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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위협, <스텔스>의 공포 인공지능
2005년 7월 29일 금요일 | 유지이 이메일

세 명의 엘리트 조종사가 걸어오고 있지만, 포스터처럼 <스텔스>가 군사 영화는 아니다. 최소한 해군 조종사들의 리얼한 생활상이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탑건>이나, 아무리 전투와 액션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어도 실제 장비와 그럴싸한 작전을 구사하는 <태양의 눈물><위 워 솔져스>같은 영화는 군사 영화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스텔스>는 아니다. 이미 예고편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스텔스Stealth (2005)
스텔스Stealth (2005)
영화 제목으로 쓰인 스텔스stealth란, 보이지 않게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다. 오래 전부터 롤플레잉 게임을 즐겨왔던 사람이라면 <던젼 앤 드래곤스>류의 게임에서 도둑의 기술로 자주 사용했을 법한 단어. 물론 이런 게임에서도 스텔스는 적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몰래 하는 일련의 행동을 가리킨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스텔스'라 하면, 무엇을 연상할까. 아마도 영화에서처럼 레이더나 탐지기에 잡히지 않도록 제작된 군사 장비, 특히 전투기가 아닐까.

영화는 최신의 스텔스 전투기를 조종하는 조종사 3명을 주인공으로 한다. 세 명이 함께 팀을 이룬 편대에 새로 배속된 새 전투기, 함께 훈련을 해 보니 실력을 인정할 만 한데 이 녀석이 알고보니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인 전투기라는 것이 <스텔스>의 설정. 통상 네 대의 전투기를 한 편대로 묶고 팀 단위로 훈련을 시키는 상황 묘사나 실제 장비와 다르지 않은 주인공 주변의 묘사 등은 군대의 지원을 받은 영화답게 매우 사실감 있다.

최신 장비에서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쓴 군사 고증은 <스텔스>가 쓸만한 군사 영화가 될 수 있는 조건. 그러나 묘사가 정확하다고 군사 영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스텔스>는 군사물 취향의 관객이 즐길 영화는 아니라는 이야기며, 사실적인 공중전과 묘사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예전 영화를 다시 찾아보아야 할 듯 하다. 하지만 군사물이라고 할 수 없는 <스텔스>, 이야기가 꽤 쏠쏠하고 재미있다.

인공지능이 활개 치는 세상, SF의 코드

영화는 곧 숙련된 인간 조종사만큼이나 뛰어난 인공지능 조종사에게 시련을 가한다. 번개(정밀 기계를 고장내는데 흔하게 쓰이는 클리셰)에 맞은 인공지능 스텔스가 이상을 일으켜 폭주하기 시작한 것. 인간 이상의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스텔스를 제압하기 위해 3명의 조종사는 고군분투하지만, 역시 상대는 만만하지 않다. 최소한 러닝타임이 끝날 때까지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대항하는 구도, 영화는 이 지점에서 군사물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1927)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1927)
인공지능은 SF에서 주로 사용했던 소재. 아직 실용화 되지 않은 인공지능은 이 시대의 로봇 공학자나 컴퓨터 공학자와 더불어 수많은 SF작가가 매료된 소재였다. 당연히 인공지능이 포함된 SF영화는 수없이 많이 찾을 수 있겠다.

가깝게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수다쟁이 C-3PO나 만능 재주꾼 R2-D2도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고 올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로봇>은 죄다 나름대로 생각하는 로봇으로만 이루어진 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스텔스>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영향을 주었을 법한 SF영화라면 몇 가지를 더 추려내 볼 수 있겠지.

인간과 기계가 대척하는 SF영화를 고전부터 꼽으라면 <메트로폴리스>가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인간의 노예로 살고 있는 로봇들이 나름의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과격한 노동 쟁의를 벌이는 <메트로폴리스>는, 당대 최고의 비주얼로 유명했지만 이미 개봉된 지 70년이 넘게 흐른 흑백 무성 영화라 요즘의 관객에겐 다소 시큰둥한 영화다. 그러나 압도적인 미래 도시의 상상력과 자아를 가지며 인권을 알게 되는 로봇의 이야기는 최신 개봉 영화 <아일랜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조금 더 지금과 가까이 와서 로봇과 복제인간을 비슷한 부류로 본다면 <블레이드 런너>는 <메트로폴리스>의 주제 의식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는 영화다. 역시 인간이 하기 위험한 일을 대신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인조인간 리플리컨트가 인간과 구별하기 위해 제한한 자신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하여 인간을 찾아오는 이야기. 인공지능이 인간과 대척하는 설정은 같지만 너무 범위를 크게 벌려 버린 것이 아니냐고? 그럼 이번엔 반대로 해보자. 사람이 기계보다 더 왜소한 입장에 선 <스텔스>의 경우를 생각해서.

매트릭스The Matrix (1999)
매트릭스The Matrix (1999)
극단적으로 생각한다면, 태양이 소멸한 세상에 인간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고 대신 가상 현실에서 살며 완벽하게 통제된 세상 <매트릭스>가 떠오르지 않을까? 제목처럼 가상 현실을 조종하며 실제 세상을 통제하는 <매트릭스>는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아닌가. 처음에 국방부의 비밀 무기로 시작했다가 공장을 장악하고 증식 능력을 갖춰 인간과 전쟁을 하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사이버다인 시스템도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다. 인간을 위한 반란을 준비했던 <아이 로봇>의 인공지능 컴퓨터 비키도 성공했다면 <터미네이터>같은 세상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독고다이로 활개치고 다니는 <스텔스>의 인공지능이 증식할 방법만 갖춘다면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류의 방대한 디스토피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데, 다행히 <스텔스>는 요란하기만 하고 실속없이 움직이는 인공지능의 행동이 <매트릭스><터미네이터>정도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한해 놓았다. 영화가 군사물과 SF영화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다니는 것은 그런 이유다.

