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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건 주변이고, 나는 나대로 살아야죠 <굿바이 썸머> 김보라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한국 사회의 전쟁 같은 입시를 다룬 드라마 < SKY 캐슬 >에서 도발적인 고등학생 ‘혜나’ 역으로 대중의 관심을 쑥 빨아들인 김보라가 학교 로맨스 <굿바이 썸머>로 관객 앞에 선다. 전작 드라마에서 강인한 선배 염정아와 불꽃 튀는 대결 신을 성사시킨 그는 이제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얼굴이 됐다. 평범한 삶에 뒤따르는 관심이 때로 적정선을 훌쩍 넘어 그를 놀라게 하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을 내보여야 하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그런 불편함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짐짓 의연하게 말한다. “변한 건 주변이고, 나는 나대로 사는”게 중요하다는 김보라는 때로 짓궂고 성가신 대중의 ‘왁자지껄’ 속에서도 자신을 꼿꼿이 세우려 한다.

< SKY 캐슬 > 이후 변화한 삶을 실감하는가.
스스로 변한 건 없다. 그런데 주변의 반응이 전과 달라졌다는 건 확실히 느낀다. 예전에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같은 느낌으로 날 바라봤다면 요즘에는 확실하게 ‘어, 혜나다!’ 하는 식이다. 그럴 때면 정말 많은 사람이 < SKY 캐슬 >을 봐줬구나 싶다.

낯선 이들이 보내오는 관심에 익숙해지는 데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초반에는 많이 불편했다. (촬영 없는 날) 밖에 나가면 가끔 몰카를 찍히는 경우도 있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사람의 각도를 보면…(웃음) 그런저런 눈치가 빨라졌다. 몰카를 찍으려던 사람이 자기 카메라 속에서 (피사체인) 나와 눈이 마주치면 깜짝 놀라서 날 쳐다볼 때도 있다.

그런 경우엔 어떻게 대응하나.
그냥 가만히 있거나, 가끔은 (상대와 눈을 맞추고, 마치 암묵적인 신호를 보내듯) 고개를 끄덕끄덕하기도 한다. 힘은 들지만, 남에게 나를 내보이는 직업을 선택했기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투정을 부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대중의 주목도가 높아진 만큼 곤란한 일도 따라 생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새 영화 <굿바이 썸머>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는 당신을 향한 관심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순서상으로는 이 영화를 먼저 찍은 다음 < SKY 캐슬 >을 촬영했다고 들었다.
<굿바이 썸머>를 촬영하던 중 < SKY 캐슬 > 1차 오디션을 봤다. 영화에서 입고 있던 교복을 그대로 입고 갔다. 예전의 아련한 기억과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분들이 와서 보면 재미있을 만한 작품이다. 인물의 감정을 들여다보면 이입이 될 것이다.

당신 입장에서는 ‘또’ 교복 입은 역할이었겠군.(웃음)
한동안 나는 학생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가, 발전 가능성이 없는 건가, 이제 뭘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고 스스로 작아질 때가 있었다. 슬럼프를 잘 겪지 않는 성향인데, 회사가 권유해준 성인 역할을 뽑는 오디션에서 전부 떨어지면서 일없이 오래 쉬게 됐다. 나중에는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다 떨어지더라.(웃음)

촬영이 없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도 했나 보다.
동네 카페에서 7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운 좋게도 사장님이 내 사정을 이해해 주셔서 <부암동 복수자들>(2017)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병행할 수 있었다. 일이 없는 날에는 자원해서 출근했는데 그런 나를 보고 사장님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웃음) 대학교 때 처음 찍기 시작했던 단편 영화 출연도 계속했다. 무엇이든 내 직업과 관련된 걸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러면 출연료를 받는데, 많지는 않지만 백 퍼센트 내가 번 돈이기 때문에 너무나 뿌듯하다.

얼마가 됐든, 직접 벌어 쓰고 싶은 마음이었나보다.
성인이 됐으니까 먹고 생활하는 건 내 선에서 다 해결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인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다. 일이 없다고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아 쓰는 것도 웃기고… 또 어느 순간부터 엄마, 아빠, 언니들도 직장 일로 힘들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힘들 때 가족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더 단단해졌다고 해야 할까.


그동안 단편 영화에도 출연해왔다는 건 대중이 잘 모르는 사실일 듯싶다.
22살 때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단편 영화 프로젝트에 지원했는데, 한 공간에서 후배와 높은 기수 선배의 작품을 상영하는 매력에 빠져버렸다. 상업 영화와는 다르게 각자의 개성을 제약 없이 뚜렷하게 펼치는 게 너무 대단해 보였고 재미있었다. 영화를 만들기에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 제한선에 잘 맞춰 표현하는 게 너무 흥미로운 것 같다. 결말도 어디로 튈지 모르고… 독립영화만의 다양한 색깔이 좋다. 그래서 여전히 출연하는 것 같다.

단편 영화감독이 장편으로 데뷔하는 경우도 꽤 많다. 앞으로 함께 일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다면.
<꿈의 제인>(2016)에 출연한 구교환 감독님. 영화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출연한 이민지 배우님도 다른 단편 영화에서 정말 많이 봤다. 안재홍, 엄태구, 류헤영… 모두 단편에서 처음 본 분들이다. 특별히 어떤 연출가를 만나고 싶다기보다는 나도 그들처럼 꾸준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박수를 짝! 치며) 바로 어제 친구와 그 질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끔 일정에 늦었을 때는 김포(자택)에서 강남까지 택시를 타야 한다. 그러면 4만 원에 가까운 돈이 나온다. 하지만 ‘빨간 버스’(광역버스)를 타면 2,600원이면 갈 수 있다. 오천 원만 있으면 강남을 오고 갈 수 있다는 게 나에게는 소소하면서도 큰 행복이다.(웃음)

사진 제공_인디스토리


2019년 7월 26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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