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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화로 사람들과 행복을 이야기 하고 싶다 <좋아서 만든 영화> 고달우 & 김모모
좋아서 만든 영화 | 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오늘도 시사회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고달우(이하 ‘고’) 인터뷰 마치고 관객과의 대화 때문에 시사회장으로 가야한다. 시사회만 벌써 (손가락으로 세어보며)못해도 10번은 넘은 것 같다.

개봉전인데도 시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관람하며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좋아서 만든 영화>는 가볍게 음악과 영화가 한 데 어우러진 놀이 같은 영화인데, 갑자기 이런 관심을 받게 되니까 내 자신도 놀랐다. 이러면 안되지만 점점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웃음)
김모모(이하 ‘김’) 고달우 감독은 부산을 가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적인 완성도 부분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를 전공하고, 단편 작업도 해왔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나보다 영화적 부분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고달우 감독과는 반대로 완성도 부분에서 조금은 미흡하더라도 관객에게 쉽게 전해질 수 있는 영화의 따뜻함이 있었기 때문에 별로 걱정을 안했다.(웃음)

처음 이 영화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골방에 갇혀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을 때, 밴드 리더인 (조)준호가 같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제천을 지나 부산국제영화제를 간다고 해서 머리도 식힐 겸 따라 나섰다. 여행에 동참하는 겸 ‘좋아서 하는 밴드’를 홍보할 수 있는 영상을 찍어주기 위해 카메라를 빌려 가려고, 회사에 다니고 있던 김모모 감독에게 연락했다.
갑자기 연락이 왔다. 회사에 남는게 카메라지만 정확히 촬영일정이 잡혀 있어서 좋은 카메라는 없었고, 때 마침 안 쓰는 카메라가 있어 그것을 빌려줬다.
근데 김모모 감독이 베터리를 충전해도 1시간을 못 가는 카메라를 빌려줬다.(웃음) 촬영을 해야 하는데, 몇 분 찍자 마자 꺼져서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래서 그 카메라로 찍은 장면은 몇 장면이 안 된다. 때마침 (안)복진이가 들고 온 핸디캠이 있어서 그걸로 대신 찍었다. GV때 항상 관객들에게 가정용 캠코더로 옆에 친구 이야기를 찍어서 영화를 개봉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보잘것없는 작은 시도가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첫 상영 때는 어땠나?
작년 6월 23일, ‘좋아서 하는 밴드’의 공연과 함께 처음으로 클럽에서 영화를 상영했었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은 영화 속 주인공들인 밴드를 만나고,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영화를 좀 더 깊게 받아들였다. 영화 후기만 보더라도 단순히 ‘영화가 너무 좋아요’ 라는 일반적인 글보다 영화에 공감하고,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었다라는 글이 많다.
첫 상영을 보고 어느 한 관객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다. 계속해서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께서 칭찬도 해주시고 감사 드린다.

시사회 때 매번 GV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느 날 시사회가 끝나고 GV를 하는데 ‘좋아서 하는 밴드’가 사정상 불참했었다. 그 때 ‘좋아서 하는 밴드’에 대한 질문이 들어와서 우리가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리더인 (조)준호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답변을 받은 경우도 있다. 단순히 묻고 대답하는 형식에서 벗어난 그런 자그마한 노력들이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더욱더 영화에 애정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 것 같다.
또 하나는 <좋아서 만든 영화>가 정식 개봉을 확정한 날 있었던 시사회 때다. 작고 힘없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대목에 개봉을 하게 되었다. 근데 알고 보니 <아바타> <전우치>가 개봉을 하더라.(웃음) 아무튼 GV 시간에 개봉한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날 예전 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는데, 10만 관객 들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그 때 처음 말했다. 이제는 기정사실화가 되어 버렸다.(웃음) 그 날 질문도 좋고 밴드 공연 호응도 좋아서 춤도 추고 앨범도 팔았다. 나중에 보니 이런 우리의 모습들이 UCC에 찍혀져 있더라.(웃음)

