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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를 강간하지마 II
이영순 칼럼 from USA | 2003년 3월 17일 월요일 | 이영순 이메일

뉴스보다 영화는 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미디어의 현실을 진짜처럼 여기게 만든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아랍을 엿 먹인 영화가 몇 편이나 될까.
<에너미 라인스(Behind Enemy Lines:2001)>에서 개떼마냥 저수지에 나자빠져 죽은 보스니아군들을 보다 든 생각이다. 궁금해서 뒤져보니 할리우드 역사 이래로 총 900편이 넘는다. 특히 요즘들어 나오는 평화,정의를 대변하는 선의 축은 미국이고 악의 축은 아랍이니 900편 속에 수십 편 더했을 것이다. 어떻게 씹는 지 보자.

바보새끼(Assholes), 호로자식새끼(bastards), 낙타새끼들(camel-dicks), 돼지새끼들(pigs), 사탄숭배자들(devil-worshipers), 자칼새끼들(jackals), 생쥐새끼(rats), 양탄자대가리들(rag-heads), 타월대가리들(towel-heads), 디러운 새끼들(scum-buckets), 개새끼(son-of-dogs), 비열한 새끼들(buzzards of jungle), 잡놈새끼(son-of-whores), 호로자식새끼(sons-of-unnamed goats)...

등이다. 다 안 짤리고 자막에 버젓이 나온다. 제일 특이한 욕은 닭대가리란 속어처럼 대가리들(rag-heads)이란 말로 아랍인이 양탄자를 깔고 다닌다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다. 미안하지만 푸하하 웃었다. 저런 걸 왜 뒤졌냐고. 하긴 영화 보다 지겨우면 몇 분만에 섹스씬 나오나 시계보고 재는게 더 재밌긴 하다.

어쨌거나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아랍인들의 전형적인 캐릭터들은 한결같다. 치 떨리는 살인자에 비열한 약탈자, 종교에 뻑간 미친 광신도들, 테러나 일으키는 극렬 분자들, 여자나 겁탈하는 강간범들에 낙타타고 다니는 거만한 오일부자들이다. 할리우드의 전쟁영화 3요소인 자뻑 영웅, 뻑가는 전투신, 휴머니즘 요소 중 되다 만 어설픈 자뻑 영웅도 안나온다. 착한 놈이다, 선한 놈이다를 떠나 날품 팔아와 토끼 같은 자식들이랑 마누라 돌보며 암팡지게 산다는 평범한 캐릭터란 전멸이다.

사실 아랍인이 양탄자 대가리들이 된 건 할리우드 영화역사상 오래 전부터다. 할리우드는 오래 전부터 아랍인을 씹었다. 비행기를 하이재킹하는 아랍테러범 등장하는 원조 영화는 < The Black Coin(1936) >이고, 미국에서 테러를 감행하는 아랍 이민자를 다룬 원조영화는 < Radio Patrol(1937) >이다.

부시 유행어인 ‘악(Devil)’이란 말이 나온 원조영화도 있으니 ‘악’으로 불리는 아랍 여 테러리스트 닐라(Nila)가 나오는 영화는< Federal Agent VS Underworld Inc.(1948) >다. 그대들에게 익숙한 요즘 영화를 말해주면 1932년 <머미(The Mummy)>를 리메이크한 머미시리즈들과 <엑소더스(1960)>, <블랙 썬데이(1977)>, <더스틴 호프만의 탈출(Ishtar,1987)>, <비상계엄(The Siege,1998)>, <최종분석(Executive Decision,1996)>, <트루 라이즈(1994)>,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2000)>등이다.

특별히 아랍인을 양탄자 대가리들로 만들게 된 데는 <비상계엄 The Siege(1998)>처럼 비화가 있다. 이 영화 만든 놈이 이스라엘 출신인데, 지 나라 문화부에서 녹을 먹다가 미국의 녹을 먹게 되었다. 그 발판을 업고 할리우드로 날아오면서 자칼새끼라고 욕하는 26개의 편견 섞인 영화를 우루루 만들어냈다. 흥행엔 성공 못했지만 사람들은 그가 만든 영화를 보았고 뿌리깊은 편견을 가졌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때로 본인의 성향과 관련 없는 영화도 만들었으니,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가을의 전설>도 만들고 <세익스피어 인 러브>도 제작했다.

