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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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주인공 ‘강성재’로 안방극장을 찾은 배우 박지훈.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관심사병이었던 이등병 강성재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박지훈은 초연하고 덤덤하다. 성적이 잘 나왔다고 들뜬 모습을 보이면 남들에게 좋지 않게 비칠 수 있고, 스스로도 들뜨는 모습이 보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기쁜 순간이 올 때마다 오히려 마음을 낮추며 주어진 하루의 일과에 집중해 온 그였다.
인터뷰 내내 침착하던 박지훈이었지만, '팬'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에 환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박지훈은 팬을 향해 "어떤 단어라고 딱 형용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든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단순히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깊고 복합적인 마음이다. 팬들을 "내 전부이자, 계속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말하는 박지훈. 그는 최근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콘서트 무대 위에서 자신을 바라봐 주던 수많은 팬의 얼굴과 뜨거운 함성을 마주한 순간을 떠올렸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가.
무더운 여름에 촬영을 시작해 영하의 혹한기인 1월에 끝났다. 고생하며 찍은 만큼 보람도 크다. 최근 콘서트에 온 지인들도 드라마가 너무 재밌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해 주더라. 우리가 정말 열심히 잘 찍었구나 싶어 뿌듯했고, 호흡을 맞춘 정웅인, 윤경호 선배님을 비롯한 동료들과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전작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무려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른 뒤 선보이는 첫 드라마라 공개 전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다.
솔직히 부담감이나 불안함은 별로 없었다. 전작의 단종과는 완전히 별개의 작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캐릭터 비교보다는 오직 이 작품 안에서 뿜어낼 수 있는 유쾌한 에너지를 어떻게 살릴지만 고민했던 것 같다.
전작의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코믹한 감성이 짙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끌린 점은.
사실 내가 요리를 엄청나게 못 한다. 그래서 취사병 역할을 하면서 요리에 관심이 생길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먼저 들었다. 대본을 보니 현장에서 살을 붙이고 코믹하게 살릴 수 있는 구석이 굉장히 많아 보여서 아주 재미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감독님도 현장에서 하고 싶은 연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믿고 풀어주셨다.
촬영 전 따로 요리 연습을 하거나 특별히 준비한 과정이 있다면.
촬영 전에 요리 학원을 조금 다녔다. 요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까지는 안 되지만 칼질은 많이 늘었다. 워낙 요리를 못하고 관심도 없던 터라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요리와 좀 가까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멀어졌다. (웃음) 정말 요리는 내가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중에 진짜 군 입대를 하게 되더라도 취사병만큼은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공에 떠 있는 '게임 상태창'을 보며 연기해야 해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상태창을 바라볼 때 강성재만의 귀여운 표정이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촬영 때는 눈앞에 판넬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허공에 대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움직이고 다채로운 표정을 지어야 했다. 겉보기엔 혼자 정신없이 손짓하는 꼴이라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나중에 CG가 입혀진 완성본을 보니 어색하지 않고 유쾌하게 잘 구현되어 다행이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지훈이가 이렇게까지 망가지는데 출연료를 도대체 얼마나 ‘받은 것이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단연 와이어에 매달렸던 '미역 분장' 씬이다. 촬영 당일 의상을 받았는데 옷이 너무 많이 파여 있어서 노출 사고가 날 뻔했다. 급하게 현장에서 옷 한쪽을 단단히 묶어 조율하고 촬영했다. 할머니 분장도 기억에 남지만, 전신에 미역 옷을 입고 공중에 매달렸던 그 순간만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신선하고 강력한 충격이었다.
