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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투루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파’ 넷플릭스 <동궁> 남주혁
2026년 8월 3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왕자들이 연이어 죽어 나가자, 왕(조승우)은 귀의 세계를 오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구천’(남주혁)을 궁으로 불러들이고 그의 파트너로 ‘생강’(노윤서)을 붙여준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귀(鬼)를 감지하는 두 사람이 동궁에 깃든 저주의 비밀을 파헤치는 사극 판타지 <동궁>이다.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이는 궁중 오컬트 판타지라는 점은 물론, 군 전역 후 남주혁의 첫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남주혁은 귀신을 마주하는 강렬한 액션부터 비밀을 품은 인물의 묵직한 감정선까지 소화하며 한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구천의 중심에 ‘외로움’을 두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인물의 내면을 완성했다. <동궁>을 통해 “허투루 연기하는 배우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남주혁을 만나 작품과 캐릭터, 그리고 배우로서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군 전역 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공개된 소감이 어떤가.
일단 되게 후련하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 함께 출연한 배우분들이 다 같이 무덥고 추운 날씨 속에서 노력하고 힘내서 만든 작품이 이렇게 대중분들에게 공개됐다는 것 자체가 후련한 마음이 크다.

촬영 도중 화재 등 어려움도 있었는데, 스태프들과의 팀워크나 느낌이 남다르지 않았나.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게 가장 다행이었다. 그 이후에도 무사히, 그리고 빠르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신 분들께도 너무 감사하다. 그러다 보니 다 같이 좀 더 으?으?하는 분위기도 생겼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서로 힘을 더 모았던 것 같다.

군 복무 시절 대본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귀의 세계와 인간 세상의 경계에 선 '구천'이라는 인물에 끌린 이유는.
대본을 봤을 때 ‘귀의 세계’라는 글들이 상상만 해도 너무 화려했다. 과연 이걸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했고, 궁궐이라는 공간과 전혀 맞지 않는 구천이라는 인물이 궁 안에 들어갔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도 기대됐다. 실제로 궁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물을 만들려고 더 노력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귀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오면서도 양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자기 일을 해내는 인물인데, 어떻게 하면 구천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구천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갈 때 중심에 둔 기본 감정선은 무엇이었나.
첫 번째는 외로움이었다. 구천이를 만들어갈 때 명확하게 외로움을 집어넣었고, 그 외로움에서 생겨나는 여러 감정들을 하나씩 파생시켜 나갔다.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고 사람들과 담을 쌓은 인물이다. 생사를 오가는 귀의 세계든 현실 세계든 그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다. 왕의 명령으로 궁에 들어가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것보다 내가 살아서 나갈 수 있을지, 악귀가 되지는 않을지를 더 고민한다. 그런 모든 지점이 결국 외로움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했다.

각각 왕과 대비를 연기한 조승우, 장영남 같은 대선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선배님들과 많은 신을 함께하지는 못했다. 혼자 귀의 세계에 있는 신이 많아서 승우 선배님과는 10신도 안 됐고, 영남 선배님과도 5신이 안 될 정도로 짧았다. 그래서 그 짧은 순간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한편으로는 더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남았다. 촬영이 끝난 뒤 승우 선배님께 다음에는 더 많이 호흡할 수 있는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조그만 편지를 남겼다. 그랬더니 선배님이 “꼭 그렇게 하자. 고생 많았고, 힘든 티 안 내고 잘 해내서 대견하다.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장문의 답장을 보내주셨다.