전쟁 영화는 SF처럼 가상의 적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니 아랍인 마냥 콕 찍어 한 대상을 악으로 설정할 수는 있다. 문제는 초기 1930-40년대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의 반은 아랍인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영화란 것이다.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 역사는 미국 백인들 빼고는 줄줄이 씹는다. 유태인, 흑인, 인디언, 소련, 아시안, 아이리쉬인, 아랍인들이 풍선껌, 캔디껌이 되어 씹힌다.

우리도 씹혔다. <007 어나더데이>가 그 짝이다. 그 영화만 그랬나. 아니다. 6.25 전쟁때 평범한 한국인들을 데고 총질해대는 할리우드 전쟁영화도 많다. 우리가 그리 씹힐만한가. 아랍이 그리 씹힐 만 한가? 아랍 국가들은 모두 극렬분자에 살인자 놈들만 사는가. 영화는 의도적으로 편견을 심어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랍을 본다 치면 아랍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같이 유럽의 생각쟁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대수학과 제로(0)의 개념을 발견했으며,우리가 말하는 대수학(Algebra), 커피(Coffee), 화학(chemistry)의 어원은 아랍어이다. 천문학분야에서는 중량의 핵개념과 별 지도, 천체지도를 만들었다. 지리학에서는 위도와 경도를 선구자적으로 이용했으며 오렌지, 설탕, 목화 등을 처음으로 재배하고, 건축학에선 유럽의 고딕스타일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뿐더러 오늘날 아랍 국가들의 대부분이 힌두교인이다 쳐도 15 million은 카톨릭을 포함한 크리스찬이다.

영화 건 현실이건 미국은 자신들의 국익과 안보에 위협을 가하면 깡패새끼고 호로 자식 새끼로 몰아친다. 그리고 영화 속의 편견은 현실 속에 편견을 만들고, 이 편견의 골이 깊어지면 현실에서 증오심까지 낳는다.그리고 할리우드는 부시정부의 든든한 빽을 믿고 온갖 편견이 담긴 영화를 생산해낸다. 결국 영화를 통해 정부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양산해내는 것이다.

영화 한 편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누가 무엇을 위해 만드냐에 따라 별거가 된다. 히틀러 선전용 영화 <유태인 쥐스(jud Suss,1940)>는 유태인을 끌어다 죽이기 전날 다른 한 편과 같이 상영되었다. 미디어의 파워를 안 정부가 영화배급과 제작을 손에 쥐고 뿌려댄 독약이었다. 이 영화를 본 건 평범한 독일인들이다. 그들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유태인들을 죄다 끌어 모아 죽이자며 대량학살에 열나게 동참했다. 우스운 건 나도 이 영화를 볼 때는 유태인을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그래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유태인 포로수용소를 다룬 <밤과 안개(Night and Fog,1955)>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이 다큐는 전세계에 독일인의 잔인성과 편견을 고발한 영화다. 이 영화를 볼 때는 이 참에는 독일인을 죽여야 된다고 생각했다. 유태인의 시체 속에서 머리 털을 뽑아 베개 속을 만들고, 산더미 마냥 모아진 피부를 프레스로 눌러서는 종이를 찍고, 동강낸 몸뚱이들을 모아선 기름을 짜내는 일련의 생산 과정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다큐다. 볼 때마다 토했다. 아니 토할 수 없는 게 화면 속의 등장인물도 웩웩댄다.

길게 떠들었지만 결론적으로 다른 민족을 개새끼라고 폄하는 것은 편견이다. 편견이란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이다. 이 오만함의 극치가 바로 미 우월주의다. 할리우드 영화나 뉴스, 드라마들은 감쪽같이 이 우월주의를 휴머니즘이나 애국주의 속에 숨겨버린다. 그리고 너무 잘나서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 악과 싸워대는 영웅인 줄 착각한다. 따져보면 영화 <에너미 라인스>에서 호수에 나자빠져 죽어간 아랍군인들도 그들 소수민족에겐 영웅이다.

부시가 미디어를 통해 설파하는 이미지란 할리우드 영화 속의 자뻑영웅이다. 부시는 자신이 영웅인 줄 안다. 그래서 천하를 평정해야 된다고 착각한다. 할리우드 내 영웅들의 맥은 이러하다. <람보>를 시작으로 <터미네이터(The terminater,1987)>, <리셀웨폰(Lethal Weapon, 1987)>, <로보캅(Robocop, 1987)>, <다이 하드(Die hard, 1988)>에서 최근 <스파이더 맨>까지다.

