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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한 해장국 대접해주고 싶은 모건 스펄록 감독
인터뷰 | 2004년 11월 10일 수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한때 서양의 식생활 문화가 급속도로 한국사회에 침투하는 현상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더랬다. “내 나중에 아이를 낳게 되면 기필코 패스트푸드 음식보다는 설렁탕이니 도가니탕이니 하는 한국적 음식들을 꼭 자주 먹이리라....” 아주 노땅스런 이 같은 구시대적 다짐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인지 자각하기까지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허나, 본 필자의 나름의 의연한 결의가 아주 심하게 허황된 생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행스럽게도 모건 스펄록 감독의 <슈퍼 사이즈 미>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됐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그런 되도 않는 촌스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냐”며 본 기자를 탄압하고 능멸했던 주변의 그네들을 생각하니 아주 고소함이다.

어쨌든, 패스트푸드가 얼마나 우리에게 유해한지를 직접 실험 대상이 돼 신랄하게 들춰낸 모건 스펄록 감독의 <슈퍼 사이즈 미>는 참으로 여러 가지로 유의미한 함의를 가진 다큐다. 몸을 좀 먹는 다양한 증상과 10kg 이상의 지방 가득한 살을 반대급부로 한 달 내내 하루 세끼 맥도날드 푸드로 뱃속을 채운 모건 스펄록 감독에게, 그 느끼찬란한 패스트푸드의 개운치 않은 거북스러움을 확 가시게 해줄 얼큰하고 시원한 해장국, 정말이지 대접해 드리고 싶다.


자신의 몸을 학대하면서까지 어떻게 이런 기획을 떠올리게 되었나요?
2002년 추수감사절 날 어머니 집에서 자신들의 비만의 책임이 맥도날드에 있다고 고소한 두 소녀의 뉴스를 보게 됐습니다. 맥도날드의 대변인이 나오더니 그들의 비만과 자신들의 음식은 아무 관계가 없으며 자사의 제품이 건강에 좋고 영양이 풍부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죠, 그렇게 좋은 거라면 한 번 매일 먹어볼까? 내가 원해서 하는 짓이니까 별 문제 없었죠. 그렇게 우연하게 떠오른 아이디어로 <슈퍼 사이즈 미>는 시작된 겁니다.

맥도날드를 30일간 먹으면 어떻게 될 것 같던가요?
세 명의 의사들을 만나봤는데 체중이 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거라고 하더군요. 또 간이 과잉된 지방을 처리해 줄 거라고 하고...

그래서 어떻게 됐죠?
완전히 무기력해지고 지쳐갔죠. 패스트푸드를 먹기만 하면 엄청난 두통에 시달리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치솟고 혈압도 올라갔습니다. 한 달 사이에 무려 11킬로그램의 체중이 늘었고 간이 지방으로 가득 차 버렸죠. 의사 한 분은 내 간이 '파떼(짓이긴 고기나 간을 요리한 것)'같이 됐다고 하더군요. 결국엔 멈춰야 한다고 의사가 간곡하게 말렸지만 그럴 수 없다고 하니까 매우 낭패스러워 하더군요.

왜 예상하던 결과를 얻었는데도 그만두지 않죠? 3주째가 되자 본인의 건강 기록이 그렇게 엉망이 됐는데도 말입니다.
저도 어느 순간엔 정말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저기 의사나 친구들, 엄마한테까지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형한테도 전화를 했어요. 형은 "이 언덕에서 조금만 밀어줄게. 무지 재미있을 거야"라고 했었죠. 그러더니 또 "모건, 사람들이 그런 정크 푸드를 평생 먹고 사는데, 네가 9일 더 먹는다고 큰일이야 나겠냐?"라고 거들더군요. 그 때까지 듣던 말 중에서 가장 말이 되는 얘기였죠. 그래서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중간에 뭘 그만 두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나쁜 냄새가 나기 시작하던가요?
오! 평균 미국인들 이상으로는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았지만 사우나에는 가서 땀은 좀 빼긴 했죠. 그런데 사우나에서 나오면 누군가의 몸에서 치즈버거 냄새가 나는 거예요. 난 그게 내가 아닌가? 추측을 하곤 했죠.

