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1970년에 만들어진 영화가 돌아다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영화.
꼭 봐야겠다는 사명감(?) 같은것이 생긴다.
행여 1970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리메이크 한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함께.
하지만, 이 영화는 리메이크가 아니다.
워낙이 옛날이라(영화에서는 1~2년에도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배경, 특수효과가 촌스러워 보일수 있기 때문에.) 걱정도 했지만, 이 영화는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게 한다.
물론, 배경이나, 특수효과가 현재의 뛰어난 CG 와는 다르다.
고전적인 방식의 영화미술과 미니어쳐, 수제작한 세트에 의해 철저히 미래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그것이 조지루카스 시대의 SF 영화가 아니겠는가.
일전에도 말한바 있지만, 현재의 CG가 난무하는 영화보다, 오히려 이 당시의 영화가 더 자연스럽고 현실적(?) 이기까지 하다.
곳곳에 등장하는 미래의 알수없는 기계들과 계기판, 마치 구형컴퓨터(현재의 시각에서 볼때) 처럼 보이는 알수없는 통제장치와, 요즘이라면 매트릭스에서 처럼 바이너리코드(0,1 로 표시되는 이진코드)가 화면에서 지나가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마치 도트 프린터로 찍어낸듯한 이진코드가 종이에 찍혀 지나간다.
지금에서야 굉장히 복고풍으로 보이겠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신선했을 장면들.
게다가 자동차 추격신에서 보여주는 화면은 현재의 기술로 보아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마도, CG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당시에는 미니어쳐로 이 장면을 묘사했으리라.
하지만, 속도감과 함께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실사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최근들어 만들어진 SF 영화에서 비슷한 소재를 찾기는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것은 아니다.
SF 영화들에서 대체로 화두로 등장하는 소재라 볼 수 있다.
그것은, 미래 사회의 획일화 이다.
경제적인 면과, 인류의 운명이라는 점에서, 인간은 방종하게 놔둘수만은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파괴하려하고, 욕망을 갈구하며, 나약하기 때문에 강한존재가 되고 싶어하고, 권태스러워 하며, 새로운 것을 찾는다.
이 영화는 굉장히 원초적인 영화이다.
원초적 본능이 '섹스' 라는 인간의 말초적이고 원초적인 본능을 소재로 삼았다면, 이 영화는 통제되고 획일화 된 사회속에서 통제된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들과 욕망들이 어떻게 꿈틀거리는지를 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극히 철학적이다. 어쩌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너무깊이 생각하고 이해하려 들지 마라.
이 영화는 억압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꿈틀거리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THX 1138 이다.
또한, 그의 욕망을 꿈틀거리게 한 사람은 같은 방 룸메이트인 LUH 3417 이다.
공동체와 통제로봇들은 그들을 '티에이치엑스' 또는 '엘유에이치' 라고 부르지만, 그들끼리는 '덱스' 혹은 '루' 라고 부른다.
그들을 부르는 호칭에서도 묘한 느낌 차이가 있다.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호칭에서도 심오한 차이점이 있다.
그들이 알파벳으로만 이름을 부르는것은, 그들이 개개인들을 획일화 시킨다는 느낌을 주고,
개개인들이 도무지 이름같지 않은 알파벳을 이름처럼 '덱스' 또는 '루' 라고 부르는 것은, 억압된 획일화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아를 찾으려는 듯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들은 매일 진정제를 의무적으로 먹으며, 지정된 일터에서 일하고, 동료들이 죽어나가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체, 섹스도 없고, 욕망도 없는 .. 진정제로 인해 최소한의 무의식적인 욕망으로 삶을 유지해 나간다.
일전에, 에세이를 쓰면서 잠깐 언급했듯이, 인간에게서 '욕망' 이 완전히 없어지면, 존재의 이유를 잃게 되고, 죽게되기 때문에, 아마도, 최소한의 무의식적인 '욕망' 으로 버티는 모습을 묘사한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도 물건을 사고, TV 를 본다.
