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를 사랑한다.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만큼 나의 걸작 목록에 포함되는 영화는 분명 아니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사람의 마음에 밝은 빛을 쐬여주고 있음을 본다.
메이져의 시각으로 본 마이너의 시선이라는 평, 일견 동의한다. 어차피 이 영화가 싸이더스 제작과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을 타고 추석시즌을 겨냥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예정된 수순으로 흘러가는 극의 정형화된 흐름, 80년대 프로야구 팬들이 보기에 치밀하지 못한 고증..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도 일부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있다.
하지만 분명 이 영화는 올해 나온 한국영화 중에서 몇 편 되지않는 웰메이드 필름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고싶지 않다.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은 어찌보면 80년대 프로야구에 대한 추억이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학교앞 문방구에서 사 모으던 프로야구 선수들의 딱지, 아이스크림 콘을 먹으면 덤으로 들어있는 선수들의 스티커...이 모든 것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영화는 일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영화가 80년대 초반 프로야구에 대한 추억담으로만 그치고 있지 않다는 미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박철순 같은 당대 최고의 프로야구 스타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감사용이라는 낯선 이름의 선수를 조명한다. 프로야구 통산 전적 1승 15패 1무. 적어도 우리는 그 선수의 전적으로부터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꼴찌 팀과 패전처리 투수로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감사용 선수. 우리는 승리자의 세계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을때 패배자의 세계를 기억의 존재에서 지우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1등을 하지 못하는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위대한 패배를 보여준다. 승자가 있으면 그 뒤에는 패자도 있음을 보여주면서, 패자의 모습이 우리 인생에 있어서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이 영화는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한 개인이 얻고자 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속에 삶의 희망의 빛을 이야기해준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명제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은 뭉클함으로 차 오른다.
<슈퍼스타 감사용>을 본 순간, 야구에 대한 감독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주연인 이범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도 볼만하고,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박철순과의 맞대결은 정말 이 영화의 백미였다.
감사용 선수. 개인적으로는 고교 선배님이신데, 꼭 한번 그분을 뵙는 시간이 있으면 어쭙고 싶다. 비록 야구선수로는 빛을 발하시진 못하셨지만, 야구에 대한 그 열정의 근원을 나에게도 투영하고 싶기에... 지금 창원의 한 마트에서 관리부장으로 일하고 계신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