함께 코믹 연기를 이끈 배우 윤경호, 특별출연한 이상이와의 호흡 및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촬영 초반 독대 씬을 찍고 난 뒤, 윤경호 선배님이 ‘지훈아, 너는 순발력이 엄청나다. 애드리브를 던지는 대로 족족 다 받아낸다’고 극찬해 주셨다. 그 따뜻한 칭찬 덕에 긴장이 풀려 친형처럼 급속도로 친해졌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는 성재가 군대 햄버거(군대리아)를 대대장에게 계속 바치는 장면이다. 원래 가벼운 씬이었는데 선배님이 요즘 유행하는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처럼 안대를 쓰고 평가하는 설정을 제안하셔서, 지금 같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이상이 선배는 머슬카 종류에 조예가 깊으신데, 마침 나도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쉬는 시간마다 차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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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쟁쟁한 남성 선배 배우들과의 '남남 케미(호흡)'가 독보적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웃음)
진짜 맹세코 비결 같은 건 전혀 모르겠다. 선배님들이 왜 이렇게 예뻐해 주시는지 나도 진심으로 궁금하다. 성격상 잘 보이기 위해 살가운 아부를 떨거나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걸 전혀 못 한다. 그렇다고 이유를 여쭤볼 수도 없고 (웃음) 그냥 있는 그대로 행동하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촬영이긴 하지만 혹독한 군 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니 어땠나. 대한민국 장병들의 노고를 간접 체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혹한기 야외 전술 훈련인 KCTC 훈련을 깊은 산속에서 촬영할 때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추웠다. 핫팩을 도배하지 않으면 동상에 걸릴 것 같은 날씨라, ‘컷’ 소리만 나면 다들 히터 앞으로 달려가 몸을 녹였다.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이 참 매력적이었고, 현장에서 실제 소총을 소품으로 들고 성재 캐릭터에 과몰입해 산속을 뛰어다니며 사격 흉내를 내고 재미있게 놀았다. 메이킹 카메라에 내 장난치는 모습이 안 담겨 팬분들께 보여드리지 못한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얼마 전 생일(5월 29일)이었다. 천만 배우 등극과 드라마 대박이라는 겹경사 속에서 맞이한 생일이라 더욱 각별했을 것 같은데, 생일 직후 팬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마쳤다.
생일 주기와 비슷하게 콘서트를 열 수 있어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냥 365일 중 생일인 하루일 뿐이다. 그날도 스케줄하고 콘서트 연습에 열중한 평범한 날 중 하루였다.
콘서트 토크 도중 팬들을 향해 던진 심쿵한 '플러팅 멘트' 쇼츠가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이던데. 미리 준비한 필살기인 건가. (웃음)
(웃음) 절대 아니다. 대본에 있었거나 미리 연습해 간 멘트가 전혀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팬분들의 뜨거운 눈빛과 함성을 마주하는 순간 즉흥적으로 튀어나온 진심이었다. 오랜 시간 아이돌 생활하며 팬들과 소통했던 짬(?)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한다.
가요, 드라마,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전부 휩쓸며 '최초의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짊어져야 할 왕관의 무게만큼 앞으로의 포부나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
원래 사서 걱정을 하거나 미래에 대해 거창하게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다. 내 가치관은 성적이나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고, 매 순간 나에게 온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성적이나 이런 부분에 갇혀 있으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진 스케줄을 잘 소화해 내는 것이 목표이자 포부다.
올라운더로 맹활약하면서 연이은 성공에 들뜰 법도 한데, (웃음) 매우 덤덤해 보인다.
타고난 성향 때문인 것 같다. 평소 남들한테 피해 끼치는 것을 되게 싫어한다. 내가 막 들떠 있는 모습이 남들한테는 좋지 않게 보일 수 있고, 으스대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유로 좀 조심하는 것도 있고, 들뜨려고 해도 내 안에서 스스로 자꾸 낮추려고 하는 것 같다. 지금은 그냥 나에게 주어진 일과 업무들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훈을 들뜨게 하는 게 있다면. 문득 궁금해진다.
바로 '휴가'다. 예정된 쉬는 날이 다가오거나 예상치 못한 꿀 같은 휴일이 갑자기 생기면, ‘뭐 하지, 어디 가지?’ 하면서 들뜬다. 사실 쉬는 날 특별히 뭔가를 하진 않는데 상상만으로 도파민이 돋는 것 같다. (웃음)
<약한 영웅> 시리즈의 ‘연시은’,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 이번에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강성재까지. 강렬한 '인생 캐릭터'를 단기간에 여러 개 구축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진짜 너무 감사하다. 때때로 내 이름이 아닌 배역으로 불러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때 되게 기분 좋다. 촬영할 때도 ‘지훈아’가 아닌 ‘성재야’라고 불려지면, 내가 정말 이 촬영 현장에서 연기를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음… 나쁜 역할을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착하고 불의를 못 보는 캐릭터 위주였기 때문에, 나쁜 역할을 맡았을 때 내가 어떻게 느끼고 표현할지 너무 궁금하다. 또 악역을 맡아 작품이 잘 되었을 때, 시청자들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지도 궁금하다. 왜 식당 같은 곳에 가면 일일연속극 보시면서, 극에 몰입해서 실제 배우한테 막 뭐라고 하시지 않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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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방대한 분량만큼이나 시즌제 제작을 바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은데, 드라마 결말의 분위기와 시즌제 가능성에 대해 힌트를 준다면.