하지만, 이들은 항상 감시카메라에 의해 감시당하고, 작업시에는 그들이 쓰는 헤드셋으로 정신을 통제당한다.
약으로 욕망을 통제당한체 산다는 소재는, 후에 만들어진 영화중에 본적이 있는것 같다.
매일 주사를 맞으며 사는 영화였는데, 정확히 어떤 영화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SF 영화들간에는 알게모르게 그 소재들이 차용되고 있기 때문에, 보다보면, 은근히 중복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렇게 남들처럼 무의식적(?) 인 삶을 살아가던 THX 1138 에게 어느날 이상한 일이 생긴다.
작업중에 알수없이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그런일이 발생한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룸메이트인 LUH 3417 이 그의 진정제를 흥분제로 바꿔 먹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현대의 여자들이 느끼는 그런 감정(?) 처럼, 이 영화에서도 .
세상이 외롭고 두려워져서 THX 1138 을 끌어들인 것이다.
THX 1138 과 섹스를 나누고, 자신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THX 1138 은 화학적 불균형으로 알수없는 감정들이 생겨나게 되고, LUH 3417 에 대한 욕망이 생겨, 둘은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육체적 성관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회이다.
둘은 끌려가고, 재판을 받게 된다.
다행히 THX 1138 은 아직 효용가치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화학치료를 한후 풀려난다.
그런데, 평소 이들을 예의주시하던 SEN 5241 의 프로그램 조작으로 LUH 3417 은 다른 방으로 배정을 받게 된다.
LUH 가 다른 방을 배정받은것이 SEN 의 프로그램 조작이라고 신고하는 THX.
우연히 다시 만난 THX 와 LUH. LUH 는 임신을 했다는 말을 하며 다시 섹스를 나누고, 이들을 감시하던 감시자들에게 다시 붙잡혀 간다.
결국, LUH 는 어디론가 끌려가고, THX 와 SEN 은 격리구역으로 보내진다.
여기서부터 이영화의 작은 반전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굉장히 정적인 영화이다. 스펙타클이나 액션을 바라지는 말것. 마치 관조, 관망하듯이 조용히 영화는 진행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감정이 마비된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흥분과 욕망을 통제당한체 마치 클론(복제인간)처럼 삶을 살아온 THX 에게 알수없는 감정이 생긴다.
THX 는 수동적인 다른 사람들과 달리, SEN 에게 들은 외부세계로의 탈출을 실행하기로 결정한다.
끝도없는것 같은(마치 사막처럼) 온통 세상이 흰색인(정신병동을 연상시킨다) 격리구역을 정처없이 걸어간다.
한참을 걸어도 끝이 없는 격리구역.
이들은(THX와 SEN)은 같은 공간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걷다가 우연히 그들을 안내해주는 다른구역의 탈출자를 만나게 되고(아이러닉하게도 이 다른구역의 탈출자는 흑인이다. 여기서 흑인이 등장하는 것은 굉장히 묘한 느낌을 주는데, 기존과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의미하는듯한 인상을 준다. 그들이 격리되어있을때, 그들에게 생소한 '알수없는분류' 의 난쟁이가 격리구역으로 보내진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들에게는 획일화 되지 않은 그 무엇인가는 항상 새로운 충격이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날 보내진 여자 죄수(?) 를 강간하려다가 통제로봇에 저항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 복선인가.)
다른 탈출자의 도움으로 THX 와 SEN 은 격리구역을 벗어나게 된다.
LUH 의 위치를 검색하는 THX. 이미 LUH 는 소모(? 여기서는 죄를 지은 개체를 없애는것을 소모라고 하는가보다)되어 뱃솟에 있던 아이가 유리병에 담겨 LUH 라는 이름으로 남겨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목적도 없고, 방향도 없는 도주를 시작하게 된 THX 와 SEN.
하지만, 수많은 군중들에 휩싸여 THX 와 SEN 은 떨어지게 되고, SEN 은 다시 붙잡혀 간다.