보이지 않는 위협, 공포의 코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dysey (1968)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Space Oddysey (1968)
인공지능이 독고다이로 활동한다고 해서, 위협적이지 않다는 가정은 부질없다. 최첨단 전투기 시스템으로 무장한 <스텔스>의 인공지능은 <매트릭스><터미네이터>의 증식력이 없어도 충분히 무서운데, 사람을 뛰어넘는 뛰어난 지능 뿐이 아니라 위협적인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스텔스>와 비슷한 상상력을 가진 SF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겠다. 우주 탐사를 나간 대원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HAL은, 조력자일 때는 복잡한 우주선을 유능하게 조종하는 더할 나위없는 친구지만 반란을 꿈꾸었을 때는 정말 대책없이 무서운 존재가 된다. 우주 한복판에 있는 디스커버리 호에서 HAL만큼 무력을 쥐고 있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는 소품을 일부 공유한 까닭에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쓰인 HAL의 소품을 이용해 찍은 <에일리언>의 경우는 어떨까. 영화에서 HAL의 소품을 이용해 찍은 장면은 주요 무대가 되는 우주선 노스트로모를 통제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머더Mother'이고 이 컴퓨터가 인간을 배신하는 악당은 아니지만, 독고다이로 전 승무원을 해치려고 드는 괴물 에일리언은 <스텔스>의 인공지능 전투기와 닮지 않았나. 그렇다고 치면 <13일의 금요일><할로윈><나이트메어>의 살인마들도 죄다 혼자 힘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다니지 않냐고?

죠스Jaws (1975)
죠스Jaws (1975)
옳거니, 영문도 모른채 보이지 않는 살인마에게 죽는 B급 공포물이 다 그렇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살인자란 이유없이 힘을 무절제하게 휘두르고 다니고 보이지 않을 때 무서운 법이고 최소한 <13일의 금요일><할로윈><나이트메어>의 첫 편은 그런 공포를 잘 알고 있는 영화였다. 번개를 맞아 이유없이 살생을 하며 무절제하고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까닭에 벌건 대낮에도 잘 알아볼 수 없는 <스텔스>의 인공지능 전투기는 정확히 B급 공포물의 살인마와 맞아 떨어진다.

밤의 어둠에 기대지 않고 스피디한 액션을 섞어 공포물의 존재감을 희석시킨 <스텔스>의 영리함은, 어둠 대신 바다 속에 살인마를 숨긴 <죠스><레비아탄><딮 라이징>이나 아마존 밀림 속에 살인마 구렁이를 숨긴 <아나콘다>나 밝은 지하 연구소지만 살인자 자체가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할로우맨>의 서스펜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영리하게 액션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B급 공포물 장르를 차용한 공포 영화다. 여름에 공포 영화가 개봉하는 것은 어떤 면으로 볼 때 당연하기도 하고.

생각없이 양산되는 슬래셔 무비 시리즈 탓에 평가절하 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명료하게 정리된 B급 공포 장르는 충분히 스릴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조금만 깔끔하게 다듬는다면, 장르 내에서도 <13일의 금요일><할로윈><나이트메어>같은 영화가 나오는데다, 약간 뒤튼 장르물 <이블데드><텍사스 전기톱 학살>같은 영화도 재미있고, 장르를 섞는다면 <죠스><에일리언>같이 걸출한 작품도 나오는 매우 응용도가 높은 장르.

공포와 SF를 받치는 실전 장비

인공지능이라는 SF적인 소재에 보이지 않는 살인마라는 B급 공포물의 형식을 차용한 <스텔스>는, 군사적인 고증을 통해 강렬한 쾌감을 완성한다. 지나치게 잘 빠지고 예쁜 주인공들과 아직은 SF적인 상상력에 가까운 영화 속 스텔스 전투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실존하며 실제 투입되고 있는 것.

미군 차세대기 였던 YF-23
미군 차세대기 였던 YF-23
인공지능이야 아직 영화정도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무인 전투기라면 미군의 프레데터같은 장비가 정찰 수준을 넘어 요인 암살이나 소규모 폭격 정도의 수준까지 응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텔스라면 현 시점에서 이미 전투기를 뛰어넘어 함정 등에도 쓰이고 있지만, 영화처럼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전투기가 이미 걸프전 당시부터 실전 투입된지 오래. 물론 걸프전 당시부터 투입된 스텔스기는 폭격을 목적으로 한 폭격기로 영화에서처럼 화려한 공중전을 벌리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다.

그러나 미군의 차세대기 계획으로 개발되어 실전 배치된 전투기들은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운동성능이나 무장도 월등해 (조종사의 기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화에서처럼 미공군의 주력기 F-15(이번에 한국에 도입되기로 결정된 차세대기 바로 그 전투기!)를 상대로 월등한 성능을 보이며 제압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전투기의 디자인으로만 보자면 실제 채택되어 배치되고 있는 미군 차세대기 F-22보다는 경쟁 기종으로 개발되었던 YF-23의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은 듯 하지만, 성능은 마찬가지다.

또 여름에 공포 영화가 개봉했다. 시원한 액션과 물량공세에 이은 화려함으로 승부하는 공포 영화라 더위를 꺾는 데 제격일 듯 싶다. 진정한 공포는 영화 속 <스텔스>의 가까운 무력이 실제 존재한다는 점일 듯 하지만.

4 )
ldk209
보이지 않는 공포...   
2008-10-18 20:58
qsay11tem
색다른 영화네요   
2007-11-25 14:53
kpop20
여름에는 공포영화   
2007-05-17 12:15
js7keien
비단 A.I뿐 아니라 나노기술도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술   
2006-09-3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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