개봉하기도 전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영화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아까도 말했듯이 <좋아서 만든 영화>는 기술적인 완성도가 부족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다루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보여주며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다.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다양한 삶의 의미들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달우 감독
고달우 감독
두 감독 모두 직장 생활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힘들지 않은가?
힘들다. 저번 주부터 살인적인 스케줄과 함께 퇴근하고 쉬어 본적이 없다.(웃음) 오늘처럼 인터뷰나 시사회가 끝나고, 회사로 직행할 때는 너무 힘들다.
괜찮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웃음)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와는 어떤 차별성을 염두해 두고 만들었나?
영화는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화법과는 다르게, 요즘 예능에서 추구 하는 인터뷰 방식을 많이 차용했다. 동일한 상황을 가지고 4명의 인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서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과정에 집중하며 차별화를 뒀다.
영화는 각자의 인터뷰를 통해서 내러티브가 형성된다. 상황의 관련된 인물은 (조)준호와 (황)수정인데, 인터뷰는 (안)복진이가 하는 방식으로, 다른 친구들이 바라본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클로즈업으로 친구들을 따라가며 여러 상황에 놓이게 된 그들의 얼굴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공연 중 그들은 항상 웃고 즐기며 연주를 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좋아서 하는 일을 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힘듦과 고뇌가 있다. 영화 속 (조)준호랑 (황)수정이의 갈등장면처럼, 팀의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점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그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화를 관람하실 때 여러 상황에서 변하는 얼굴 표정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또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매끄럽지 못한 영상과 음향은 영화의 단점이라 말할 수 있다.
영화가 갖춰야 할 안정된 화면이나 사운드가 미흡한 것에 대해 관객들에게 미안하다. 사실 촬영 때 따로 마이크를 가지고 다닌 것이 아니기에 대사가 잘 안 들리는 장면이 있다. 그나마 인터뷰 때는 제대로 장비를 가춰서 녹음했다.
인터뷰도 새벽에 ‘물고기 자리’라는 시끄러운 카페에서 그나마 마이크를 설치하고 녹음을 한 것이다.(웃음) 반대로 부산영화제 장면은 이런 거친 음성이나 영상들이 영화의 힘을 실었다. 캠코더로 찍었지만 공연 도중 싸움이 일어나고 혼란스러운 상황의 현장감을 아주 잘 살려냈다. 때로는 깔끔한 영상보다는 CCTV화면이나 흐릿한 장면이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단순히 조명이 없고, 흔들리는 화면으로 일관한 영화 기술로서가 아닌 그 영상에 담긴 사실감이 관객에게 전달돼서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아직도 그 장면이 연출된 상황이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만약 더 좋은 카메라를 사용해 깨끗한 영상으로 찍었다면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실재상황이 아니라고 믿을 것이다.

부산 영화제 장면과 차에 불붙은 장면은 아직도 실제라고 믿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웃음)
만약 이 장면이 연출된 것이었다면 그 새벽에 고달우 감독이 전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웃음) 고달우 감독이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서울에 있던 나에게 전화를 했다. 연신 대박! 대박!’을 외치며 차에 불붙어서 영화가 흥행 할 거라고 좋아했다. 영화도 좋지만 그 때는 모든게 걱정이었다.(웃음)

처음에는 영화의 러닝타임이 120분이었다고 들었다.
영화를 다 찍어 놓고 보니까 80시간이 넘더라. <여배우들>도 처음 분량이 40시간이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2배 많았다. 이것을 가지고 1000피스 퍼즐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좋은 장면을 찾아서 끼워 맞췄다. 처음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서 스크립도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난의 연속이었다.(웃음)
초반 편집에 들어갔는데, 도통 시간 순서를 모르겠더라. 앞이 막막했다. 일단 시간 순서대로 배열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고민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구성하려 했다. 그래서 4명의 인물들을 각각 다루면서 기존의 다큐 형식을 보여주려 했다. 결과적으로 이 방식과는 다르게 영화가 나왔지만, 만약 그렇게 만들었다면 4명의 인생극장 5부작이 되어서 납품했을 것이다.(웃음)

<좋아서 하는 영화>는 찍는 것 보다 편집이 더 힘들었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편집이 몇 일 전에 끝났다. 일단 영화를 완성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많았다. 그래서 시사회를 보시고 관객들이 말해주는 부분을 최대한 반영해서 매번 가위질을 했다. 감독의 고집과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원한 우리들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도 고칠게 많은 사람인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제된 장면을 고치면서 어떻게 해서든 영화를 보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기에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겼다. <좋아서 만든 영화>는 점점 성장해 가는 영화다. 제천영화제부터 지금까지 편집을 수십 번 했다. 최근에는 앤딩 크레딧만 고쳤는데, 그 이유는 드디어 바라고 바라던 협찬이 들어왔기 때문이다.(웃음) 이 모든게 영화를 사랑해 준 관객들 덕분이다.

