다. 언제쯤이면 주연의 자리에 오를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나도 모른다.(웃음) 하지만 언젠가는 주연으로서 한 작품을 이끌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지금도 그 길을 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무게감을 지고가야 하는 부담감은 무시 못한다. 조연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주연배우들을 어깨 너머로 많이 봐왔다. 그것을 이겨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는다면 충분히 주연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신불사>에서 나오는 강타는 정말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다.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만약 이런 신과 같은 다양한 능력 중 하나가 생긴다면 어떤 걸 선택하겠나?
다른 건 필요 없다. 지금 현재 신의 능력이 주어지면 장호라는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기가 막힌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첫 주에는 좋은 스타트를 보였던 <신불사>지만, 점점 드라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더불어 시청률도 하락하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 사실이다. 인터넷상의 댓글이나 뉴스를 보더라도 좋은 의견보다 좋지 않은 의견들이 눈에 띤다. 그럴 때일수록 배우 입장에서 더욱더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장호라는 캐릭터만큼은 잘 표현하기 위해서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 팀워크도 좋고, 다들 밤을 새가면서 드라마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 여유를 갖고 지켜봐 준다면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

하긴 인터뷰를 해보니 아직도 <신불사>에서 보여주지 못한 얼굴이 있을 것 같다.
하하하. 아직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2010년 4월 8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4월 8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총 43명 참여)
iamjo
글쿤요   
2010-06-30 09:58
asdf357
잘봤습니다...   
2010-06-06 22:41
withyou625
달콤한 거짓말에서보다 넘 후닥해지신듯..캐릭을 위해 그러신건가..   
2010-05-17 08:00
bubibubi222
요새 자주 나오셔서 이제 여러캐릭터가 떠올라요^^   
2010-05-17 01:24
cvb7777
요즘 캐릭터가 넘~ㅎㅎ 개성있는 조연으로 더 재미를 더해주는   
2010-05-08 14:29
freepia9
개성있는 조연   
2010-05-04 14:38
yapopoya
귀여움상, ㅋ 여유가 묻어나는 배우   
2010-04-29 14:45
dramawow
오호호... 요즘 뜨는... ^^   
2010-04-25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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