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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렬의 영화컬럼
욕심이 2% 넘칠 때 | 2001년 9월 13일 목요일 | 정성렬 이메일

제작기간 5년. 마케팅비를 포함한 제작비 75억원. 사용한 필름 30만 자. 한국영화 역사상 최다 예매기록 경신. 한국영화 역사상 최다 스크린 확보.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합작 투자. 미라맥스에서 보내오는 러브 콜. 드디어 신비의 베일 속에서 조급증과 함께 궁금증을 유발시켰던 <무사>가 지난 금요일 전국적인 공개를 시작했다. 극장은 인산인해로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증명했고, 각각의 언론들은 <무사>열풍을 영화관련 톱기사로 다루면서 거국적인 몰아주기를 시작했다.

<무사>는 먼저 성공적인 마케팅을 통해 개봉 전부터 영화적 호기심을 유발시키면서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던 작품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영화제작 소식과 사고소식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무사>의 촬영이 들어감과 동시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정재가 빠지고 주진모가 투입되었다더라, 장쯔이가 출연한다더라, 정우성 무릎이 망가졌다더라 등등 크고 작은 일련의 사건들은 멋진 스틸사진이 곁들여지면서 영화에 대한 주목을 유도했다.

초여름 개봉예정이었던 공개시기가 계속 밀리면서 과연 얼마나 완성도 높은 영화가 나올 것인가 하는 기대감은 거의 절정에 다다르게 되었다. <에반게리온>의 작곡가인 사기스 시로가 음악을 담당하고, <패왕별희>와 <시황제암살>등에 참여했던 유명 스탭들이 <무사>와 함께 했다는 사실들이 영화잡지를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개봉일자가 잡히자 이제는 일본과 미국에 그 필름을 먼저 공개해 현지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홍보를 시작했으며, 러닝타임이 155분이나 되는 대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그 기다림이란 것이 한계에 다다르게 되었다. 소문과 뉴스에 지쳐갈 때 즈음, 바로 그 때, 영화가 유유히 대한민국의 스크린에 투사되었다.

드디어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구나! 전설처럼 들려 오던, 한국영화의 한 획을 그을, 신비의 베일 속에 꼭꼭 감춰졌던 그 영화를 보게 되었구나! 영화를 보기도 전에 감동의 눈물이라도 흘려야 할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고 초반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은 '아!'하는 한마디 탄성과 함께 정말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정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란 말인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만족이 미소가 얼굴에 흘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응원과 안타까움을 반반씩 받아들여야하는 자랑스러우면서 아쉬운 '새로운 시도'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김성수 감독은 이전 작품과 연장선상에서 소외계층에 대한 어우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그 소외계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너무 난립한 나머지 어느 하나에도 집중할 수가 없다. 영화의 중심을 이끌어 가야 할 주진모는 아직까지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정우성과 장쯔이는 출연의 필요여부 자체에 회의가 든다. 조연들이 빛나는 효과는 좋았으나 그 조연들을 한데 이끌어 가야할 주인공들의 아우라가 이들에게 묻혀버려 제 구실을 못한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결점으로 드러난다. 여솔, 최정, 부용의 삼각관계는 사전지식이 없이 영화를 봤을 경우 공감자체가 힘들 정도이며, 대사는 유치하고 이야기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사기스 시로의 단조로우며 촌스러운 음악은 화면과 따로 놀기 시작하면서 영화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트리며, 광활한 사막의 한가운데 옹기종기 모여있는 원군의 천막과 50명쯤 어울린 전투씬의 반복은 과연 '스펙타클'이란 미사어구가 합당한가에 대해 생각케 한다.

사실적인 검술, 창술, 궁술 등은 시선을 사로잡는데 부족함이 없고,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전장과 화려한 카메라 워크는 한국 무협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세계 배급을 목표로 기획단계부터 다국적인 영화를 지향했다는 점도 이 영화에 점수를 주고 싶은 요소로 작용한다. 인터넷마케팅을 비롯해 다양한 언론플레이와 홍보작업등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안성기라는 국민배우를 다시금 한국영화의 중심으로 불러들인 것도 만족스럽다. 연기 잘하는 조연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필자의 경우 주인공들이 죽을 때 보다 조연들이 하나 둘 죽어 나갈 때 더 많이 울었다)

갑자기 부용편 여솔편 최정편 진립편 등으로 세분화해서 미니시리즈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디테일한 스토리전개만 덧입혀진다면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2시간 35분 동안 감독은 너무 많은 것을 시간에 맞춰 쏟아 내려고 했고 다양한 의도가 필요이상의 넘쳐남으로 부족함만 못하게 되었다.

머리통이 휙휙 날아다니고 배가 갈라지고 팔이 잘려나가는 하드고어 액션이 쉼 없이 보여짐에도 심의는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파격적인 등급을 매겨주었고, 대부분의 언론들도 정우성, 주진모 등의 인터뷰기사를 다루거나 영화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띄워주기를 하고 있다.

<무사>가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요 흥행작이 되리라는 사실은 거의 자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의해서가 아닌 주변 여건에 의해서 관심을 받게 되는 일이 계속 이어지다가는 진짜 영화다운 영화를 보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제 기술로는 어디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경지에 올랐으니 얼마나 짜임새 있는 영화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 좀더 연구하는 한국영화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7 )
kpop20
좋은 기사네요   
2007-05-25 22:56
soaring2
무사 별로였어요/.   
2005-02-13 21:19
moomsh
무사하여튼 보지마셈 ㅋㅋ   
2005-02-07 23:36
moomsh
하지만 정우성은 여전히 멋지 ㅁㅋㅋㅋ   
2005-02-07 23:36
moomsh
저거 도대체 왜만든지 이해가안감;;   
2005-02-07 23:36
moomsh
무사 너무 재미없음;;;   
2005-02-07 23:36
cko27
맞아요 무사. 진짜 너무 한번에 여러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ㅜㅜ좀 아 쉬움   
2005-02-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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