‘에너지 부스터 무비’라는 카피처럼 <좋아서 만든 영화>는 보는 이에게 활력을 불어 넣는다.
영화가 관객들의 수줍은 열정을 톡톡 건드는 작용점이 분명히 있다. 계속해서 영화를 보게 되니까 관객을 선동하는 부분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웃음) 말하자면 ‘직장인 사표 쓰기 프로젝트 – 지금 그대는 앉아만 있을 것인가! Right Now!’처럼.(웃음) 나치를 선동했던 괴벨스처럼은 아니지만 영화는 은근히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움직여 보겠다는 시도가 먼저였기 때문에 선동 보다는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영화라고 보셨으면 한다.
어렸을 적부터 감독이 꿈이었던 나에게 많은 친구들은 커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 물어봤다. 그때 친구들에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영화를 만들 거라고 했다. <좋아서 만든 영화>는 이 말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남들보다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GV시간에 계속 행복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이 때까지 행복했던 기억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 믿는다.
김모모 감독
김모모 감독
공동 감독을 하자고 고달우 감독이 권유했을 때 무엇이 마음을 움직였나?
예전에 영화를 하다가 사기를 당한 적이 있었다. 제작자가 돈을 들고 날라버린 사건으로 인해 실의에 빠졌고, 다시는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거라고 마음 먹었다. 그 이후 영화는 보는 거에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달우 감독이 제의했을 때 영화를 다시 시작하면 순탄치 않은 길을 갈 것이고, 예전에 당했던 것처럼 어려움도 있을 거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에 참여한다고 결정한 게 잘했다고 생각된다. 만약 그 때 선택하지 않았으면 후회를 많이 했을 것이다.
처음엔 1인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김모모 감독과 공동 작업을 한 이유는 영화 일을 오래하고 싶어서다. 어찌 보면 공동감독도 밴드와 같은 거다. 우리가 설립한 ‘알만한 사람들’의 취지는 열려 있는 마음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현재 영진위 지원이나 공모전을 통해서는 오랫동안 영화 일을 할 수 없다. <좋아서 만든 영화>처럼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힘을 모아 앞으로 50을 먹고도 영화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즐길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알만한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한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지속 가능한 청춘 사업의 일환으로 영화 말고도 연극, 공연, 다큐멘터리 등 좀더 다양한 작업을 할 계획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김모모 감독과 공동작업을 펼친 것이다. <좋아서 만든 영화>의 모든 수익을 바탕으로 투자금이 없는 재능이 있는 분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많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앞으로 ‘알만한 사람들’의 단기적 행보라 말하면 좋아서 하는 일을 하고 싶지만 못하는 분들에게 기회를 드렸으면 좋겠다.

<좋아서 만든 영화>는 제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제천의 많은 도움을 받은 작품이다. 두 감독에게 제천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에게 제천은 한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도시다. ‘낭만적이다’,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제천은 매번 강원도 넘어갈 때 지나가기만 한 도시였다. 근데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니까 제천이 갖고 있는 매력을 알겠더라.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 아름다운 도시다. 지금까지 많은 시사회 중 제천에서의 게릴라 상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무런 정보 없이 ‘좋아서 하는 밴드’의 공연과 무료 상영이라는 말만 듣고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잔디밭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자유롭게 공연도 즐기고 하니까 우리도, 관객들도 너무 즐거웠다. 어두컴컴한 극장이 아닌 밤하늘을 벗삼아 문화를 즐기는 잔디밭에서, 우리는 영화를 통해 그분들과 소통한 것이다. 앞으로 개봉을 하면 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겠지만 가장 추억에 남는 분들은 그 때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50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출연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 한희정과 몽니가 주연을 맡은 <춤추는 동물원>,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출연한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등 올해 제천영화제에는 유독 인디 뮤지션을 다룬 영화들이 많았다. 영화제에 출품한다고 했을 때 다른영화에 밀리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나?
물론이다. 다른 영화들 보다 우리 영화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웃음)
우리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영화는 그 영화들과 엄연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주제의식이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달랐다. <좋아서 만든 영화>는 밴드가 주인공이지만 좋아서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는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동화될 수 있겠다 하는 느낌을 주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잠시나마 락큰롤 인생에 흡뻑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 <좋아서 만든 영화>는 단순히 음악이 아닌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주제 의식으로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에, 오만한 소리일 수는 있겠지만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우리 영화의 만듦새는 허술하다. 하지만 그 허술함과 빈틈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까이 만드는 것 같다.
두 사람이 생각하기에 제천영화제에서 상영된 다른 음악독립장편영화들을 제치고 개봉을 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처음에 제천에서 노력 끝에 상영되고, 영화사 진진 대표님과 만남을 가졌다. 그분께서는 영화 시작과 함께 나오는 ‘당신은 지금 좋아서 하고 있습니까?’라는 말 한마디에 매료 당했다고 말씀하셨다.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고 영화를 보는 과정이 좋았고, 결국 행복을 귀결되는 마무리가 마음에 드셨다며 개봉까지 성사되었다.

