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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짧은 기발한 상상력 (오락성 5 작품성 5)
업사이드 다운 | 2012년 11월 9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태양을 따라 공존하지만 정반대의 중력이 작용하는 두 세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중력 때문에 서로 접촉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부 세계의 아담(짐 스터게스)은 이 법칙을 깬다. 이유는 사랑이다. 그는 두 세계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비밀의 숲’에서 죽은 줄 알았던 과거의 연인 에덴(커스틴 던스트)을 만난다. 아담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상부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한다. 단, 꿈에 그리던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60분. 그 시간을 넘기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설정이 기발하다. 정반대의 중력이 존재하는 두 행성이라는 소재가 흥미롭다. 상부 세계 사람과 하부 세계 사람이 정수리를 맞대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 중력을 역으로 응용한 안티에이징 크림의 시연 장면 등은 감독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빛나는 순간이다. 머리 위로 하늘 대신 도시가 펼쳐져 있는 전경이나 두 세계 사이에 공존하는 무중력 세계 등 화려한 비주얼 또한 신비로운 영화 속 세계를 뒷받침한다.

<업사이드 다운>은 SF 판타지의 외형을 지녔지만, 정작 영화를 움직이는 건 아담과 에덴의 사랑이다. 영화의 독특한 배경은 이들의 사랑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장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가문의 반대였다면 아담의 장애물은 중력이다. 중력을 이겨내야 에덴과 사랑을 이룰 수 있다. 아담이 장애물을 넘는 순간 사랑은 애절함이 극대화 되고, 이는 내러티브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하지만 내러티브의 동력으로 쓰기에는 사랑의 힘이 약하다. 과거 기억을 모두 잃은 에덴은 아담과의 옛 추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담은 에덴과의 사랑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됐음에도 이들의 감정은 무미건조하다. 사랑과 현란한 비주얼이 따로 노는 것도 한 몫 한다. 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모든 문제의 해결방안이 ‘사랑’이라 결론짓는 감독의 선택은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 기발한 상상력을 재료로 사랑의 금자탑을 쌓으려 했던 감독의 시도는 실패한 듯하다.

2012년 11월 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거꾸로 만난 두 게의 세상, 비주얼이 남다르다.
- 재미를 더하는 기발한 상상력.
-누가 사랑을 건조하다고 했는가? 애절한 거지.
-화려한 영상에 짓눌린 듯한 아담과 에덴의 사랑이야기.
- 상상력의 유통기한 짧아도 너~~무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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