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를 가장 열광시키는 공포영화는 바로 <주온>입니다. 영화라면 요즘엔 집에서 동영상으로 떼우는 저는 <주온1>에 이어 <주온2>도 극장에 가서 보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개봉 당일날 말이죠. 그만큼 기대를 했습니다.
<주온2>가 저의 기대치에 만족을 했느냐면, 글쎄요... 이 영화는 <주온1>이 그랬던 것처럼, 비디오용 영화가 극장용 영화로 '확대'되어 만들어졌다는 출신상의 유래가 장점이 되기도 하고 단점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비디오판 <주온>은 불친절한 영화였습니다. 설명이 부족했지요. 저게 귀신이라는 건 알겠는데 저 사람들이 왜 갑자기 여기서 죽어나가는 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극장용 <주온>은 설명을 해줍니다. 특히 <주온2>는 주온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저 저주의 정체를 알 수 있도록 시시콜콜 설명을 해주지요. 또 각 에피소드들에 스토리를 강화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요령있게 해주는 괴담처럼 이야기의 아귀가 짝 들어맞습니다. 특히 12시 27분이 되면 벽에서 울리는 정체모를 쿵쿵거림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그렇습니다. 그 덕분에 극장판 <주온2>는 보다 이해하기 쉽고 몰입하기 쉬운 영화가 되었습니다. VTR을 통해 몇몇 호러무비 매니아에게 소비되려는 것이 아니라 극장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여러 종류의 관객들을 만족시키려면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설명조'가 이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과 기괴함을 없애버렸습니다. 비디오판 <주온>의 공포를 즐기는 데에는 설명이 필요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애매모호함이 더욱 공포를 가중키셨지요. 가장 일상적인 공간과 상황이 순식간에 공포의 공간과 상황으로 바뀝니다. 창밖으론 눈부신 햇빛이 넘쳐나는데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에 공포감을 느끼던 과외선생은-_-; 기어이 벽장을 열고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의해 벽장안의 어둠속으로 끌려갑니다. 이렇게 이유를 알 수 없는 저주의 순간들이 점차 그 집에 둘러싼 원한의 고리의 일부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이거 굉장한 공포영화구나, 싶어졌지요. 스토리가 없어도 그 공포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각 에피소드들이 어떤 스토리로 공포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명과 음향과 적절한 타이밍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운 장면은 만들어질 수 있고 비디오판 <주온>은 그것을 잘 활용했지요.
시리즈물이라는 한계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저주받은 집이라는 소재가 줄 수 있는 공포의 방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걸 극복하려고 극장판에선 저주의 영역이 그 집 밖으로 확장되었습니다만, 결국엔 동일한 아줌마 귀신과 아이 귀신이 나올 수 밖에 없지요. 고다츠 밑에서 빠꼼히 들여다보고있는 아이 귀신의 모습은 낯익어서 정겹기까지 합니다. 세번쯤 클로즈업되는 엄마귀신의 얼굴도 저로선 별로 무섭지 않더군요, 하도 봐와서.
아마도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그 여고생에 관한 에피소드일 것입니다. 전편을 통해 반복하는 '시공간 뒤틀기'가 가장 난해한 모습으로 나타나거든요. 하지만 이 에피소드 역시 감독의 야심은 드러날지언정 무섭지는 않더군요.
한마디로 이 영화는 질립니다. 똑같은 것이라 '지겹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래도 '무섭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비디오판 2편과 극장판 2편 중에서 극장판 <주온2>는 가장 안무섭습니다. 스즈키 코지의 <링>처럼 뭔가 획기적인 스케일의 확장을 이뤄낼 재간이 없다면 이쯤에서 그만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온3>는 주온 시리즈 중에서 가장 떨어지는 영화가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