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송환
의원님들 김감독 북에나 보내주쇼! 뻘짓하지 말고 | 2004년 3월 19일 금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세상에서 이만큼 순박한 인상은 없을 것이다"라고 김동원 감독이  말한 김영식 할아버지
"세상에서 이만큼 순박한 인상은 없을 것이다"라고 김동원 감독이 말한 김영식 할아버지
지랄 중에서도 이런 지랄은 없었고 염장을 질러도 이렇게 무모하리만치 염장은 지른 적은 없었더랬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일신의 영달과 정당의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똥 된장 구분 못하고 자기들끼리 박터지게 싸우는 현 시국. 정말이지 해외로 이사 가고 싶다는 심정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허나,
지들이 지금 무슨 작태를 저지르고 있는 지, 후회해도 얄짤 없다는 거, 우리는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가 될 4.15 총선 때 화끈하게 보여 줄 수 있다. 그때 가서는 깨닫으리라. 눈앞에 보이는 돈 주우려다 똥차에 치였다는 우스개 소리가 남 얘기가 아니라는 엄중한 사실을...

날것의 분노와 착잡함이 뒤엉킨 가운데 잠시나마 생각해봤다. 정치인들은 꼬꼬댁이 아님에도 왜 닭 짓을 제 것의 행동인양 분별없이 일삼는지. 추상적인 생각보다는 명확한 실천이 늘 앞서는 김동원 감독의 <송환>을 떠올려보니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응당 생각하고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이자 상식이 결여돼 있다는 거.

우연한 기회로 상계동 철거민과 3년을 동고동락하며 이 땅의 추레한 현실을 카메라에 담은 <상계동 올림픽>을 계기로 독립영화 진영에 발을 들여놓은, 어느덧 이쪽에서는 맏형이라 불리는, 김동원 감독의 <송환>은 선연한 역사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비전향장기수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영화다.

그렇다면 단박에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그럼 꽤나 정치적이고 지루하고 무겁겠군!”이라는 생각 당연 드실게다. 허나, 전혀 그렇지 않음이다. 90년대 초 출소해 봉천동으로 거처를 옮긴 비전향장기수 조창손 김석형을 비롯, 소위 간첩이라 낙인찍힌 그네들의 활동을 아니 할아버지들의 일상을 낮은 자세로 그 역시 그 안에서 부대끼며 물경 10여 년에 걸쳐 카메라에 담은 영화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를 절실하고 쉽게 보여준다. 149분이라는 상영 시간 동안 영화를 이끌어가는 자신의 목소리로 보는 이를 끌어안고 투박하지만 깊고 넓은 맨 살의 이미지를 보듬어 안으면서 말이다.

“반공주의였던 아버지가 이 작품을 보면 많이 화를 내셨을 거다” “비전향 장기수인 선생님들이 보아도 그리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김동원 감독의 이 고백 문구는 영화의 성격을 잘 대변한다. 그는 애초 비전향장기수라는 민감하면서도 진부하기도 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다룰 생각이었기보다는 노쇠한 육신을 부여잡고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그 분들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의 정이나 낯선 이에 대한 관심사에 더 주목했고, 이것이 <송환>의 시작이었다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자칭 자유주의자인 김동원 감독은 그네들의 이념에 동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반하는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하지도 않는다. 직접적으로 정치나 체제에 대해 메스를 가하지도 거론하지도 않고...

마치 남루한 삶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어렵게 생활하시는 이웃 할아버지의 인생 역정을 귀 담아 듣는 예의 바른 청년처럼 비춰질 뿐이다. 다만, 그 조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남파됐다가 남한에 인신이 구속된 이네들의 단단하고 견고한 삶의 역정이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아버지 그리고 바로 우리 자신에의 문제로 환원된다는 것이 <송환>의, 불편하지만 기꺼이 껴안아야만 하는, 강요하지 않는 힘이다. 북에서 온 할아버지들이 어렵사리 노부모를 만나고, 혈기방장한 청년동지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로 해후하는 절절한 장면을 보며 눈물을 쏟으면서도 그러한 배경에 도도하게 자리하고 있는 체제의 이념과 사상 때문에 우리는, 한 순간의 먹먹한 감정으로만 그것을 치부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되묻고 헤아리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 때 묻지 않은 구수한 웃음과 현실이 배태해낸 꼴통 언론인과 정치인의 민망한 코미디가 박장대소를 자아내기에 149분의 다큐 <송환>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더더욱 본 기자의 심금을 울린 건 화해무드를 타고 북으로 송환된 조 할아버지가 카메라를 통해 김동원 감독에게 안부를 건네며 말씀하신 부분과 이에 영화의 말미에 내레이션을 통해 밝힌 김동원 감독의 화답이다.

“김동원씨는 나에게 아들이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나도 조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확연히 갈리는 이념이 내면화되고 체화됐음에도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와 사랑이 쏟아내는 이 대목에서의 심정은 참으로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둔중한 그 무엇이 가슴 깊은 곳에 쑥 들어와 꿈틀거리는 느낌에 다름 아니다.

더불어 사는 삶 속에서 필요한 건 이러한 미덕과 “<송환>이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며 그 특유의 해맑고 온화한 미소를 보여준 김동원 감독의 너무나도 겸허한 마음자세와 같은 것이다. 아니, 거기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의 양심이 깃든 상식이면 된다. 헌데, 한국의 잘난 으르신들 그런 거 김동원 감독 발가락에 묻은 때만큼도 없다. 그러니까 그 작자들이 하는 꼬라지가 그런 거다. 북을 방문해 조 할아버지 한번 보는 것이 김동원의 숙원이건만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엄한 사람 속 타게 하는데, 후딱 그 말도 안 되는 궤변의 사슬에서 그가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이나 써줘라! 엄한 데 용쓰지 말고 말이다.

어찌됐든, 3월 19일 개봉할 <송환>은 다큐영화이자 작은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아래 적힌 전국 8개관에서 선을 보이게 된다. 하오니, 집에서 가장 지척에 위치한 극장을 몸소 찾아 꼭 보시길 바란다. 이건 진심으로 부탁드리는 거다.

● 서울의 하이퍼텍 나다,
● 씨네큐브 광화문
● 뤼미에르 극장
● 씨어터 2.0
● 광주극장(광주)
● 프리머스 제주(제주)
● DMC(부산)
● 필름통(대구)

3 )
ejin4rang
감동적일듯   
2008-10-15 17:04
callyoungsin
처음 보는 영화네요... 감동적일듯한 영화   
2008-05-19 11:33
ldk209
이런 영화가 개봉되고.. 정말 좋아졌다.... 감동....   
2007-01-16 21:07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