영화 속에서 비춰진 부산은 좋지 않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던 곳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별일 없었나?
그 분을 또 봤다.(웃음) 그래도 작년과는 다르게 노래하는 중간에 제지는 안 하시더라. 예전처럼 중간에 제지하면 공연을 보는 관중들의 볼멘소리가 커지는 것을 이제 아셨던 거다. 노래가 끝나고 제지하자마자 팀의 리더인 준호가 바로 일어나 짐을 싸서 이동했다.(웃음) 이번에 해운대의 바다 소리와 함께 낭만적으로 영화 상영도 했는데, 그 때도 그분이 오셨다. 이번에는 허가를 맡은 상황이라서 괜찮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비가 왔다.(웃음)
그렇다. 부산은 왜 이렇게 안 도와주는지 모르겠다.(웃음) 부산에서도 제천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보자 해서 그 긴 해운대 백사장에다가 <좋아서 만든 영화> 엽서를 쭉 나열했다. 포스터도 붙이고, 영화상영을 알리는 피켓도 사용해서 많은 관객을 모았는데 비가 왔다. 그런데도 관객 분들께서는 비를 맞으면서도 자리를 지켜주셨다. 결과적으로 장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상영 도중 중지 했지만 그날 기자 분들에게 홍보를 많이 하는 기회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웃음)

영화의 주제가 20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에도 어필이 가능하다. 이것 또한 영화의 장점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맞다. 20대 말고도 시사회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보면 회사원들이 많다. 동시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을 다루고 있기에 그분들도 영화의 매력에 빠지는 것 같다. 이 밖에도 단순히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고등학생들도 시사회를 많이 찾아온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다양한 연령층이 있다는 것은 각자가 좋아하는 요소가 영화에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본다. 솔직히 개봉을 하면 자연스럽게 수익측면을 고려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관객이 곧 돈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로 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오래도록 하고 싶기에 아무쪼록 다양한 분들께서 찾아와주셔서 이 영화를 보셨으면 한다.

‘좋아서 하는 밴드’ 음악 중 두 감독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좋아서 하는 밴드’의 음악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웃음) 그들의 활동은 마음에 들지만 음악적인 면으로 봤을 때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팀의 리더인 준호가 음악에 있어서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그래서 ‘옥탑방에서’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또한 ‘취해나 보겠어요’라는 노래도 좋아한다. 올해 부산 내려갈 때 계속해서 듣던 노래인데, 그 당시 뭔가 안 되는 일이 많아서 답답했던 시기다. ‘비도 오지 않는 그런 밤이지만 오늘은 그냥 취해나 보겠어요’라는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 다음 음반에 실릴 곡으로 알고 있다.
저도 고달우 감독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곱으라면 아까 말했던 두 곡을 뽑고 싶다. 특히 ‘취해나 보겠어요’는 밴드 공연을 처음 본 날 들었는데, 가슴이 뭉클하더라. 그날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결정전을 하는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좋다는 축구를 잊게 만들 만큼 가슴을 울렸다.
‘좋아서 하는 밴드’의 음악은 CD로 듣는 것 보다는 거리에서 들어야 한다. CD로 들어 밴드의 음악성을 논한다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많은 기자 분들이 CD로 음악을 들은 뒤 굉장히 다듬어지지 않고,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말해줬다. 만약 그 분들이 거리에서 들었다면 아마 음악에 대한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자회견 취재 때 오프닝 공연을 맡았던 ‘좋아서 하는 밴드’의 음악을 처음 들었는데, 너무 좋았다.
‘옥탑방에서’ 같은 경우는 첫 번째 음반을 만들 때 팬들이 직접 코러스를 해주었던 곡이다. 이날 영화속 인터뷰가 있던 날이었고, 촬영도 했었다. 내 팬은 아니지만 밴드를 사랑하는 그들의 진심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준호가 매번 돈이 있어야 밴드도 한다고 말하지만 그 날 만큼은 돈 보다는 자신들에게 사랑을 보내주는 그 사람들 자체만 있어도 밴드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극중 ‘옥탑방에서’라는 곡이 나올 때 실제 옥탑방에서 이사하는 준호씨가 나온다. 음악을 위해 삽입한 의도된 장면인가?
아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각자의 삶을 좇아 가는 방식으로 촬영을 시도했다. 일단 준호가 이사를 한다고 해서 먼저 찍게 되었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인생극장 스타일을 탈피하고자 그 장면을 묵혀 놓았다. 근데 수정이가 떠난다고 말한 상태였고, 우연히 이사짐을 뺀 빈 방의 느낌과 자연스럽게 호응이 되서 편집 때 다시 삽입했다. 이번 영화는 이상하게 각 상황에 맞는 장면들이 찾아보면 다 있었다.(웃음) 워낙 분량이 많다 보니까 이런 장점도 있더라.

