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이야기 (Histoire D'eaux, 2002)
감독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인도인 나라다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던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 노인을 위해 물을 찾으러 다니다가 자전거가 고장난 이탈리아 여인을 만나게 된다. 나라다는 자전거를 고쳐주고 그녀의 가게에서 빵과 마실 것을 얻어먹게된다. 둘은 결혼까지 하게되고 아이도 낳고 차도 새로 구입하지만 이내 사고가 나고, 나라다는 괴로움에 도망친다. 거기서 나타난 피리부는 노인을 만나게 되고 나라다는 무릎을 꿇고 참회한다.
처음부터 난간에 봉착했다. 예술이냐 외설이냐로 논란의 여지가 되었었던 감독, 그러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그만큼 영화를 잘 찍기로 소문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여서 조금은 어렵겠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8편중에는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는 편인데, 10분동안 10년의 이야기를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에 경의를 표한다. 물처럼 흘러가는게 인생인지라, 결국 강물이 모여 바다가 되고 다시 흩어져 강물이 되는 것처럼 다시 그는 돌아오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 참으로 애매모호하고 예술영화들이 그러하듯 지루하면서도 잔잔한 영화. 영화 장면장면이 다 수채화 그림같다.
시간에 대해서 (About Time 2, 2002)
감독 : 마이크 피기스
네 개의 화면 분할, 네 개의 시간, 네 개의 이야기, 한 명의 주인공.복잡한 듯 보이는 이야기다. 어린시절 전쟁통에서 보낸 소년과 그의 아빠와 엄마, 그리고 행복했던 연인과의 추억 등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의 일부분을 분할해서 보여준다.
영화는 실험영화다. 정말로 이해하기 힘들며 화면이 네 개로 분할되서 따로 논다. 처음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으며 어디다 눈을 둬야할지도 난감해졌다. 한 이야기에 집중하려하면 다른 곳에서 대사가 나오고 자꾸 반복하다 보니 내 머리도 온갖 잡생각들로 가득찼다. 참으로 영화가 어렵구나라고 생각됬으며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만든 마이크 피기스가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숨겨왔던 재능을 선보인건지 알쏭달쏭해진다. 아, 어렵다.
단 한번의 순간 (One Moment, 2002)
감독 : 이리 멘젤
배우의 표정,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하나의 인생이 되어간다.클립으로 엮어놓은 듯한 인생과 삶과 시간의 모습. 혹은 그것의 이미지 형상화
수 많은 이미지들로 영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대사 없이 단지 장면들로만 영화를 이끌어 나가지만 가장 지루했던 영화다. 10분이라는 시간동안 너무 많은 것을 담았고 지루하게 이끌었으며 다른 예술영화들이 그렇듯 무언가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그러나 나는 도통 모르겠다. 이해할 수도 없었고 무척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느낌만 들었다.
10분 뒤 (Ten Minutes, 2002)
감독 : 이스트반 자보 남편을 위해 케이크와 비디오 테이프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아내는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남편은 술을 마시고 와서 주정을 부리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저지하려다가 살인을 하게된다. 행복과 비극 사이의 시간이 얼마나 짧을 수 있는가.솔직히 <텐 미니츠 첼로>에 있는 영화들은 모두 실험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맘에 들어한 영화는 바로 <10분 뒤>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공허함과 인생의 허무함, 그리고 행복과 비극이 인생에서 얼마나 짧은 시간안에 변모될 수 있는가를 알려준 영화다. 다른 영화들은 참으로 지루한 클래식이 외재음으로 깔리지만 이 영화는 음악이 없다. 그래서 보는 내내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히든>이 떠올랐다. 두 영화다 음악이 없으면서도 지루하다기 보다는 인생의 공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낭시를 향해서 (Vers Nancy, 2002)
감독 : 클레르 드니
철학자 교수인 낭시와 그의 제자 안나가 ‘침입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그들의 이야기는 철학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아주 독특한 대화를 하고 있다.그들은 기차내에서 오로지 그 얘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침입자’와 ‘강탈’등에 대해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 앞으로 흑인남자가 들어온다. 언제 도착하냐는 질문에 낭시는 10분이면 도착한다고 하자 흑인은 조금 남았다고 말한다. 그러자 낭시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영화는 끝난다. ‘10분이 아주 긴 시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똑똑한 척은 있는대로 하는 여성감독(?) 클레르 드니는 10분동안 자신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최대한 대사로 풀어내려 했다. 10분이라는 오묘한 시간속에서 그녀가 던지는 이야기들은 프랑스인들이 타인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며 그것을 철학적으로 표현해 내려는 것과 같다. 집중하기가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 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서 나에게 논술은 꼭 필요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계몽 (The Enlightenment, 2002)
감독 : 폴커 슐렌도르프
평온해 보이고 단란해 보이는 가족들 사이로 임신한 여인이 흑인 남자친구를 데려온다. 그 후 조금씩 술렁되더니 혼란스럽고 분주해보이는 가족들이 보인다. 임신한 여인은 근처의 젊은이들과 술을 마시며 어울린다. 또 어떤 남자는 고기를 굽다가 감전하여 죽는다. 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는 것은 벌레였고 결국 그도 죽게된다.
