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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네 번 정주행”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 전소니 배우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어느 날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 생물이 나타난다. 마트에서 캐셔 일을 하고 있던 평범한 인간 ‘수인’(전소니)은 우연한 계기로 기생 생물을 마주하게 되지만 기생 생물에게 자아를 완전히 빼앗기는 대신 그와 ‘공생’하게 된다.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연상호 감독이 인기 만화 ‘기생수’를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재창조한 작품이다. 원작의 인기와 연상호 감독의 명성이 더해져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수인’과 그에 기생하는 ‘하이디’를 연기한 전소니와 만나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기생수: 더 그레이>가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비영어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에 규모가 작고 서정적인 작품을 많이 해왔던 터라 주변 사람들에게서 ‘재밌다’는 말을 듣기가 어려웠다. 보통은 ‘좋다’ 정도만 나오는데, 이번엔 ‘재밌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서 신기했다. (웃음) 아직 글로벌 1위의 무게가 체감되지는 않지만 우선 가까운 사람들이 즐겁게 봐줬다는 게 기뻤다.

필모그래피 중 가장 이색적인 작품이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감독님께서 내가 했던 독립영화들을 보고 언젠가 한 번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오셨다더라. 어떤 작품을 같이 할지 고민하던 중 <기생수: 더 그레이>를 구상하며 내게 연락을 주신 거라고 전해 들었다. 섭외 당시 감독님께서 원작과 다른 이야기가 될 거라는 정도만 설명하시고 그 외에 별다른 말을 하진 않으셔서,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채로 대본을 보게 됐는데 이렇게 선뜻 그림이 안 그려지는 대본은 나도 처음이었다. (웃음) 그래도 이야기 자체가 재밌어서 금방 읽었던 거 같다.

원작의 인기가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나.
섭외 제안을 받기 전부터 ‘기생수’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워낙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 모를 수가 없었고 실제로 읽어 보니 오랜 시간 사랑받은 이유를 알겠더라. 그래서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시리즈에 투입된다고 했을 때, 내가 과연 도움이 될지 하는 의구심 때문에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 이런 이야기는 어떤 작품에서도 만날 수 없을 거 같더라. 그래서 이번 작품이 욕심 났던 거고 놀이공원에 간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찍었다. 완성된 작품도 정말 재밌어서 네 번이나 정주행했다. (웃음)

극중 ‘정수인’과 ‘하이디’를 넘나드는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극 후반에는 ‘수인’과 ‘하이디’가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수인’과 ‘하이디’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는데 나 혼자 대사를 주고받아야 하는 후반부 ‘무의식’ 시퀀스는 대본을 읽을 때부터 큰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연기할 때도 상당히 힘들었다. 현장에선 ‘하이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데다 나는 상대 배우의 리액션에 크게 영향 받는 편이라 더 어려웠던 거 같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인 거 같다. 상황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고 끝나면 돌이킬 수 없다. 그 덕분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게?된다.

‘수인’과 ‘하이디’를 어떤 식으로 이해했나.
‘하이디’를 만나기 전 ‘수인’은 생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없는 사람이었다. ‘수인’의 첫 장면이 마트에서 일하는 장면이다. 대단한 스펙터클도 없고 분량 상으로도 아주 짧은 장면이지만 일을 대하는 ‘수인’의 태도부터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까지 그 장면을 통해 ‘수인’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았다. 최대한 생기를 덜어냈고 기미 분장까지 해서 ‘수인’이 굉장히 피곤한 상태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이디’를 연기하면서는 감독님의 요청에 따라 목소리를 최대한 낮게 내는 데 집중했고 톤은 다른 기생 생물들처럼 딱딱하게 맞췄다. 여러 버전을 해봤는데 ‘하이디’만 튀게 연기하니까 이상하더라. (웃음) ‘하이디’의 외형은 아름답고 징그럽게 그려지길 바랐다.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완성된 모습을 보자마자 ‘얘구나’ 싶더라. 딱 내가 상상했던 대로 나왔다.

액션 연기는 어땠나. 일반적인 액션과 달리 머리가 주가 되는 액션이라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색달랐을 거 같다.
기생 생물끼리 싸우는 장면에서는 그나마 괜찮은데 ‘강우’와 같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어색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웃음) 옆에 ‘강우’(구교환)는 가만히 있는데, 나만 상모 돌리는 느낌으로 움직이는 게 부끄럽더라. (웃음) 몸 쓰는 것에 관한 전문가인 무술 팀도 이런 동작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나한테 물어볼 정도였다. 처음엔 다같이 어색하고 부끄러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적응이 됐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굉장히 에너제틱했다. 연상호 감독님이 항상 생기발랄하셨다. (웃음) 속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전혀 압박감에 짓눌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감정에 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까. 그런 감독님을 선장님으로 둔 이 프로덕션이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게 느껴졌다. 덕분에 다들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구교환 선배는 되게 귀엽다. (웃음) 말 하나하나도 굉장히 귀엽게 하신다. “’’수인’은 우리의 히어로, 나는 사이드킥”이라는 말을 달고 다니셨는데, ‘수인’ 곁에 ‘강우’가 있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었던 것처럼 나도 구교환 선배님이 곁에 계셔준 덕분에 해낼 수 있었던 거 같다.

‘강우’는 ‘수인’에게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나.
원작에선 기생수와 인간이 직접 소통하고 가까워지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에선 ‘수인’과 ‘하이디’가 가까워지는데 ‘강우’가 큰 역할을 한다. 그 부분이 좋았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과 같은 목표로 움직이고,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해 깨닫는 게 인간으로 사는 데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인’에게도, ‘하이디’에게도 ‘강우’는 가장 큰 내 편이다. 지켜야 하는 존재인 ‘강우’가 없다면, ‘수인’이 그토록 의욕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을 거 같다. 그건 ‘강우’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연상호 감독이 시즌2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시즌에 대해 들은 바가 있나.
지금으로서는 시즌2가 제작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감독님과 ‘강우’와 ‘수인’의 러브라인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 (웃음)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건 ‘수인’과 ‘신이치’의 만남이다. 두 사람이 대결하는 걸 보고 싶다. 어쩌면 ‘수인’이 ‘더 그레이’ 팀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웃음)

배우로서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연기를 시작한 이유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어서였다. 인간이란 유한한 존재지만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 내가 남아있다면 그건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우로서의 최종 목표는?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가 되는 거다.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고, 사람들이 나를 더 궁금해하면 좋겠다.


사진제공_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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