그렇다면 좀 안심이었겠군요. 30일간 맥도날드를 먹은 후에 건강이 그렇게 안 좋아졌다면 소송도 생각해 보셨을 텐데? 이전에는 기각했지만 이번엔 좀 더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사실 저는 법적 소송이야말로 이런 종류의 문제를 다루는 데 가장 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 없거든요. 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기업의 책임은 어디에서 끝나고 개인의 책임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이 영화는 맥도날드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영화에서도 다뤘듯이 학교까지 포함해서 우리의 생활 전반을 접수한 패스트푸드 문화 전체에 대한 공격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격분하기를 원했어요.

걸어 나오며 이렇게 말하는 거죠: "우리 애들이 학교에서 뭘 먹고 있는 거야?" 부모들은 애들에게 3달러를 주면 애들은 그걸로 학교에서 피자나 버거, 아이스크림, 사탕, 탄산음료 이런 것들을 사먹는 거죠. 부모들도 이제 신경을 써야 합니다. 모두들 요즘 애들이 주의력 결핍 장애를 가지고 있다면서 '리탈린(주의력 결핍/과활동성 장애 (ADHD) 치료제로 시판중인 Novatis 제약의 약품)'을 먹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입에다 약을 한 가득 쏟아 붓기 전에 애들에게서 탄산음료나 정크 푸드를 뺏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요?

하지만 여전히 이 영화는 패스트푸드를 먹는 사람들이나 부모들보다는 맥도날드에 대해서 더욱 강경한 것 같습니다. 그 회사에 대해서 당신이 불편하게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내가 느끼는 그 기업의 문제는 그들의 마케팅 방식,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방식에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 만화영화 프로그램을 틀어 보면 자전거 광고는 아마 한 번 정도 나오는 반면, 3시간 내내 이어지는 정크 푸드 광고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서부터 이런 메시지들을 보게 되는 셈이죠. 그래서 애들한테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맥도날드라고 대답할 겁니다. 맥도날드 광고에 등장하는 광대 이름까지 대면서요. 하지만 이 광대가 맥도날드의 음식을 먹는 걸 본 적이 없죠. 그게 무슨 의미일까요? 왜 그는 그렇게 키가 크고도 날씬한 건가요?

선댄스에서 첫 상영 이후 6주 후에 맥도날드는 슈퍼 사이즈 메뉴를 단계적으로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물과 만보계, 그리고 운동 팜플렛을 껴 주는 새로운 성인용 '활동적 해피밀 (Go Active Happy Meal)' 메뉴를 출시했습니다. 자사의 책임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볼 때 맥도날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지켜보자구요. 아직 새 발의 피인걸요. 사실은 사람들이 맥도날드에 가서 샐러드를 사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험하는 동안에 10끼마다 한 번씩은 샐러드를 먹어봤어요. 하지만 '건강 식단' 메뉴가 그리 건강하지는 않더군요. 드레싱을 한 농장 스타일 치킨 샐러드가 빅 맥보다 칼로리가 더 많이 나가거든요.

그럼 뭘 추천하시겠어요?
난 빅맥을 사랑해요. 그걸 추천까지는 못하겠지만 맥도날드에 가면 빅맥을 먹어봐야죠. 최고의 샌드위치니까.

영화 초반에 먹었던 '더블 치즈 쿼터 파운더'는 넘기지도 못하더군요. 그게 사흘째?
이틀째였죠.

이틀째였다고요? 그렇게 허약한 체질이었던 말이에요?
네, 제가 좀 가냘프죠, 보고도 모르세요? 저도 연약한 남자랍니다. 자, 그럼 어서 가서 당신도 그거 하나를 다 먹을 수 있나 볼까요?

문제없죠. ㅎㅎㅎ


자료제공: 튜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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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3mong
오호... 대단한 감독이죠~ ㅋ 멋있어요~ 햄버걸 그렇게 먹다니..윽..ㅋ   
2005-02-06 22:47
soaring2
자기몸을 희생해서 찍다니..대단합니다~ 패스트푸드..비만의 원인이죠..   
2005-02-0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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