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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불행이 없는, 무결점의 행복
나는 행복합니다 | 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지난 13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던 <나는 행복합니다>가 1년 만에 개봉 날짜를 잡았다. <소름> <청연>에 이은 윤종찬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라는 점과 현빈, 이보영이 연기자로서 한 걸음 도약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의외로 개봉이 너무 늦어졌다. 애초에 흥행을 노린 작품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시기도 애매하다. 11월 중후반의 비수기. 의무방어전을 치르는 듯한 개봉 시기 역시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만수(현빈)는 치매에 걸린 노모와 자살한 형이 남겨준 도박 빚 등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과대망상증 환자가 된다. 갑자기 찾아와 돈을 뜯어가는 두려움의 존재였던 형의 사진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는 어머니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저 흰 종이에 액수를 적고 그것이 수표라고 믿을 뿐이다. 만수를 간호하는 간호사 수경(이보영)은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직장암 말기인 아버지를 위해 사채까지 끌어다 병원비를 대고, 연인 관계였던 같은 병원 의사와도 헤어져 불편한 일상의 연속이다. 게다가 매일 정신병원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환자들을 대하는 것도 괴로울 뿐이다. 하지만 만수의 순수한 과대망상은 수경에게 잠시 쉬어갈 틈을 준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현실에서 전혀 행복할 수 없는 인물들을 통해 행복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낸다. 경제적인 어려움, 관계의 부재 등 모든 일상이 불행 자체인 만수와 암에 걸린 아버지, 남자친구와의 이별 등으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수경에게 행복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역설적인 제목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모든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행복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든 안 좋은 일은 결국 그 것이 완전히 바닥을 쳐야 그때부터 새로운 희망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나는 행복합니다>는 두 사람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영화 속에서 만수는, 모든 불행을 온몸으로 감내해내다 결국 미쳐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 미치는 행위 자체는 모든 불행을 털어내고 행복으로 진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스로 병원에서의 삶을 ‘천국’이라고 표현하는 만수는, 미쳤지만 행복한 병원 생활을 지키기 위해 온갖 불행이 산적한 자신의 일상을 강하게 거부한다. 만수에게 행복의 의미는 무엇일까. 모든 불행에서 벗어나 현실을 등지는 순간, 비로소 만수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수경에게 행복이란 아버지와 함께 해변에서 세수를 하던 그 순간이다. 시간도 공간도 의미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것이 행복이다. 하지만 세상은 수경에게 소박한 행복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사채업자는 끝도 없이 빚 독촉을 해대고, 헤어진 남자친구와는 병원에서 항상 얼굴을 마주 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힘겨운 일상 속에서 만수의 과대망상은 수경에게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만들어준다. 미쳐버릴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수경은 잠시나마 현실을 떠날 수 있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현빈과 이보영의 연기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윤종찬 감독은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통해 배우의 충실한 연기를 잘 끌어내는 연출로 유명한데, 이번 영화에서도 두 연기자는 윤종찬 감독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주로 TV 드라마를 중심으로 연기활동을 하던 이들에게 <나는 행복합니다>의 만수와 수경은 부담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먼저 감독을 찾아가 배역을 달라고 했을 정도. 영화는 이 두 사람의 감정 변화와 심경 변화에 따라 움직인다. 그만큼 비중이 높은 역할이기 때문에 사소한 행동 하나, 작은 말 한 마디가 영화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만수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서글픈 울음을 참지 못 하는 장면과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복받치는 서러움에 흐느끼는 수경의 모습은 두 사람의 연기가 새로운 경지에 올랐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故이청준 작가의 단편 소설 <조만득씨>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하지만 형과 동생의 역할을 바꾸고,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소설과는 다른 결말로 영화를 끝맺음 한다. 굳이 희망이나 행복을 역설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목을 죄어오는 현실 속에서 가느다란 빛 한 줄기 정도는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행복합니다>는 굉장히 작은 이야기와 단순한 소재를 영화로 옮겼지만, 배우들의 호연과 현실의 치열함을 불행이나 행복이라는 단순한 가치로 표현하지 않은 점이 더욱 매력적이다.

2009년 11월 17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현빈, 이보영은 연기자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사소하고 단순한 이야기, 깊이 있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
-윤종찬 감독의 디테일과 섬세함은 여전하다
-정신병원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엔 별로 관심 없다
-두 사람의 이야기로만 진행되기에는 시간이 조금 긴 듯
-현빈의 꽃미남스러운 매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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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sinkim
보고싶네요~   
2009-11-24 19:54
ldk209
보러갈까 생각 중   
2009-11-24 13:49
gkffkekd333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었군요~!   
2009-11-22 19:56
moviepan
정말행복한가요   
2009-11-22 00:25
gunz73
현빈 연기가 좋았어요...   
2009-11-20 08:17
kiki12312
생각보다 평이 좋네요 ....   
2009-11-20 00:28
sdwsds
평이 괜찮네요. 봐야겠는데요   
2009-11-19 10:57
withyou625
그래두 보고싶은 맘이 더 크당   
2009-11-1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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