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박진희, '연애술사' 안되면 이 나라를 떠날거에요~
자신에게 마술로 다가온 영화에 올인하는 이유. | 2005년 5월 16일 월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살랑 거리는 봄바람이 싱그러워야 할 어린이날.
햇빛이 비치는가 싶더니, 잔뜩 흐려진 하늘 사이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4시 정각에 시작 해야 했을 박진희의 인터뷰는 영화홍보사의 간청으로 한시간 정도 늦춰졌다. 모두들 쉬는 공휴일이지만 호적상 ‘어린이’가 아닌 탓에 선물을 바라거나 놀 수가 없는 기자는 내심 툴툴거리며 “여지껏 날 기다리게 한 여배우는 한명도 없었다”며 살짝 격분했던 것 같다.

바로 그때 카페 문을 열리고 그녀가 들어섰다.
“제가 얼마나 늦었죠? 예?? 한 시간이나요? 앞에 했던 인터뷰가 길어지긴 했지만 이렇게 많이 늦은 줄 몰랐어요.
제가 인터뷰 끝나고 맛있는거 사드릴께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고기 사드릴까요? 아니, 우선 차부터 비싼 거 시키시구요~”

깍쟁이 같고 새침한 박진희를 상상했던 기자는 그녀의 화통한 첫 마디에 좀 전의 불만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고르는 친목(?)를 다진뒤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희승 기자(이하 이):<연애술사>블로그를 보니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올려놨던데, 평소에도 블로그에 자주 들어가고 그러나요?
박진희 (이하 박)정말 볼 것 없죠?
제가 워낙 싸이나 블로그 같은걸 안해요. 사실 못해요.할 줄을 몰라요.
영화 때문에 하긴 했는데,심지어는 어떤분이 “하도 볼게 없어 그냥 왔다 갑니다.” 그랬을 정도라 많이 부끄럽네요.

이: 인터뷰 전에 그 전 자료를 찾아보니 무비스트하고의 첫 인터뷰던데..소감이 어떠세요?
박:<연애술사>찍기 전까지 1년 반을 쉬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매체하고는 아예 인터뷰를 안 했었어요. 지금은 많이 바뀐 거죠. 젊은 분들은 아무래도 인터넷을 자주 접하니까 이런 변화는 좋은 징조라고 생각해요.

이:이제 홍보작업만 남았는데, 영화를 끝내고 나니 시원섭섭하시죠?
박: 근데 너무 웃긴 게 뭐냐 면요. 영화 첫 촬영때 뭘 걱정했냐면.
“어머, 이 영화 촬영이 금방 끝나면 어쩌지?”그 걸 걱정했어요.

이:첫 촬영때 때요? 보통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박: 네.그래서 너무 서운해요. 사실 서운하단 말로는 표현이 안되고 내 일부분이 없어진 것 같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후반촬영이 진행되면서 뭐야,정말 끝나는 거야? 안돼!그러면서 마지막 촬영 날 되게 우울했어요.그런데 재 촬영을 해야 되는 부분이 생긴 거예요. 낮 씬이었는데 해가 일찍 져버려서 다시 촬영하게 된거죠. 그래서 너무 좋다.한번 더 남았구나. 하면서 우울함을 풀고 집에 갔는데 그 촬영이 취소 되서.. 계속 마음이 안 좋았어요.

이: 지금도 아쉬우세요?
박: 다른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예요. 영화 찍으면서 다른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그게 안 읽힐 정도 였어요. 원래 시나리오를 받으면 열심히 읽는 편이예요.
그‘열심히’란 제일 첫번째 읽을 때 최대한 천천히 읽는 거예요.
사실 두번째 읽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또 보게 되니까 첫 번째 읽을 때 관객의 입장에서 읽히거든요. 뒷 내용을 모르니까 내가 그 상황이 되보는거죠. 그래서 오래 읽는 편인데, 이 영화 찍으면서는 못 읽었어요.집중도 안됐고..

이:계속 무대 인사 다니시느라 바쁘실 텐데…어쩌실려구요^^
박: 요즘은 사실 만사가 귀찮을 정도로 이 영화끝나곤 의욕이 없어요.

이: 그러고 보니 영화 첫 보도메일을 받았을 때가 기억이 나네요. 그 빨간색 스틸을 보고는‘어, 이 영화 야한 영화인가?’하고 시놉시스 다시 읽어보고 그랬었는데..
박: 무슨 사진을 보고 말씀하시는 거지? 아..첫 보도 자료에 넣은 사진말씀 하시는구나.저도그 사진을 봤는데 사실 너무 이상하게 나와서 속상했어요.정훈이랑(둘은 78년 동갑이다) 저랑 깜짝 놀라 , “이날 찍은 사진은 돌리지 맙시다 “했을 정도라니까요.
영화컨셉하고 잘 안 맞았었거든요.

