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물리학, 그런 거 몰라도 된다...
분명히 처음 본 사람인데 예전부터 알던 사람 같다든지, 처음 간 장소인데 아주 낯이 익다든지 하는 그런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본다. 소위 '데자뷰'라고 하는 이 현상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실제 과거로부터 온 메시지라는 가정을 해 본다면??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거두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에 토니 스콧 감독의 영화 [데자뷰]는 바로 이러한 가정 하에 주류 담배 화기 단속국(ATF) 소속 수사관 더그 칼린이 겪게 되는 미스테리한 사건을 그리고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한 부두에서 대형 선박 폭파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에 나선 더그 칼린은 해안선에 떠내려온 한 여인의 시체가 선박 폭파 이전에 이미 사망한 시체임을 알아낸다. 더그는 테러범이 이 여인을 테러 희생자로 위장했다는 가정을 세우고 증거 확보에 나서는데, 이 과정에서 더그의 실력을 인정한 FBI 요원은 더그를 수사팀에 합류시키고, 극비 시설로 데려간다. 그곳은 '양자물리학'의 이론에 근거해 4일전 과거를 볼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그곳 관계자들은 더그에게 지금 보이는 영상은 몇 개의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하지만, 똑똑한 더그는 과거의 영상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화면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더그는 소리친다. "이 여자 살아 있는 거야. 죽은 거야?" FBI 관계자들은 양자물리학에 의한 시설이라고 설명하지만, 더그가 그 설명을 알아 듣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확실히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딱히 이해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양자물리학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영화를 보는 데 장애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다만, 4일이라는 시간이 종이처럼 접히면서 두 개의 시간대(현재와 4일 전 과거)가 한 공간에 공존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으면 되는데, 예를 들면, 더그는 화면에 보이고 있는 4일 전 클레어를 향해 불빛을 발사하는데 그 빛은 시간의 벽을 넘어 4일 전 클레어를 반응하게 하며, 더그는 현재의 도로와 4일 전 도로를 동시에 보며 위험한 운전을 하게 된다.(다른 요원과 같이 나가 한 명은 운전만 했다면 별로 위험하지 않았을텐데....)
더그는 4일 전의 자신에게 테러 사건 발생을 경고하도록 쪽지를 보내지만, 그 쪽지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파트너인 래리가 현장에 출동했다가 범인에게 사망하고, 테러에 사용될 차량을 못쓰게 된 범인이 새로운 차량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바로 그 차량 주인이 클레어였다. 즉, 원칙을 깨고 과거에 개입한 더그 때문에 동료와 클레어를 죽게 만든 것이다. 화면 속의 여인(클레어 쿠체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더그는 클레어를 살리고 선박 테러를 막기 위해 스스로 시간 여행을 감행하게 된다. 4일 전 과거로 돌아간 그는 미래에 자신이 보게 되는 여러 이미지들을 경험하며 클레어와 함께 선박 테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결국 과거 여행의 목적을 달성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멜로영화 같은 느낌으로 변질(?)되지만, 그것이 토니 스콧 감독의 현란하고 탁월한 비주얼과 첨단 과학 기술에 기반한 영화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