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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삶의 고통을 감내하고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 (오락성 6 작품성 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과연 인생은 살만한 걸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삶속에 박혀 있는 외로움과 고통을 끄집어낸다.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부모 없는 네 남매,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아픔을 간직한 한 가족, <공기인형>에서는 인형의 시선으로 삶을 반추한다. 그의 신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하‘<기적>’)은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무도 모른다>처럼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외로움과 고통이 엄습해 있지만, 분명 따뜻해졌다. 그리고 희망차다.

부모의 이혼 때문에 따로 살게 된 형 코이치(마에다 코키)와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엄마와 함께 사는 코이치는 하루빨리 가족이 같이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빠는 뮤지션의 꿈을 키워가고, 엄마는 고향 가고시마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은 코이치는 소원을 빈다. 그 소원은 다름 아닌 화산폭발. 가고시마에 있는 활화산이 폭발하면 아빠와 동생이 있는 후쿠오카로 이사를 가게 될 거라는 희망을 안고 매일 기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코이치는 두 고속 열차가 마주치는 곳에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듣게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코이치와 류노스케는 친구들과 함께 소원을 빌기 위해 기차 여행을 떠난다.

<기적>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기적을 필요로 한다. 형제는 가족이 다시 모이기를 바라며, 친구들도 자신들의 작고 소박한 소원들이 이뤄졌으면 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코이치의 외할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떡이 잘 팔리기를, 외할머니는 훌라춤을 잘 추기를 바란다. 또한 아빠와 엄마도 자신들이 선택한 꿈이 이뤄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기적은 이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어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노력도 하기 전에 미리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포기를 모른다. 오직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뛴다.

영화는 포기가 일상화 되어버린 어른들의 자화상을 비추면서, 상반된 아이들의 모습을 포착한다. 기차 값을 모으기 위해 자판기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중고서점에서 책을 팔고, 부모에게 거짓말로 돈을 받아내는 등 어떻게 해서든 노력한다. 그리고 소원을 비는 순간 한 뼘 더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감독은 이 맑고 순수한 아이들을 통해 결과가 아닌 과정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리고 말한다. 기적은 삶의 고통을 감내하고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라고. <기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고된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희망의 연하장이다.

2011년 12월 23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실제 형제이면서 만담 콤비로 활동 중인 주연배우 마에다 형제. 애들 물건이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연말 선물.
-나가사와 마사미, 아베 히로시, 키키 키린 등 조연들의 매력에 풍덩.
-기적이 따로 있나, 우리 삶이 기적이지.
-난 외롭고 스산했던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이 좋다고.
-뭐야! 오다기리 조가 주연인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주인공이네.
1 )
adew82
정말 오다기리 조의 비중이 매우 적어 살짝 실망스러울 뻔했지만... 두 주연 배우들과 친구들의 활약이 매우 멋졌던! 잔잔하고도 따뜻한 영화였어요 :)   
2012-01-08 21:0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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