가장 많은 신을 함께한 ‘생강’ 역의 노윤서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두 인물이 처음에는 호흡이 잘 안 맞고 불협화음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했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살던 두 사람이 왕의 부름으로 함께 움직이는데, 구천은 너무 하기 싫어하고 생강은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한다. 이런 고민을 촬영 전부터 감독님, 작가님, 윤서 배우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유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빠르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구천과 생강의 관계와 감정의 흐름을 표현할 때 초점을 둔 부분은.
애초에 전우애와 동료애로만 접근하자고 했다. 로맨스라는 생각은 1도 갖지 않고 연기했다. 그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전우애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그렸고, 그게 보시는 분들에 따라 로맨스처럼 느껴지기도 한 것 같다. 툴툴대는 연기도 그냥 툴툴거리는 게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툴툴거리는 식으로 완급 조절에 신경 썼다.

사극 톤이 아닌 일상적인 말투에 대해 호불호 반응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호불호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저희 작품을 많이 봐주셨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구천은 궁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고, 왕족이나 궁의 규율도 잘 모르는 상태로 들어왔기 때문에 행동과 말투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만약 전형적인 사극 말투를 썼다면 이렇게 자유롭고 다양한 모습의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에 이미 그렇게 완성돼 있었고, 나는 내 방식대로 몸을 실었을 뿐인데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귀신이나 귀의 세계를 연기할 때 상상력이 필요했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
원래 상상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무비컷이 나오는 게임들을 많이 하다 보니 귀의 세계라는 공간에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장 세트가 단순히 CG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술적으로도 이미 꽤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배우들이 훨씬 수월하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물에 들어가는 장면이나 액션 세트들도 대부분 배경 외에 필요한 세팅이 완성돼 있었다.

CG 캐릭터인 '꺼먹살이'와의 호흡이 인기다. (웃음) 형체 없는 대상과 어떻게 연기했나.
꺼먹살이가 인기가 많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꺼먹살이 친구가 처음 하는 연기일 텐데, 너무 처음부터 인기를 많이 얻으면 어떡하나 싶기도 했다. (웃음) 연기할 때 모형(인형)이 존재하긴 하지만 슛이 들어가면 치워야 한다. 그래서 슛 들어가기 전까지 모형을 빤히 쳐다보면서 디렉션에 따라 ‘이쯤 어깨에 올라오겠구나’, ‘얼굴이 여기 있겠구나’ 하면서 혼자만의 꺼먹살이를 만들어갔다. 뱀에 먹히는 신에서도 초록색 베개 모양의 폼을 들고 같이 뒤집어지거나 끌어안는 등 감독님과 머리를 맞대고 액션을 만들어냈다.

귀신들에게 양기를 뺏겨가며 피폐해지는 설정을 위해 감량도 한 건가.
촬영 초반에는 84~85kg 정도 나갔는데, 양기를 잃어가는 상황에 맞춰 마지막에는 78kg 정도까지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 촬영 스케줄이 완벽하게 순서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그 흐름에 맞게 자연스럽게 빠진 모습이 화면에 잘 담긴 것 같다.

수중 촬영이 유독 많았다. 어린 시절 수영 선수 경력이 도움이 되었나.
어릴 때 동네 수영장에서 한 수영은 깊이가 1m 남짓이었는데, 수중 세트는 깊이가 6m에 달하고 3~4m까지 내려가야 해서 어린 시절 경험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웃음) 사방이 물인 공간에서 연기하려니 처음에는 겁이 많이 났고, 살짝 물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다. 물 세트, 연못, 항아리, 폐우물 등 귀의 세계로 가는 매개체가 물이다 보니 셀 수 없이 물에 들어갔다. 다행히 안전하게 촬영을 마쳤다.