(인터뷰 도중에 팬이 두 감독에게 싸인을 부탁하고 이에 응했다.) 평소 싸인 많이 하는 모양이다?
제천에서 맨 처음 싸인을 해드렸는데, 너무 적응이 안돼서 힘들었다.
그래서 카드 결재 할 때 하는 싸인을 해버렸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날짜도, 성함도 안 물어보고 싸인만 해드린 거였다. 싸인을 받고 싶다는 자체가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오는 거라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정성을 다해서 싸인을 해드리고 있다.(웃음)
극중 여행에 동참했던 프랑스 친구 ‘해미’와 부산에서 만난 영화배우 손병호씨는 어떻게 해서 출연하게 된 것인가?
‘좋아서 하는 밴드’ 공연을 보고 음악이 좋아서 여행을 같이 떠난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나왔지만 영화의 마스코트 아닌가! 원래 많은 분량을 촬영했는데, 문제의 캠코더로 찍어서 이 정도로 나온 것에 만족한다.(웃음) 10만 관객이 들면 프랑스로 건너가 해미에게 이 영화를 보여줄 계획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손병호씨는 음악에 이끌려 출연하게 되었다. 사전 출연 제의 없이 그냥 음악이 좋아서 영화에 나오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그 다음날 공연도 잡히는 행운도 따랐다.

‘좋아서 하는 밴드’ 음반은 하림씨의 도움으로 완성되었다고 들었다.
‘물고기’라는 카페에서 녹음했는데, 하림씨가 자주 오셨다. 밴드의 음악을 들은 하림씨는 디렉팅은 물론 다른 뮤지션들을 소개시켜 주면서 음반 작업 이외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또한 하림씨는 VIP시사회에도 와서 자리를 빛내 줬다.

영화는 콘서트 장면 이후, 좋아서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을 동어반복적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영화의 흡입력이 조금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너무 일찍 엔딩을 위해 달려갔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모든 갈등이 일시 해소가 된 이후에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드라마적 요소가 필요했던 부분인데, 그냥 그들을 바라보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보면 여행을 시작으로 콘서트까지의 장면은 극영화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거기서 끝을 맺었어도 별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이후 밴드의 성장 과정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기 위한 욕심을 부려봤다.
그렇다.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콘서트 이후 ‘좋아서 만든 밴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끝나야 할 지점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에 불편함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진실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담담히 그들을 바라봐 달라는 우리의 의도를 알아주셨으면 한다.

두 감독이 생각하는 좋아서 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아이러니 한 것은 정작 우리가 관객들에게 좋아서 하는 일을 물어 봤지만 이렇게 질문 받아본 것은 처음이다. 이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지만 지금 한 마디로 정의 내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켰을 때, 좋아서 한 일이라 생각되면 그게 진정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닐까?
좋아서 하는 일은 행복이란 의미와 같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지만 그것을 발견하기란 쉽고도 어렵다. 개인적인 바람은 하루빨리 행복을 끄집어 내서 모두가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다. '모모'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바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사람들이 바쁘다 하니까 바쁘게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한 번쯤은 여유롭게 말하면 여유로워 지는데…’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 사진_ 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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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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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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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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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모감독님 좋아좋아   
2010-01-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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