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의 역량을 총동원하여 만든 영화이다. 그렇기에 <우주전쟁>이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의 총집합체이자 완결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주전쟁>에서, 외계인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미지와의 조우>를 연상시키며, 외계인들의 역습을 피하려다 희생되는 군중들의 모습은 <쉰들러 리스트>를, 군인들이 외계인들에게 대항하는 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영화의 초반부나 엔딩부분에 나오는 가족의 모습은 <터미널>에서 나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밝은 분위기와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전쟁>이 스필버그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전작들의 특성을 따온 '아류작'이란건 아니다. 비록 외계인이 발견되는 상황이 <미지와의 조우>와 유사할지라도, <우주전쟁>에서 나오는 외계인의 존재는 <미지와의 조우>와 사뭇 다르다. <우주전쟁>에서의 '놀라움'은 <미지와의 조우>처럼 호기심에서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서 발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전쟁>이 주는 교훈역시 스필버그의 전작과는 사뭇 다르다. 비록 <터미널>처럼 밝게 시작해서 밝게 끝난다 할지라도, '외계인의 침략을 이겨내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엔딩을 뒤로한 채, "인간의 첨단무기로도 막을 수 없었던 외계인들을 막을 수 있던 것은 바로 미생물들이었다" 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또한 <터미널>과 차이가 나는 점이다.
다시말해, <우주전쟁>과 스필버그의 전작들의 차이점은 바로 '교훈성'이라 하겠다. 그럼 <우주전쟁>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일까? 일단 제목이기도한 '우주전쟁'을 해석해보자. 알다시피, '전쟁'이 양방향의 세력이 동등할 때를 의미한다. 즉, 일방적인 공격은 '전쟁'이라 할 수 없다. 그렇게 따지면 <우주전쟁>의 제목의 의미는 모순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외계인을 막으려 하는 것은 (영화상) 중반부와 후반부에서의 몇 초뿐이지, 대부분은 외계인의 일방적인 공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과 '전쟁아닌 전쟁(즉, 일방적인 공격)'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진행과정으로 인한 피해이다. 전자든 후자든 간에 피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우주전쟁>에서도 인간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보면 <우주전쟁>에서 나오는 전쟁역시 전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시점에서, <우주전쟁>의 전쟁을 인간과 외계인의 대립으로 보는 것은 본의와 어긋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단,파악은 보는 사람 마음대로이다.) 전쟁을 치르는 동안 피해를 보는 인간들. (예컨대, 외계인들의 공격을 당해 재만 남은 사람들) 그들간의 대립과 갈등은 인간 본능의 표출을 의미한다. 영화에 나오는 레이(톰 크루즈)
역시 나중에 외계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같이 있던 동료를 죽인다. 이 시점에서, <우주전쟁>은 <터미널>과 는 다른 '절망적인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하지만 <우주전쟁>은 표현에서만 그치는 영화가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주전쟁>은 교훈성이 있다. 즉, <우주전쟁>은 전쟁을 통해 인간을 비판하는 것이다. 외계인의 침략으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들은 인간이 겉보기엔 강할지라도 나약한 존재임을 전해준다. 그리고 외계인의 침략을 막아낸 것이 미생물이란것 역시 인간이 살아가는 지구엔 인간이 모르는 무구한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전쟁으로 흩어진 가족들이 다시 만난다는 설정을 통해 인간이 갖는 자연적인 애정은 아름답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즉, 이 모든 것을 통해 주는 교훈은 이것이다. "자연은 아름다운 것이며, 우주와 같이 무구하다."
스필버그의 전작들을 총합시켰지만 전작과는 사뭇 다르며, 전작보다 비교적 무거운 교훈성을 띈 영화 <우주전쟁>. 흠이 없다시피 하는 완성도, 그에 따른 스필버그 감독의 노력. 이러한 점들을 보아, <우주전쟁>은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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