영화 <안시성>, 디즈니+ 시리즈 <비질란테> 등 액션 경험이 많다. 이번 판타지 오컬트 검술 액션은 어땠나.
워낙 이런 장르와 액션을 좋아하기도 하고, 배우는 데 두려움보다 설렘이 컸다. 합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힘들기보다 즐거웠다. 다행히 몸을 잘 쓰는 편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어서 (웃음) 더 시너지를 만들며 즐겁게 임했다. 촬영 중에도 주 2~3회씩 액션 스쿨에 가서 다음 액션 신에 대한 합을 맞췄고, 집에서도 장난감 칼을 받아와 영상을 보며 발 스텝과 움직임을 혼자 계속 연습했다. 다만 액션 신이 2주 정도 연달아 붙어 있었을 때가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두 개의 액션 합을 한 번에 다 외워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몸주신 할아버지와 싸운 직후 세자와 싸우는 액션이 이어졌다. 나름 체력이 좋다고 생각하는데도 그때는 정말 누구라도 힘들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웃음)

후반부 세자 귀신으로 분한 곽동연과의 액션 시퀀스에서 많이 고생했겠더라. 호흡은 어땠나. 마침 며칠 전 군 입대한 곽동연에게 군대 선배로서 선임에게 사랑받는 팁 등 조언 한마디! (웃음)
짧은 신들이지만 무더운 여름에 분장도 많이 하고 옷도 껴입어서 정말 힘들었다. 서로 의지하면서 2~3시간 일찍 현장에 나가 합을 새로 맞춰보고 디테일을 수정했다. 눈만 봐도 ‘진짜 고생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 노력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다행이다. 군 입대를 앞둔 동연에게는 선임에게 사랑받으려고 하기보다 후임이 들어오면 사랑을 많이 주고, 무엇보다 몸 조심히 안전하게 다녀오라고 해주고 싶다.

군 복무를 마치고 경험이 쌓이면서 요즘 연기에 대한 생각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더 자유롭게, 더 잘 놀아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어떤 역할을 맡으면 그 역할의 직업적이든 환경적이든 스스로 배제시키거나 제약을 두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인물들을 계속 만들어가고 경험하다 보니, 또 주변에 멋진 선배님들의 연기를 함께 볼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그럴 때일수록 그냥 더 자유롭게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군대라는 변곡점을 거쳐 배우 인생 2막을 맞이한 셈인데, 스스로 변화된 점이나 목표가 있다면.
군 생활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내가 항상 예전에 인터뷰할 때도 ‘10년 뒤의 내가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이야기해왔는데, 그런 스스로를 돌이켜볼 수 있었다. 항상 목표를 10년 뒤의 나 자신으로 두고 20대 때 연기하며 살아오다 보니까, 군대에 있을 때 그 10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게 되더라. 정말 내가 목표한 바를 충분히 이뤘는가, 연기적으로든 삶으로든 20대에 꿈꿨던 목표를 이뤘는가 생각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웃음) 그렇다고 불만족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냥 잘 지내왔구나’ 정도였다.

군대에서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생각해봤을 때 이제는 그렇게 못하겠더라. 10년이라는 계획을 세워놓고 앞으로 달려나가기에는 체력이 안 될 것 같아서, 짧게 5년이라는 시간으로 줄여보자 싶었다. 5년 안에 이루고 싶은 새로운 목표를 갖고 남주혁으로서든 배우로서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을 스스로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목표는 배우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고, 좋은 연기로 매 작품 호불호가 나뉘더라도 어떻게 하면 극 전체를 더 좋은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갖고 성장을 생각하고 있다. 인간적으로는 항상 생각이 너무 많다 보니 어떻게 하면 걱정을 좀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에 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겨내보려 하고 있다. 거창한 목표는 없다.

이번 <동궁>을 통해 시청자에게 어떤 배우로 남았으면 하는지.
<동궁>을 본 시청자분들이 ‘그래도 허투루 하는 배우는 아니구나’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드신다면 좋겠다. 극을 위해서 한 노력이 티가 나든 티가 나지 않든, ‘남주혁이라는 배우는 겉으로만, 작품을 허투루 하는 배우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아직 <동궁>을 시작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너무 무서울까 봐 시작조차 못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꺼먹살이라는 정말 귀여운 친구도 있고 생각보다 내용 또한 너무 무겁지만은 않다. 무더운 여름을 2배, 3배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니 부담 없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6년 8월 3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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