이:얼마전 기사에 ‘새신랑 연정훈 박진희와 첫날밤 먼저 치루다’란 기사 났던데, 실제로 느낌이 어떠셨어요? 동갑이라 현장에서 많이 친해지셨겠어요. 호흡도 잘 맞고.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박:사실 정훈이는 제가 가지지 못한걸 되게 많이 가진 친구예요.저는 아날로그 적인데 반해,디지털 적이라고 할까
저는 일할 때 아날로그 적이라 일의 속도가 되게 늦어요.그런데 정훈이는 순발력도 좋고 상황을 빨리 캐치 해서 부러웠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드라마를 병행해서, 되게 많이 피곤해 해서 좀더 인간적으로 친해 질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사실 저는 연예인이지만 연예계의 소문을 잘 몰라요. 연예인 친구가 한명 밖에 없어서 둘이 만나면 화제가 개인적인 거에 국한돼서 다른 연예인의 사담을 잘 모르는 거죠.
그런데 첫촬영날 인터뷰를 하는데 정훈씨에게 “한가인씨는 잘 있어여?”라고 물어보길래 속으로 ‘왜 한가인씨 소식을 정훈이 한테 물어보지?’그랬거든요.푸하하.
둘이 만나고 있는건 전 국민이 아는 사실 이었다면서요..

이:그렇죠.연정훈씨가 수상 소감 말할 때 한가인씨 본명을 부르며 고맙다고 해서 다 알게 된거죠.
박: 아, 그랬구나. 저는 그것도 모르고 예비 신랑인 연정훈씨와 함께 촬영하는 박진희 씨는 왜 결혼을 안하냐로 몰고 가서 완전 노처녀 대접 받았던 에피소드가 있네요.

이 :평소 ‘박진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성스럽고 섬세한 이지였는데 메이킹 필름에 보니까 때리는 장면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무척이나 터프하시건데, 여러 번 NG내고 엄청 미안해 하시고…
박: 네, 맞아요. 그때 정말 너무 미안했어요. 손이 안 올라 가고 NG가나면 아..다시 할께요. 하는데 꼭 때리고 웃게되는거예요.정말 미안했어요. 그 배우 부모님이 보시면 얼마나 속상한 일이예요. 사실 제가 언제 그렇게 때려 보겠어요. 그래서 적응이 안됐어요.

이 : 여성스런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성격도 희원이 처럼 터프 하신거 아니예요?
박: 사실 영화속 캐릭터가 가깝죠^^뒤통수를 때리거나 하진 않지만..원래 성격은 못된 점이 많죠.
할말 있으면 해야 되고..안하고 싶은 일을 하면 티가 나요.내 나름대로는 ‘그래, 이건 일이다.이왕하는거 열심히 하자’하고 끝내고 나면 주변사람들 한테 “너무 싫은 티 낸거 아냐?”런 소리 들어요.

이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라 거기에서 더 헤어나기가 힘드신가 봐요.
박: 그런 면도 있죠. 저는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갈등의 요소가 생기면 그걸 소극적으로 대하진 않거든요.무시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하죠.사실 영화속 희원이도 되게 어떤 문제게 있어서는 당차고 적극 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는 성격이죠 저 자신과 많이 닮았어요.

이: 인터뷰 전에 진희씨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충무로에서 요부와 성녀의 모습을 동시에 소화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여배우, 라는 평가가 있던데….
박: 어머?누가 그런?(감동한 듯 숨을 고른 뒤) 정말 너무 기분 좋아요. 제가 정말 그런가요?? 처음 들어봐요.