<텐 미니츠 첼로> 중에 가장 밝은 톤의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이미 알려질때로 알려진 고전 명화 <양철북>의 감독인 폴커 슐렌도르프는 이 영화를 인간이 아닌 하찮은 벌레에 입장에서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다 소용없는 짓이며 시간이 존재하는가도 신밖에 모른다고 주장한다. 고기를 굽고있는 사람은 고기를 먹는게 미래이지만, 그는 고기를 먹지 못하고 10분내로 죽어버린다. 사람들은 그가 죽은게 현실이고 그것을 받아들였을때는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작품.
별에 중독되어 (Addicted To The Stars, 2002)
감독 : 마이클 레드포드 2146년 지구로 귀환한 우주비행사는 아주 긴 여행을 했지만 신체적으로 고작 10분이 경과했을 뿐이다. 그는 이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다. 로봇이 알아서 해주며 지하를 통해 가고싶은 곳을 가야하는 미래. 그는 백발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백발노인은 우주비행사에게 말한다. “아버지, 사랑해요” 그러자 한참 어려보이던 우주비행사도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나도 사랑한단다”
얼마 전 <베니스의 상인>이란 작품이 국내에서 개봉했다. 그 영화의 감독 마이클 레드포드는 ‘텐 미니츠 첼로’에서 가장 신선하고 색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 물론 8개의 영화마다 각자의 개성이 부여되었기는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꽤많은 제작비가 들어갔겠구나 혹은 상상력이 기발하다 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모두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실험적인 영상으로 다가와 조금은 거부감이 들게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SF적이면서도 휴먼드라마틱하다. 과연 시간은 우주속에서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질문을 잘 표현한 영화.
시대의 어둠속에서 (Dans Le Noir Du Temps, 2002)
감독 : 장 뤽 고다르
“왜 밤은 어두울까요?” “아마 우주가 너처럼 젊었던 때에 하늘이 다 불타버렸기 때문이야 우리는 단지 사라지는 별들만 볼 수 있단다” 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청춘의 마지막 순간><용기의 마지막 순간><사유의 마지막 순간><기억의 마지막 순간><사랑의 마지막 순간><침묵의 마지막 순간><역사의 마지막 순간><공포의 마지막 순간><불멸의 마지막 순간><영화의 마지막 비전>으로 소제목으로 나눠진 때, 어떤한 영상을 보여준다.
마지막 순간만을 보여준다. 장 뤽 고다르는 유명하지만 난 그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뒤늦게 인터넷으로 알아본 결과 모두 자신의 작품과 다큐멘터리에서 인용된 장면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시체가 되어 날려지는 장면등을 보며 너무 무섭고 역겹기 까지해서 눈을 감게된다. 옛날 영화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러한 이유에서 였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모르겠다.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다. 부제가 나오면서 이미지가 자꾸 지나가더니 다시 소제목이 나온다.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눈이 감겨온다. 그리고는 머리가 아파진다. 예술영화이자 실험영화이고 거장들의 머릿속을 이해하는데 아직 역부족인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