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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기에 돌이키고 싶은 것. (약간스포??) 데자뷰
pondi 2007-01-05 오후 8:15:31 1418   [11]

 

 

요즘 '12년전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한번쯤 해봄직할 상상의 소재로 주목받는 한국영화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데자뷰>라는 제목의

기시감 현상을 소재로 한 듯한 외화가 한편있다.

 

 

얼핏 보면 두 영화가 닮은 꼴도, 비슷하게 시사하는 바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영화적 상상력이 닮았다해서 작품의 완성도까지 장담할 수는 없나보다.

(갠적으로 한국영화의 작품성을 헐리웃 영화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내키진 않지만;)

원하는대로 바꾸고자 과거로 돌아갈 결심을 한 두 주인공,

그것말고는 영~ 시사하는 바가 다른 작품들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욕심과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는 영웅심리가 같을리 만무하지만

우리가 지나간 시간을 거스르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한 것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난 두 작품 모두 책임감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데자뷰는 우리가 의식하는 그러한 시간적 상상력이

극히 제한된 범위의 것이란 (예상치못한) 사실은 일깨워줬다.

 

 

 

단순히 나만 과거로 돌아가버리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 사라져버린 내가 속했던 '현실'과 '그 현실의 미래'조차 변한다는 것,

그러므로 현실 이후 어느 순간의 역사는 두 가지로 존재한다는 것을

평범한 상상 속에(시간을 거스르는 개념에) 포함시키기가 쉽진 않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영화가 전달해야만 하는 메세지는 의외로 단순하고 간단하다.

'순리를 거스르고 책임질 수 있겠는가?'하는 것.

 

 

 

내가 지나치게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인 탓인지

나는 왜이렇게 무책임한 상상력을

대책없이 펼쳐 놓았는가, 묻고싶다.

 

영화 속에서 답을 바랄 순 없지만

최소한 대책은 세울 수 있게 해야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후회를 한다.

그 후회가 어떤 종류의 것이든,

그때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때의 일과 관련된 것은 물론이고

그 이후의 일이 뭐든 다 잘 풀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회귀본능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일종의 희망일 뿐이다.

정작 돌이킬 수 있다해도,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과거를 돌이킬 수 있다면 현재의 '나'는 없다.

과거를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내가 있다, 는 사실.

이렇게 쉽지만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마는 것.

 

데자뷰를 보고나서

우리의 상상력이 다시한번 허무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만약...'이란 전제는 우리 모두를 혼란으로 빠뜨리는 가장 어리석고 무모한 질문이다.> 

언젠가 모 교수님께 들었던 이런 말도 생각이 났다.

 

 

그렇다, 만약은 없다.

없기때문에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는 한심하고 비겁한 모습을 쓸데없이 만들어내고

현실에 만족할줄 모르는 불만투성이의 나약한 나를 만드는 것이다.

 

지나치게 시니컬한 생각이지만

한없이 상상력을 창조의 자유라 아름답게 포장할 이유는 없다.

상상력은 창조의 자유일 뿐 아니라, 현실의 도피이기도 하다.

지금 이 현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인해 아름다운 동화처럼 마무리될 수 있다는 장담을 버리자.

그런 다음 상상하자. (그렇다면 어느정도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겠지.)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과거의 입장에서 보자면 과거로 돌아간 나는 미래에서 온 인간이다.

우리의 지금에 미래의 누군가가 침입했다, 치자.

그가 말하는 것들을 믿고 달라지고 바뀌게 하는 것을 도와줬다, 치자.

그런 다음에도 미래에서 온 침입자가 알던 우리가 있겠는가?

절망적이지만 어쩔 수 없다.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 뻔한 이야기를 대답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더그의 말에 클레어는 이렇게 대답했다.

"일단 말해봐야죠."

 

데자뷰의 무책임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말하고 바꾸고나서 보자, 는 것이다.

 

바뀐 다음의 상황으로부터 과거를 사는 나와

과거로 돌아간 내가 빠진 현실...

결국 이 둘은 절대로 일치할 수 없는 미래인 셈이다.

 

 

여기에 혼란이 있다.

예를들어 10에 있던 내가 8로 갔다고 해보자.

8로 돌아간 나는 원래의 9와 10이 아닌 9'와 10'를 위해 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11,12,13...>역시 <11',12',13'...>로 살아진다는 것.

원래의 출발점인 10뿐 아니라 나머지 모든 역사가 두 가지로 나뉘어 재편집되는 것이다.

이것은 대대적인 수정이며,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 '그것'만 바꿔보자, 에서 출발한 상상력에 비자하면

어마어마한 범위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때문에 몹시 착잡하고 복잡해진다.

 

 

달라진 두 상황을 놓고(먼 미래까지 내다보자면 더욱더)

또 한번 우열을 가려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우열을 가리다보면 결국은 어느쪽도 더 나은 것이 없는 셈이다.

절대로 일치할 수 없는 두 갈래의 길에서 일부 도로공사를 한다고 해도

도토리 키재기라는 이야기...풋, 허무하지 않을 수 없다.

 

 

 

 

좌우지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한참을 지끈거렸던 영화였기에

그것을 보여주려다보니 더 복잡해지고 두서가 없게 되었다.

이런 리뷰를 보고 스포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으나,

영화를 보신 분들과 함께 정리해보자는 순수한(?) 취지였다.

 

 

비록 허무하고 책임감이 없을지언정,

 

데자뷰는 어느 헐리웃 영화 못지않은 방대한 스케일

(그것이 제작비나 특수효과 따위의 눈에 보이는 것 뿐 아니라)

+ 감각적이면서도 노련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배우, 덴젤 워싱턴

+ 보는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탄탄한 전개와 스릴감이 있기에

 

 

대박감의 영화다.

 

아, 정말 오랜만에 영화보고 머리아파 기분이 좋았다.

기분 나쁘지 않은 복잡함,

메멘토를 세번씩이나 답습해야 했던 머리나쁜 필자의 이야기는

(부끄러우니) 여기서 이만 마쳐야겠다.

 

부디 다들 '즐감'해보시길!

 

 

 

 

 

 

 

 


(총 0명 참여)
hhw2525
저도 동감입니다. 추천안할수가 없네요.
멋진 리뷰였습니다.   
2007-01-20 12:26
yang110
아무 생각없이 영화에만 집중한 제가 부끄러워지는데요. ㅎ
영화평 정말 잘 읽었습니다. 잊지 못할듯 ;
  
2007-01-18 18:26
1


데자뷰(2006, Deja Vu)
제작사 : Jerry Bruckheimer Films, Touchstone Pictures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dejavumov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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