이: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봐요?
박: 그럼요~사실 저는 CF로 유명해 진 거라,<여고 괴담>도 잘 된 작품이지만
제가 단독 주인공도 아니었고 길거리에서 절 알아 보고 그러진 않았어요.
그런데 제 이름을 알린 건 모 CF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죠. 그때가 21살인가 20살인가 그랬었는데
그땐 정말 군인들이요, 신문 지면의 제 다리사진을 잘라서 그 뒤에다 편지를 써서보낼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제 다리가 예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죠. 그래서 군인 들한테 인기가 많았았나? 그런데 막상 다리 씬 찍을땐 운동한 다리냐고 감독님께 말들을 정도 였는데 막상 TV에는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어린 나이에 그게 그렇게 부담스럽고 싫었던 거예요. 그땐 작품이 들어와도 섹시한 역할이 많이 들어왔어요.
어린 나이엔 왜..청순하고 착해 보이고 싶은 그런 역할을 맡고 싶잖아요.나는 그게 아닌데 그 역할을 보고 나를 섹시하게 보는 게 되게 싫었어요.지금은 배우의 입장에서 그런 이미지를 한번 쯤은 가져 보는 것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어쨌거나 청순하면서도 요부적인 표현의 폭이 되게 넒은 거잖아요.
배우에겐 대단한 칭찬이죠. 와~기 분 정말 좋네요.

이: 실제로 요부 캐릭터를 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걸 느낀다는 건 그런 작품을 할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건가요?
박: 연애술사를 찍으면서 애매 모호한 베드씬이 있었어요. 침대 위에서 하는 모든 촬영을 베드신이라고 정의 내린다면 그것도 ‘베드씬’ 이라고 할수 있죠. 사람들이 기대 하는 어느 정도 수위의 노출이 있었던건 아니지만 등이 좀 매력적으로 나오긴 했어요.

이: 하하하
박: 그런데 정말..힘들더라구요.그래서 여배우들이 어느정도 노출을 해서 이슈가 되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그게 대단한 용기 같아요. 그런 큰 결정을 하는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이: 진희씨는 말을 나눠보면 볼수록 되게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박: 음.저는 정말 너무 보수적이에요.제가 느끼기에는 너무 ‘옛날’스러운 것 같아요^^
요즘 노래도 너무 직접적이라 옛날 노래를 좋아해요.얼마전에는 심수봉씨 베스트 사서 듣고 그랬어요.

이: 저도 예전엔 노티 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요즘들어 애잔하고 와닿고 그렇더라구요.
박: 하하하 .맞아요.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도 되게 가려요. 사람들이 저는 많은 사람들이랑 두루두루 친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고 가는 곳만 가고 연애도 느낌이 좋으면 한번 만나도 보고 그래야 되는데 저는 그게 안되더라고요.

이: 그래서 좋아 하는 사람 앞에선 한마디도 못하고 일부러 못본척 하고…
박: 맞아요 맞아요..

이: <연애술사>블로그에 보니까 ‘연애는 대단 하다.’라고 써논 개인적인 글이 인상 적이었어요.
박: 제 실제 연애스타일이 그래요. 진득하고 은근히 오래가는 연애관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누구를 사랑 하면서 내 마음을 맘대로 하기엔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내가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게 내 모습이었어?할 정도로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게 사랑이 아닐까요?

이: 가장 최신 작품이 유오성씨와 찍은 2003년도 영화 <별>이죠? 솔직히 흥행이나 작품성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
박: 제가요,우스개 소리로 이 영화가 안되면 이 나라를 떠나리라 하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1년 반을 쉰 이유도 제 스스로 아쉬운 점이 있는 영화는 꼭 관객이 안들더라구요 내가 봐서 아쉬웠던 점을 관객도 그대로 느끼시는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연애술사>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어머, 이거야. 바로 갑시다!! 그랬을 정도로 애착이 있는 영화예요.
사실 영화작업은 연출과 배우들이 서로서로 감정을 나누는 작업이기 때문에 마음이 안 맞으면 힘든 작업이거든요. 제가 진심으로 ‘제 영화 좋아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번 영화가 안되면 내 영화를 이해 못한 관객들을 따 시키며 가버릴 것 같아요.^^

이: 하하하. 솔직한 대답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연애술사'를 20자평으로 정의 내린다면?
박: 제가 늘 얘기하는 말은 ‘<연애술사> 마술이다.’얘기를 해 드리고 싶어요. 영화에 마술도 나오지만…저한텐 마술 같은 영화예요.영화라는 작업이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키는 구나.
내가 몰랐던 영화라는 작업이 이런 거였구나 하면서 새롭게 알아 가는 것, 영화를 하면서 희열을 느끼게 해준 정말 마술 같은 작품이에요.

이: <연애술사>정말 기대 되네요. 이 영화 대박나서 다시한번 인터뷰 하자구요.
박: 네~ 꼭 그래야죠.

취재: 이희승 기자
사진: 이한욱
영상: 권영탕




10 )
khjsm4
ㅋㅋㅋㅋ 아래두분ㅋㅋㅋㅋㅋ   
2005-05-16 23:58
jillzzang
안녕히가세요   
2005-05-16 18:20
1 | 2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