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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오락성 7 작품성 8)
침묵의 시선 | 2015년 8월 27일 목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
배우: 아디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3분
개봉: 9월 3일

시놉시스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정권 대학살의 기억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람리’라는 이름은 곧 학살을 의미한다. 그의 죽음은 비밀리에 사라진 100만 명의 사람 중 유일하게 목격자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살을 알고도 모른 척 숨죽여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람리’의 또 다른 이름은 침묵이자 망각이다. 그러나 그의 동생 ‘아디’는 50년 만에 형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가 그때의 이야기를 묻기 시작하고, 가해자들은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자신이 저지른 소름 끼치는 살인을 증언한다. ‘죽음’은 있지만 ‘책임’은 없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고요하고 잔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간단평

<침묵의 시선>은 <액트 오브 킬링>에서 파격적인 설정으로 주목 받은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후속작이다. 영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대학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번에는 가해자 대신 피해자를 중심으로 역사의 상흔을 되짚는다. 과거에 악행을 저지르고도 자기 합리화에 능한 건 안타깝게도 인류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침묵의 시선>이 특별한 이유는 피해자가 가해자 앞에서 목소리를 낸 순간을 카메라로 직접 기록했다는 데 있다. <침묵의 시선>은 위험을 무릅쓴 피해자의 용기가 빛나고 범행을 덮어두려는 가해자의 회피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바로 그 순간을 목도한다. 영화는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왜 희망이 없는지에 관한 어려운 담론을 103분의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명징한 방법으로 보여준다. 가해자들은 과거를 들추어내려는 아디를 비롯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무조건적인 평화를 강요한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요구는 과거의 피해와 상처를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에게 침묵이라는 또 다른 아픔만 남긴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녹록지 않은 담론을 쉽게 풀어내는 능력만큼이나 기억에 남을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오프닝부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순간들을 연출한다.

2015년 8월 27일 목요일 | 글_최정인 기자(jeongin@movist.com 무비스트)




-역사가 왜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지 명징하게 보여준 교과서.
-인도네시아의 근현대사를 알고 싶다면.
-용기를 낸 이다에게 박수를.
-"그들도 두려워서 그러는 거예요"라고 가해자를 포용하려 애쓰는 아디와 "왜 아문 상처를 긁냐"며 아디를 협박하는 가해자의 대조적인 모습.
-여야 막론한 정치인 모두.
-다큐멘터리 절대 기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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