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데자뷰" 라는 단어에 대해서 새로운 가설을 내놓는다. 꿈이나 아니면 내면에서의 상상으로써 만난 현실이 어디서 본 거 같은 우리가 흔히들 데자뷰의 뜻으로 내놓는 상황이 아니라 과거로 시간여행 한 사람이 했던 일의 순간은 우리가 기억한다는 그게 "데자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터무니없다. 시간여행 자체가 허락되는 세상이 아니기에. 그러나 미래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백투더퓨처>이후 미래의 나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전혀 놀라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글쎄. 먼 미래에서 내 가까운 미래를 보고 시간여행을 왔다면 그것도 어떻게보면 가능하리라도 생각해본다. 이게 단순히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에 대한 불안한 확신이 아니라 확실히 일어난다는 미래의 내가 보장하는 그런 상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흥미로운 가설을 가지고 영화가 시작된다.
<데자뷰>라고 하길래 어떤 한 형사가 꿈이나 다른 어떤 능력으로 인해 사건을 미리 보고 해결하는 형사추리물인 줄 알았는데, 이미 사건은 초반에 터져버린다. 그것도 543명이나 죽는 대형사고다. 살인범도 누군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ATF 수사관 "더그" 는 사건을 파헤쳐 나감이 있어서 현재의 "4일6시간 전" 의 과거를 볼 수 있는 기계를 접하게 되고, 이 기계에 얽혀진 특별한 사실을 알고 과거로 가서 사건을 막고자 한다. 7개의 위성으로 볼 수 있어 "백설공주" 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계로 범인이 죽였다고 생각되는 피해자를 찾는 과정에서 과거라는 것이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닌 현재와 이 기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목숨을 걸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이다. 물론 선의의 목적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백설공주"의 눈으로 잡아내는 영상이 역시 제리브룩하이머다웠다. 빠른 카메라 앵글처리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여러각도에서 보는 카메라의 눈을 좇으며 우리는 이게 과거를 보여주는 기계가 맞나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 영상도 멋졌거니와 "더그" 의 과거 행적 추격씬은 더욱 장관이다. 고글을 쓰며 달리는 "더그" 의 한 쪽 눈은 과거의 사건을 보여주고, 다른 한 쪽 눈으로 현재 도로를 보며 현재 사람이 과거의 사람을 좇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참 이 사람들 정말 대단한 사람인 거 같다.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라니..^^
마지막에 자동차로 과거 범인 추격씬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데 여태까지의 자동차 액션씬과는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영화속 "더그"도 신기해하면서 자동차를 역방향으로 질주하는데 <매트릭스-리로리드>의 그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유람선 폭파씬, 마지막 부근에 폭파씬 등 제작에 돈이 많이 투자된 거 같은데 그만큼 관객들이 즐겼으면 한다.
영화 초반에 "더그" 가 피해자 집에서 나온 뒤 동료수사관이 그 집에 지문이 덕지덕지 묻어있다고 얘기했을 때부터 의심을 하긴 했지만, 이런 영화가 당연히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미래에서 과거로 와서 자기가 하는 일을 과거로 왔을 때에는 이미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이 계속 머리속에서 맴돈다. 그럼 우린 당연히 내가 하지도 않았는데 그 일에 대해서 의아해하고, 그랬었나? 하고 의구심을 못 버리는데 그럴 때 한 번 미래에서 내가 왔었나? 하고 생각해 봐야 하나?^^
영화가 <이프온리>처럼 이어지는 줄 알았더니 다행히도 <나비효과>로 끝난다. <이프온리>와 <나비효과> 2편 다 보신 분은 이 말 뜻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자세한 언급은 스포일러라서 배제하겠다. 영화속에서 계속 "이건 운명이야" 하면서 정해진 팔자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역시 희망적으로 영화의 결말은 "운명은 개척할 수 있다" 로 판명이 난다. 진부하긴 하지만 혹시 어떤 영화에서라도 "역시 이건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라고 말하는 영화가 나온다면 희망적인 삶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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