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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한때는 꿈이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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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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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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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8 오전 1:3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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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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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꿈이 있었지...."
나난(장진영)이 동미(엄정화)와 정준(이범수)과 평상에 누워 과거의(물론, 이영화는 과거의 꿈을 현재로 가져와 현실화시키는 과정을 보여주지만,)꿈을 이야기 하는 이 장면은 싱글즈에서 가장 돋보이는 명장면이다. 카메라는 세사람의 정면을 지나 부감으로 치솟아 하늘을 바라본다. 언젠가 꾸었던 간절한 꿈이 생계유지를 위한 치사한 이유들에 의해 아무렇게나 짓뭉겨지는 지금 순간에 유일하게 할수 있는 말이라곤 "한때는 꿈이 있었지..."라니. 29살의 동미와 나난의 이야기 [싱글즈]는 시집못간 처녀들의 결혼성공기가 아닌 정체성찾기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물론 엔딩의 선택이 다소, 관습적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완벽한 기승전결구조와 틈을 주지 않는 빼곡한 에피소드들은 기가막히게 제자리에 붙어 있어 그 안배수준이 탁월하다.
에피소드의 균형의 원인은 바로, 캐릭터의 분명함에 있다. 맘속의 말을 제때에 꺼내들지 못하고, 후일에 분노하곤 하는 나난의 캐릭터와 솔직함이 놀라움의 수준에 달한 동미의 캐릭터는 매우 일상적이지만 분명한 매력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만하다. 늘 최선을 다해 살기위해 노력했지만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또 그러한 울분의 순간에서 아무런 말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고 말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오는 나난의 모습에서 , 영화는 보통의 샐러리맨의 울분을 건드리며 그렇게밖에 살수없는 현실을 통탄케 만든다. 대조적으로, 접근해오는 직장상사의 옷을 벗기고 직원들앞에서 망신을 시킨후 사표를 쓰고 나와버리는 동미의 캐릭터는 (반드시 그 계기가 성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나난과 반대로 보는이의 대리만족을 시켜주어 숨통을 틔워준다는점에서 볼만하다.
영화는 동미와 나난의 29살삶을 살아가는 생의 고군분투기를 매우 치열하게 다루고 있는 편이다. 조금은 작위적이지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사유로(물론, 요즘세상에 납득될만한 사유가 있다는것이 오히려 이상하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매니져가 된 나난과,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창업을 하고자 하는 동미에게 영화는 29살의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안겨주며 지금 너희에게 결혼따위가 전부가 될수는 없쟎아!라며 끊임없이 그녀들에게 험난한 난제를 부여한다. 영화는 그간 상업영화안에서 다루어져왔던 다소 식상하고 수동적인 여성캐릭터와는 분명하게 그 정도를 다르게 가고싶다는 의도를 표명하고 있다. 동미는 친구 정준과 동거(진정, 함께 사는것 단지 그것뿐이다.^^)하면서도, 끊임없이 남자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들이고, 행복하고 안정된 (금전적인 사유.)결혼생활의 판타지에 다소 젖어있던 나난은 결국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안전보험(?)의 계약을 파기시켜 버리니까 말이다. 이러한 영화의 분명한 의도는 친구관계의 세심한 부분들을 매우 분명하게 짚어내는 시나리오의 승리와 적시적소에서 만나, 그 효과를 배가시켜낸다. 정준과 나난과 동미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조그만 다툼과 이해관계 그리고 우정을 그려내는 영화의 힘은 , 그저 "그정도면 잘했다"라고 칭찬해주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울정도로 감탄스럽다. 김치를 담그며 이범수의 한풀이를 들어주다가 급격하게 화를 내며 고무장갑채로 이범수의 뺨을 때려내는 동미의 울분이나, 그와중에도 김치를 가져가야 한다고 혼잣말을 내뱉는 나난의 읇조림은 아주 조밀조밀한 관객의 감정선들을 자극해 내는 묘한 매력이 있다. 사고(!)를 치고 어색한 얼굴로 나난의 집에 찾아온 동미와 우연히 마주치는 정준. 세사람의 어색한 가로등밑에서의 이 난감한 상황은 이영화가 갖고 있는 에너지가 결코, 상업성만을 바라고 만들어낸 근간의 코미디물과는 분명히 다른 "진심"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이성친구의 고민을 자신의 일처럼 분노하고 마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보는이로 하여금 심한 동질감과 야릇한 슬픔을 던져주어 애정이 간다.
그러나 영화 [싱글즈]는 "리얼리티와 깜찍한 유머"의 확보라는 안정선을 뛰어넘진 못한다. 동미와 나난의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친구 정준과 나난을 따라다니던 증권맨 수헌(김주혁)을 너무나 평면적으로 다뤘으며, (TV예고편에서 보여주었던 어린여자친구의 애인의 차를 막아서는 장면이라던지, 이외, 수의 에피소드들이 영화에선 삭제되어 있다.) 정준과 나난과 동미의 우정관계라는 매우 보기드문 한국영화안에서 탄생된 이색적인 남녀관계의 구도가 후반이후로는 "임신"이라는 관습적 장치로 인해 동미와 나난의 구도로 좁혀진다는 점이 그 한계를 느끼게 만든다. (이범수를 영화의 끝까지 균형적으로 동반시키지 못한것이 아쉽다.) 동미와 나난을 방훼하는 사회적 난제장치가 주로 "성적 유희와 농담"으로 인한 방훼물이라는 점 또한, 그 납득하기 쉽지 않다. 정준의 아이를 임신하고 혼자서 아이를 키우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동미의 마지막 선택은 . 최근 TV드라마에서 초다툼으로 다루고 있는 혼자서 아이키우는 여성의 캐릭터와 닮아있어 식상하다.(나는 이영화의 진정, 멋진 귀결을 바랬는데!)동미와 나난의 우정을 결혼이라는 제도적 장치와 무관한 방법으로 풀려고 했던 영화의 엔딩이 극의 전반처럼 감각적이지 못하다는것은 이영화가 보통의 잘만들진 로맨틱코미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분명한 사유가 되겠다.
영화 [싱글즈]는 29살 미혼여성들의 사랑과 우정을 상업적인 방법만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호감가는 영화이다. 순간순간 영화가 내미는 기가막힌 유머도 기대하지 못한 디져트다. 몇가지 아쉬움을 제외하고서는, 배우들의 호연과 (김주혁의 연기를 제외한,) 오랜만에 충무로에 컴백한 권칠인감독의 감각적이면서도 안정된 연출력은 드디어! 충무로에서 매끈한 (그것이 완벽하지 못할지라도,) 로맨틱코미디가 탄생되었음을 알리는 반가운 신호탄이다.
사랑할수 없는 남자 수헌과 나난이 떠나지 않아서 다행이고, 동미가 창업에 성공해서 다행이다. 우정이 때론, 사랑보다 강할수있다는 사실이 비록, 현실과 다를지언정 - 영화는 그렇게 말하고 있어서 많은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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