이 같은 영웅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아니다. 영웅은 상처 입어도(터미네이터), 고문 받아도(리셀 웨폰) 폭발해도(다이하드), 죽어도(로보캅) 끄떡없다. 방황하는 청소년인 스파이더맨도 우리와 다를봐 없다고 말만하지 실상은 인간이상이다. 싸워도 총 한 자루 갖고 싸워대는 게 아니라 탱크를 막는 무기(다이하드, 로보캅), 무장한 헬리콥터(리셀웨폰), 핵폭발(터미네이터), 거미줄(스파이더맨)등 화려한 볼꺼리를 끼고 싸워댄다.

무엇을 위해?
한결같이 선과 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지 혼자 주장한다. 초기 람보시대 영웅은 미, 소 냉전체제 속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싸워댔고, 8,90년대를 지난 터미네이터 영웅들은 범위를 좁혀서 미국 내 테러리즘, 지들끼리 배신, 테러로 인한 가족 내 죽음, 무법 국가등의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열심히 싸워댔다. 중요한 점은 영웅도 시대를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세계전쟁을 막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람보가 아니라 국지적인 문제, 경제적 이익, 정치적 야욕을 위해 싸워대는 개인주의적인 영웅이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는 영웅도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어느 때 대통령이 집권을 했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람보 마냥 강력하고, 단호한 영웅이 만들어진 건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대이다. 그의 정치적, 사회적 정책방향과 이미지는 근육질의 람보였다. 그래서 밥 먹고 영화속의 영웅들과 대통령과의 관계만 연구한 이들의 영화 속에서 람보를 미국의 신우익 운동을 대변한 레이건의 이름을 딴 ‘레이건주의(Reaganism)’를 대변하는 메타포로 본다.

지금의 부시는 정의를 지켜야한다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방황하는 청소년인 스파이더 맨이다. 하지만 스파이더 맨은 거미줄이라도 뽑아내며 서에 번쩍 동에 번쩍 날라다니지만 그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의 음모론에 넘어갈 만큼 사람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스파이더 맨은 오래전부터 기획된 영화다. 뒷돈을 부시가 됐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영화는 미 우월주의나 애국주의를 엎고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뒀고 2탄을 만들려고 준비중이며 코믹북을 기반으로 한 영웅주의 영화가 연이어 제작되고 있다.

사람들이 영화 속의 영웅을 좋아하는 건 영웅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영웅과 자신을 동일화시키면서 상대를 맘껏 지배하고 싶은 강한 욕구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지배하거나 지배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일방적이거나 어떤 목적을 둔 지배는 부시의 단골 멘트 하나를 빌리자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보는 영화 족족 칼날을 들여대며 보란 말은 아니다. 물론 영화는 아무생각 없이 볼 때가 가장 재밌다. 하지만 영화나 티비 속에서 다루는 미국은 선, 아랍은 적이라는 정형화 등에 길들여지면‘영화가 영화지. 이 복잡한 현실을 왜 봐’라는 면죄부를 얻게 된다. 그러다 미디어 자체에 길들여지면 사람이나 세상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알아채는 눈이 멀게 된다.

미디어는 가공된 현실을 진짜 현실 마냥 다룬다. 그 속에 든 이데올로기에 뇌를 강간당하지 않으려면 좀 더 큰 눈뜨고 똑바로 세상을 읽어 내야한다. 왜냐면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왜 좋나. 현실이 아니라 좋다.

진실은 나른한 봄날 나무 잎사귀에 매달린 햇발 같다. 그 아름다운 빛을 보려면 거짓을 벗겨내야 한다. 역사 속의 거짓은 시간이 벗겨주지만 영화나 사람 속의 거짓은 큰 눈뜨고 보지 않으면 잘 가려낼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일방적으로 뇌를 강간당하지 마라. 나도 모르는 강간은 잊을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기니. 사실 속에서 거짓의 알몸을 보는 것은 쓰라리다.

2 )
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38
js7keien
영화 속의 Pax Americana를 고찰하며..   
2006-10-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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