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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명, 발가벗고서라도 진정한 코미디 하나 만들겠다.
인터뷰 | 2004년 11월 25일 목요일 | 서대원 기자 이메일

때로는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사유방식에 대한 지혜뿐 아니라 팍팍한 삶의 터전 위에서 살아가는 태도 방식에 대해 고맙게도 배울 때가 있다. 진심어린 그 흔치 않은 귀중한 경험은 묘하게 혹은 당연하게도 필자와 연배가 비스무리한 또래 배우들보다는 중년의 그네들과의 만남에서 얻을 때가 압도적이다. 장유유서(長幼有序0를 그리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되바라진 필자의 한 성깔이 나이 듦에 따라 얌전해진 과도기적 현상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에겐 미달이 할아버지로 너무도 널리 알려진 시트콤의 대가, 그리고 <까불지마>로 배우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오지명 선생이 돈 주고도 못살 그 배움을 전해준 인터뷰이이다. 인터뷰에 앞서 살펴본 여러 매체의 그 확신에 찬 위풍당당한 헤드 카피와 달리 시간 내내 한 없이 낮은 자세와 근심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진심을 나지막이 하지만 거침없이 쏟아낸 그의 모습 속에서 멍한 표정을 지으며 다짜고짜 어눌하게 쏘아붙이는 시트콤 황제의 위용을 감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본, 주연, 감독 1인 3역으로 나서며 배우로서의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한 오지명 선생은, “까불지마”는 사실 자신 스스로에게 내던지는 채근하는 말에 다름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많은 걸 관장해야 하는 감독의 위치가 녹록치 않음을 토로한 것이다.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아쉬움이 상당하다는 소회 속에서도 청년의 기백이 살아 있기에 여전히 신뢰가 가고 흥미로운 오지명 감독의 속내를 심하게 미흡하나마 글로써 풀어본다.

이번에 감독으로 데뷔하셨으니까 선생님보다는 감독님이라 부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뭐 난 아무렇게나 불러도 상관없어....그나저나 밥은 먹었나?

아.........예.........
이거 금방 시킨 음식이니까 먹으면서 해! 배고플 텐데. 응 어서 먹어!

며칠 전에 영진위에서 기술시사를 가졌는데 어떠셨어요.
누가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자기가 만든 거 보고 만족할 사람이 있겠어! 좀 더 알았으면 잘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 여러 모로 많이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지 뭐.

그래도 고생고생해서 찍으셨는데 흡족한 부분도 있으시죠.
솔직히 흡족한 부분, 그다지 없어. 아 이거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하고 했더라면, 하는 후회감만 많지. 또 한번 할 기회가 있다면 이런 실수는 절대 안 해야 겠다, 라는 생각만 숱하게 했어.

어느 점이 가장 아쉽던가요.
뭐 어느 한 부분만 아쉽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거지. 너무나 쉽게 생각한 측면이 많았어. 직접 만든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보고, 어쨌든 걱정이 많이 돼!

<까불지마>라는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어차피 오락물이니까 무슨 진지하고 그럴싸한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지는 않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오락물. 거창하게 말한다면 "나이든 무지한 인간들이 인간성을 회복하는 이야기" 좀 편하게 말한다면 "후배들한테 모함을 당하고 감옥을 나와 복수를 하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여자 주인공을 만나 걔를 통해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스토리"정도. 그리고 결론은 "모든 걸 용서하자"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오락물이라면 코믹영환데 그쪽에 힘을 많이 실어 연출을 하셨다는 말씀인가요.
음........처음부터 코믹하게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야. 원래는 드라마적으로 많이 풀려고 했어. 그래서 최불암씨를 캐스팅했고. 근데 그러다보니 영화가 좀 팍팍해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그러면 관객이 외면하겠다 싶어 코믹을 좀 더 넣은 거지. 내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씀은 어떤 의미인지?
그러니까 내가 코믹을 보여 줄 때 오바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어거지 웃음을 주기는 싫거든. 그래서 좀 적당히 자제하면서 코믹 연출을 했는데 좀 더 수위를 높여 세게 갔어야 한다는 말이 들리더라고. 예상보다 영화가 얌전하다면서 말이야. 좀 오바를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감이 생기기도 하고. 어쨌든, 지금 현재로서는 나 역시 잘 모르겠어 어느 게 정답인지. 관객들이 평가해줄 부분인 거지.

그나저나 어떻게 감독을 할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내가 원래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사실은 우리 연출부 친구 중 한 명을 신인감독으로 데뷔시키려고 했는데 투자자들이 내가 감독을 안 하면 투자를 안 한다고 하는 거야. 본의 아니게 메가폰을 잡게 된 경우지. 절대 영화감독을 꿈꿔 시작한 건 아니야.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적이 있으시던데 그게 혹 나름의 결과로 작용한 게 아닐까요.
그니까 그게 10여 년 전에 영진위에서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인데......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 이 양반들이 그 당선된 사실을 알고 신인보다는 내가 낫지 않을까 싶어 시킨 게 아닌가....

