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끝난 정규방송 자막 올라가는 9회초 모자를 눌러쓰고 마운드 데뷔를 했던 당신은 그 이름 소주 한 잔으로 견디었을까 패전 처리 전문 투수 이미 없는 관중과 배트를 챙기는 상대팀을 바라보며 그대 누구에게 데뷔를 축하받았는가
1승 15패 1세이브 20연승 도전하는 박철순과 대결할 그대를 세상은 꼴찌라 불렀고 박철순을 열광하며 넘실대는 넓은 바다에서 당신은 하얀 돛을 단 작은 조각배였다 쏟아지는 다른 나라의 땡볕 아래 눈뜨기도 힘들었던 그 바다 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볼록한 마운드 한뼘 홀로 땀흘릴 그곳 뿐
수줍은 매표소 여직원 모자 속 몰래 써둔 화이팅 그 부끄럼보다 서랍 속 차곡차곡 모아둔 어머니의 몰래 산 경기표 그 살떨림보다 가난보다 사랑보다 절망보다 더 뜨거웠던 그 눈물 가슴 시렸던 그 오열 이기고 싶었어요 이길 수 있었어요
건어물 장사 어머니 노름꾼 형님 철없는 여동생 가난은 아니었다 사랑도 없지 않았다 단지 희망이었다 꿈을 던지고 싶었다
20연승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당신의 눈물로 타들어갈 때 떨리는 어깨 너머로 가만히 희망을 만지작거리던 그대 꼴찌였지만 투지로 아름다웠던 그대에게 박수를 졌지만 희망으로 땀흘렸던 그대에게 박수를 다시 어디쯤에서
꿈을 던지고 있을 그대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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