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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한 관찰일기! <삼국지: 용의 부활>로 돌아온 유덕화!
2008년 4월 1일 화요일 | 나하나 기자 이메일


그를 만나기 100m 전

어제부터 내린 비가 그칠 줄을 모른다. 추적추적. 단어의 어감만큼이나 축축하고 쓸쓸한 비가 검붉은 빛으로 물든 저녁 어스름과 제법 잘 어울린다. 주말 인터뷰, 그것도 황금 같은 일요일 저녁 인터뷰라니. 게다가 비까지 내린다. 비와 함께 내려앉은 감성 때문인지 유덕화와의 인터뷰가 마음 깊이 와 닿지 않는다.

채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는 찰나, 엄마가 말을 건넨다. “주윤발 잘 만나고 와.” 유덕화라니깐. 부모님 세대의 머릿속의 홍콩스타는 유덕화보다는 주윤발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최근 지우 히메의 만취(?) 사진 뒤에서 웃고 계신 주윤발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라호텔 23층. 기자대기실로 마련된 룸에는 이미 많은 취재진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노트북으로 유덕화의 기사를 검색하는 기자의 눈빛,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동영상 카메라를 받치고 있는 어깨, 유덕화에게 동질감을 전할 리포터의 중국전통의상, 짧은 인터뷰 시간을 대비한 사진 기자의 플래시 세례. 시끌벅적함 속에 담긴 긴장과 설렘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어느덧 그들 속에 동화된 난 창문 너머 내리는 비를 서서히 잊은 채 홍콩스타 유덕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자룡+배우+소년+제작자 = 뭐든 열심히 하는 ‘유덕화’

매번 인터뷰를 진행할 때 작은 목표 하나를 세워놓는다. 그 목표를 이루건 이루지 못하건 간에 정해진 목표가 있으면 인터뷰 집중력도 높아지고, 상대 배우에 대한 애정도도 쑥쑥 상승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유덕화 인터뷰의 목표는 이거다. “관찰”. 어떤 제스처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그의 이야기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객관적으로 그를 관찰해보기로 했다. 1:1 인터뷰에서는 절대 시도해보지 못할 관찰, 여러 명의 기자들이 함께 하는 라운드 인터뷰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던가.

둥그런 테이블이 놓인 인터뷰 룸에 자리를 잡고 앉자 유덕화가 나타났다. 실버색 프린트가 새겨진 회색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자연스럽게 빗어 넘긴 머리가 시크하다. 기자들이 먼저 명함을 내밀자 양손으로 명함을 받으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일일이 꾸벅 인사를 건넨다. 오늘만 9번째 팀 인터뷰,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계속된 인터뷰로 지칠 법도 한데 일일이 웃음으로 맞이해주는 그가 마냥 고맙게,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기자들의 이름과 매체를 확인한 그는 명함이 잘 보이도록 테이블 위에 부채꼴 모양으로 네 개의 명함을 나란히 올려놓았다.

영화 <삼국지: 용의 부활>을 들고 한국을 찾은 유덕화는 이번 영화에서 유비 군을 이끄는 백전불패의 명장 ‘조자룡’ 역을 맡았다. “<삼국지: 용의 부활>은 소설 ‘삼국연’을 토대로 하고 있다. 단 한번도 전쟁에서 패한 적이 없는 장수가 마지막 전쟁에서 패한다는 결과를 놓고 과연 그의 인생은 영광스러웠던 인생인가, 마지막에 실패했기 때문에 실패한 인생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 늘 성공하던 인물이 단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을 때 그 심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정리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유덕화의 말처럼 영화는 조조의 손녀 조영과 벌이는 마지막 전투를 중심으로 조자룡이 실패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다스리는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유덕화는 이번 영화에서 패기 넘치는 청년 조자룡이 백발이 성성한 노장이 되어 전사하기까지 그 일대기를 폭넓은 연기로 표현해낸다.