나이도 있으시고 여러 가지 문제로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어떠셨어요.
뭐 우리 식구는 별로 말이 없었고, 주위에서는 많이들 하지 말라고 그랬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코미디 잘 하는 사람으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데 왜 잘못하면 망가지는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거지. 그래도 내가 안 하면 투자를 안 한다니까 내가 좀 망가지더라도 끝을 내야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달려들었는데, 야 이거 만만하게 봤다간 안 되겠는 거야. 조그만 TV처럼 생각했다간 정말 안 되겠더라고.

건강에는 별 문제 없으시죠.
그럼 아직 몸 상태는 괜찮아. 앞으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고. 나이라는 건 숫자에 불과한 거 아니겠어!.

영화를 보니까 부모님과 같이 가서 보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던데 젊은 세대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줄 수 있다고 보시나요.
그 부분을 신경 안 쓴 게 아니야. 어차피 영화 관객층은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니까 이 친구들을 외면하면 안 된다 일찌감치 생각했지. 주인공들이 나이를 먹었어도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생각이 칙칙하게 보이지 않도록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의 코드에 맞춰 연출 포커스를 잡았어. 그래서 그런 걱정은 크게 안 해. 부모님과 같이 가서 보면 좋은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청춘들끼리 봐도 괜찮다고 봐. 어차피 그들 세대 수준에 맞춰 만들었으니까. 그다지 벽이 없을 거라 생각해.

감독 주연 각본 1인 3역을 하셨는데 이것저것 어려움이 많았을 거 같아요.
어차피 연기야 많이 했으니까 별 무리 없었고. 다만, 감독의 자리에 있을 때 번거로운 점은 있었어.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리허설 할 땐 대역을 넣고 그러다 그 자리에 내가 들어가고 그런 반복의 과정이 있었다는 거지. 처음부터 내가 대사가 모고 다 만든 거니까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던 거 같아.

대역을 쓰긴 했지만 그래도 몸으로 움직이는 액션신이 많던데 다치신 데는 없었나요.
이미 그런 각오를 하고 촬영에 들어가서 그런지 다행히 몸 다친 데는 없어. 또 대역을 쓰긴 했지만 가급적 나나 최불암씨나 직접 하려고 했고 말이야. 힘이 좀 부칠 때도 종종 있었지만 꾹 참고 진행했어.

감독으로서 현장에서는 엄한 스타일이신가요. 아니면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어나가는 편이신가요.
카리스마가 있네 없네 뭐 그런 소리를 하지만 난 그런 거 없고, 배우들한테 기본적인 선만 말하고 나머지는 알아서하라고 하는 편이야. 이래라 저래라 세세하게 제재하면 배우들이 오히려 감정 잡기가 어려워지고 또 위축이 되니까 편하게 해주려고 했어. 그래도 또 배우들 입장에서는 모르지, 다르게 생각할지도.

시트콤의 황제라는 칭호와는 달리 왕년엔 액션스타로 군림하셨잖아요. 대역을 좀 쓰긴 했지만 오랜 만에 액션 연기에 도전하신 셈인데 어떠셨어요?
평소에 늘 운동도 하고 그러니까 별로 그리 힘들지 않았어. 최불암씨는 좀 힘들어 했지만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찍어야 되니까 조그만 참고 하라고 막 부추기고 그랬지. 여튼, 열심히 해줬어.

정말 웃겼는데 호나우도 머리는 누가 생각한 건가요. 그리고 실제로 머리를 깎으신 건가요.
다른 감독의 작품에서 내가 배우만 한다고 치면 누가 내 머리를 깎을 수 있겠어? 못 깎지. 사실, 그것도 코미디가 좀 부족한 거 같아 내가 아이디어를 내 중간에 넣은 설정인데, 내가 감독을 하니까 깎을 수 있었던 거야. 다른 영화였으면 상상도 못했겠지만 말이야.

최불암 노주현 선생님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최불암씨의 경우는 아주 오랜 만에 영화를 찍었는데 그간 TV에선 봐왔던 이미지를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면 좋을 거 같아서 캐스팅 했고. 노주현씨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라 좀 칙칙해 보일 거 같은 거야. 그래서 좀 예쁜 중년배우를 넣고 싶은 마음에 선택하게 된 거지. 그 외의 큰 이유는 없어.

흔쾌히 허락을 하시던가요
그럼 그럼...

혹 촬영하시면서 의견대립이 있지는 않았나요.
아까 말했듯이. 모든 배우들한테 움직이는 동선만 정해주고 알아서 해라! 그렇게 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었어. 물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감정을 기분 나쁘게 하면 연기에 문제가 생길까봐 그런 부분은 내가 속상하더라도 손해를 보면서 전혀 터치를 안 했어. 크게 어긋난 경우에만 요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 정도만 말하고.
신인배우들은 니들이 알아서 해라 그러니까 처음엔 되게 당황하고 어색해하더라고. 그러다 서너 번 정도 자기들이 경험해보니까 잘들 해! 아주 기분 좋아 하면서 말이야.