성재가 혼자만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후반에 일어난 어떠한 일을 막으면서 해피하게 끝난다. 감독님이 시즌2의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열어 두신 결말이 아닌가 한다.
정식으로 시즌2 제안을 받게 된다면 기꺼이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일각에서는 높아진 위상 덕분에 캐스팅이 힘들지 않겠냐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더라. (웃음)
위상이 높아졌다기보다는 기간과 시기가 맞아야 할 것 같다. 배우뿐 아니라 아이돌로서 활동도 계속 병행을 하고 싶기 때문에 특히 시기가 잘 맞아야 한다. 나만 좋다고 해서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다른 선배님들의 시간도 맞아야 하기 때문에 많이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만약 시즌2를 하게 된다면 똑같은 팀원들로 다시 한번 팀을 구성해서 하고 싶은 의향은 있다.
오늘 인터뷰 장소(카페) 밖에도 많은 팬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더라. 박지훈에게 있어서 '팬'이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팬은 사랑의 상위 표현이다. 어떤 단어 하나로 딱 형용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있어서 얘기하기가 참 힘든 것 같다. 그냥 사랑이 아니라 조금 복합적인, 어떻게 보면 좀 북받쳐 오르는 것도 있다. 이 긴 시간을 함께해 준, 처음부터 지금까지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도 계시고 이번 작품이나 아이돌 활동으로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 모두를 포함해서 팬은 내 전부라 하겠다. 계속 움직이게 만들어주는 존재들이고 그렇기에 팬분들과 만나는 시간이 되게 소중하다. 근래에 제일 행복했던 순간도 콘서트였다. 나는 한 사람이지만 나를 응원해 주는 많은 팬분들을 무대 위에서 바라보던 그 광경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차기작을 검토하는 기준이나 향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제안받은 작품은 여럿이지만, 지금은 당분간 팬미팅이나 해외 콘서트 같은 아이돌로서의 활동을 하려고 한다. (가수) 공백기가 너무 길었어서 가까이에서 팬 여러분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게도 이 시간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연기는 앞으로 어떤 작품이 들어오든 어떤 캐릭터든 다 다르게 잘 소화해 내고 표현하도록 노력하려 한다.
그룹 '워너원(Wanna One)' 멤버들이 <취사병 전설이 되다>를 본 리액션과 오랜만에 다시 뭉쳐 활동을 준비할 때의 소회도 궁금하다.
멤버들이 장난기가 많아서 본방 사수 인증샷을 보내며 놀리기 바빴다. 오랜만에 다시 뭉쳐 활동을 준비할 때는, 첫 연습 전날까지만 해도 서로 너무 비즈니스적으로 변해있지는 않을까 혼자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연습실 문을 열고 멤버들의 얼굴을 마주한 지 얼마 안 돼서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다들 활동 초반의 모습 그대로 장난 치고 있었고, 카메라가 없을 때는 예전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였다.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멤버들과 다시 뭉쳐서 활동하고 싶다.
앞으로 군복무를 해야 하는데, 해병대 수색대를 자원하려 한다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한번 가는 군대, 이왕이면 좀 힘든 곳에 있다 오자는 마인드다. 자원해서 시험을 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인 만큼, 그렇게 입대한다면 또 다른 배울 점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워낙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을 좋아해서 비행기나 헬기를 타고 내려오는 강화 훈련도 기대된다.
입대로 인해 잊혀질까 봐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요즘에는 입대 전에 작품을 미리 찍어놓고 들어가는 추세라, 군대에 있는 동안 그 작품들이 방영되면 팬들이 체감상 느끼는 공백기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추후 일정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런 방식이 된다면 가장 베스트가 아닐까 한다. 해병대에 지원할 수 있는 나이 제한이 있어서 적어도 내년에는 꼭 가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에서 가지 말라고 해도 무조건 갈 거다. (웃음) 물론 수색대는 시험을 보고 붙어야 하는 곳이라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설령 시험에서 떨어지더라도 일반 해병대로라도 무조건 입대할 생각이다.
사진제공. YY엔터테인먼트
2026년 6월 22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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