유덕화에게 역사 속의 인물인 조자룡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조자룡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조자룡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보는 조자룡의 모습,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조자룡의 모습, 컴퓨터 게임을 통해 알려진 조자룡의 모습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관객들의 서로 다른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어렵고 부담스러웠지만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큰 눈을 깜빡이며 냉철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웃어 보인다. 조금 전까지 냉철한 눈빛으로 얘기하던 그는 금세 사라져 버리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소년이 된다. 올해로 47세. 한국 배우로 치자면 최민수와 최민식보다 1살이 많고 강신일보다 1살이 어린 나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3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대단한 동안이다. 웃을 때 눈가에 주름이 잡힌다는 것을 제외하곤 근육질로 다져진 까무잡잡한 팔뚝이나 패션 센스, 그리고 무엇보다 최민식에게도 강신일에게도 없는 유덕화의 천진난만한 빵끗 웃음은 그를 열정 가득한 젊은이로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인터뷰 내내 유덕화는 통역사가 그의 말을 한국어로 옮기는 사이, 네 명의 기자의 표정에 주목했다. 그리고 때론 손가락 마디에서 똑똑 소리를 내기도 하고, 손을 모아 코와 입을 막고 큰 눈만 내밀고 있는가 하면, 입에 바람을 집어넣는 장난끼 가득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제작자로의 활동이 배우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다시금 냉철한 눈빛을 반짝인다.

제작자 활동이 배우 유덕화에게 미치는 좋은 점은 없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커스 필름 대표로서 그가 신인 감독들을 발굴 지원하는데 앞장서는 이유는 “유망한 감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좋은 영화를 만드는 일은 제작자로서 큰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는 “한국의 신인 감독 중에 정말 좋은 감독, 함께 일할 수 있는 감독이 있다면 꼭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몇 해전 유덕화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공개석상에서 잠재된 한국 신인 감독들에게 러브 콜을 보낸 바 있다. “예술영화는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영화가 아닌 것 같다. 주성치의 영화처럼 그냥 편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저 예산의 재미있는 상업영화 말이다.” 그는 현재 그가 꿈꾸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중국 내의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을 열심히 찾고 있다.

고이 접어 가슴에 담다

유덕화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진다. 높아진 목소리와 더불어 그의 제스쳐가 활동적으로 변한다. 주먹을 쥐고 권투 자세를 쥐기도 하고, 양 손으로 방 안의 공기를 버무리기도 한다. 다름아닌 한국영화 <식객> 때문이다. 유덕화는 최근 “<식객>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어라,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는 우리나라보다 홍콩이 더 화려하면 화려했지 덜 화려하지는 않을 텐데. 의외의 말이었다.

“영화가 가진 독특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물론 <식객>이 너무 한국적이기 때문에 홍콩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영화에선 그 한국적인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홍콩영화는 홍콩만이 가질 수 있는 느낌을, 한국영화는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느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할리우드 진출과도 연결된다. “홍콩이나 중국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들 중에 유덕화가 했으면 정말 잘 어울렸을 작품이 있느냐” 그가 질문을 던졌다. 즉, 그는 한 명의 중국배우로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길 원하지 않는다. 한국영화가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느낌이 있어야 하듯 그는 할리우드 영화 안에 유덕화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고 원한다.

“한국영화가 좀더 국제화가 되는 것 같아 보기 좋다.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모습도 보기 좋지만 <식객>처럼 한국 본토만이 가질 수 있는 것들을 유지하면서 해외로 나갔으면 좋겠다. 또한 배우로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역할로 할리우드에 가길 바란다. 막연히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서 그냥 가는 배우는 없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배우 유덕화가 나아갈 길이며, 한국영화, 홍콩영화계가 나아갔으면 하는 길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들의 인생 선배로서 유덕화가 우리들에게 전하고픈 일종의 메시지다. 인터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비는 거의 그쳤고, 밤은 깊어졌다. 그가 전한 메시지, 그 간절한 이야기를 고이 접어, 고이 접어 가슴에 담는다.

2008년 4월 1일 화요일 | 글_나하나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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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0helena
몇일 전에 <아비정전>을 다시 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긴 하지만.. 좋아요~^^   
2008-04-05 20:52
kop989
정말 젊어보이긴 한에요. 관리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판이 좋으니 어쨌든 보기 좋네요.   
2008-04-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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