지난날의 영화현장과 지금의 현장을 비교해보면 이런저런 격세지감이 드실 텐데.
음....................내가 생각하기에 장비 같은 거. 카메라에서부터 조명 모든 장비들이 우리 때와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발전됐더라고.
또 스탭들 문젠데, 퍼스트는 그런대로 살 만하지만 세컨 서드는 아주 적더라고. 다른 일을 병행 안 하면 도저히 생활 할 수 없는 수준! 그런 친구들을 대우해주는 처우개선이 시급한 거 같아.

요즘 활동하는 배우나 감독을 보면 어떠세요.
아주 존경할 정도로 좋은 배우들이 많아. 특히 TV보다는 영화배우들 중에 감히 나는 따라 갈 수 없는 배우들이 적잖이 있더라고. 그래서 많이 배워. 때문에 <까불지마> 라는 제목이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

좀 아니다 싶은 부분도 있으시죠.
작품을 위해서는 자기를 희생할 줄 알아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배우들이 더러 있더라고. 그런 경우엔 좀 안타깝고 아쉽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가 있으신가요.
그전에는 특별하게 좋아하는 배우가 없었어. 근데 요즘엔 있어.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이문식 이런 친구들, 정말 존경스러워 참~~~~~~~~~~~~~연기 잘해!.

근래에 보셨던 영화 중에 맘에 드신 작품은요.
<실미도>도 좋았고 <태극기 휘날리며>도 좋았지. 손님 많이 드는 영화가 좋은 작품인 거 같아. 뭐 잘 만들었다 해도 관객이 안 들면 글쎄.........관객의 눈이 난 가장 정확하다가 보거든.

수많은 대중들이 선생님의 연기를 보고 무지하게 즐거워하는데 그런 독특한 코믹 캐릭터에 대한 현재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만족하시나요.
당연하지 그건. 코미디를 못 하는 사람을 코미디를 잘 하는 배우로 인정하고 봐주시니까 너무나 고맙지 한편으론 죄송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진짜 재밌는 코미디를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보고 싶은 거야.

감독을 또 하실 의향이 있으시다는 말이죠.
본격적인 나만의 코미디를 할 생각이 있는 거지.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공부를 했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노력해 작품에 임하고 싶어.

다른 캐릭터를 해보실 생각은 없으세요.
배우로선 웬만한 건 다 해봐서 그런지 크게 다른 배역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다만, 내가 특히 코미디에 애착이 가는 건, 알다시피 세상 참 살기 힘들잖아! 그래서 영화를 통해서나마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고 싶기 때문이야.

혹 며칠 전에 인터넷에 뜬 권상우를 닮았다는 기사를 보셨나요.
영화 홍보차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봤는데 '권상우가 나를 닮은 거지 내가 그 친구를 닮은 건 아니지.' 안 그래!

그렇죠! 당연.
내가 보기엔 그리 안 비슷한데 뭐 그걸로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든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어

집에선 주로 뭐하세요.
집에 있을 시간이 일단 많이 없어. 있어도 그냥 천정 바라보고 이것저것 생각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야. TV는 잘 안 보고 들어와도 동해물과 백두산이 나올 때라. 그리고 가끔 만화나 신문을 보곤 해.

마지막으로 네티즌들에게 <까불지마>라는 영화에 대해 한 말씀 편안하게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오지명입니다. 제가 오락 영화 하나 만들었는데 솔직히 자신 있게 "내 영화 보십쇼" 하고 말하기엔 제 얼굴이 뜨겁습니다. 그러니까 관객 여러분이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코미디보다는 드라마쪽으로 풀어가려 했는데 한번 보시고 이 영화 괜찮다, 볼 만한다....라고 평가를 해주시면 다음 작품은 제가 발가벗고서라도 진정한 코미디작품 하나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번 영화 많이들 봐주시면 고맙겠고, 전 이만 물러갑니다.

인터뷰: 서대원 기자
촬영/사진: 이한욱

12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04
qsay11tem
잘되길   
2007-08-10 09:23
kpop20
진정한 코미디를 위하여   
2007-05-27 03:20
ldk209
왠만함... 영화 만들지 마쇼....   
2006-12-30 07:44
l62362
영화의 성공여부. 완성도여부를떠나.. 지금까지도 무언가를 시작하고 도전할수있다는 용기가.. 참 부럽네요   
2005-02-11 21:38
ffoy
오지명과 강우석 감독의 공통점,,,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최대역량을 끌어내었다는 점, 관객들이 더 바란다면 나는 못한다고 체념한 점! 그 점이 오히려 더 자부심 강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2005-02-10 10:41
cko27
^^늙어서도 열정을 가지고 일하시는 모습 정말 보기 좋답니다. 까불지마도 재밌게 봤어요. ^^   
2005-02-09 17:17
nara1022
와우 ! 감독까지 하시고 멋집니다^^   
2005-02-0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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