THX 는 LUH 에대한 갈망(사랑이라는 표현이 어울릴듯하다)에 LUH 를 찾아나선 것이었지만, 이미 제거된 LUH 에 대한 갈망은 이제 소용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THX 는 이 세계를 벗어나고픈 새로운 욕망이 생겨났다.
훔쳐탄 자동차로 고속으로 도주하는 THX.
철저히 경제관념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은, THX 를 체포하기위한 비용이 초과하자 THX 의 체포를 포기한다.
안전한 그들의 공동체 구역(?) 을 벗어난 THX.
찬란한 햇빛이 비치는 세상에 나오면서 이 영화는 막을 내린다.
한참 글을쓰다보니, 떠오르는 영화들이 많다.
섹스와 폭력을 금지하는 소재를 사용했던 '데몰리션맨'.
산드라 블록과 실베스터 스탤론,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했던 이 영화에서의 세계는,
새로운 지도자에 의해, 섹스와 폭력이 금지된 사회이다.
과거, 악랄한 범죄자였던 스나입스가 누군가의 음모로 냉동상태에서 풀려나면서,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범죄자를 체포해서 역시 냉동상태로 징역을 살던 스탤론도 스나입스를 체포하기 위해 풀려난다.
육체적 섹스가 금지된 이곳에서는 헤드셋같은걸 쓰고 정신적인 교감으로 섹스를 나눈다.
영화 'THX 1138' 에서는 암울하고 정적으로 세계를 묘사한 반면, 데몰리션맨은 약간은 코믹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데몰리션맨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약으로 통제하지 않고, 교육으로 통제하고 있다.
약으로 감정을 통제하는 내용은 크리스챤 베일이 주연한 영화 '이퀄리브리엄' 에서 볼 수 있다.
그들은,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약을 주사하며, 약을 주사하지 않고 기피했다는 이유로 아내마져도 신고하고. 화장당하는 아내를 아무 표정없이 주시한다.
현재의 미국사회는 굉장히 자유로운 나라이다.
어쩌면 '자유의 여신상' 이 상징하듯이, 그들은 '자유' 를 가장큰 미덕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오랜동안 적대시해온 '공산주의'.
민주주의와 반대적인 개념으로 공산주의를 볼때, 가장 큰 차이점은 '획일화' 와 '자유시장경제' 아닐까?
획일화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도 무방하다는 관점에서 시작되고, 자유민주주의는, 공동체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관점에서 시작된다고 볼수 있겠다.
그런면에서, 우리나라는 오랜세월동안, 국가의 흥망성쇄 앞에 수많은 개인의 희생으로 세워진 나라다.
물론, 일제시대의 변절자등, 국가의 존망 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내팽개친 인물도 적지않지만 말이다.
정말,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인간' 이라는 존재를 유지시켜 가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놓을수만은 없는 일이다.
'인간' 은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 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존재이다.
'인간' 이라는 존재를 유지시켜 가기 위해서는, 이런 SF 영화들에서 암시하듯이 '통제' 가 따를수 밖에 없다.
통제의 도구로 '법' 과 '정치' '경제' 가 존재한다.
여기서 '관습', '도덕' 은 '법' 이나 '정치' 의 하위분류쯤으로 여기겠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법' 이나 '정치' 를 만드는것도 '인간' 이고, 그것들을 '집행' 하는것도 '인간' 이라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인간' 은 지극히도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모순' 이 발생한다.
공동체의 '법'은 개인의 모든 의견과 감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개인의 의견과 감정을 모두 반영하게 되면 공동체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한 모순 속에서, 인간들은 '적절히' 타협하며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쭉.
THX 1138 이 공동체에서 탈출하여 외부세상에 첫발을 디뎌 찬란한 태양을 맞이하는 장면은 '아일랜드' 라는 영화를 연상시킨다.
자신들이 실제세상의 클론(복제인간) 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그들이 그들의 세상을 박차고 탈출하는 모습.
이 영화와 묘하게 연관되는것은,
공동체를 위해 통제당한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클론들의 삶과 무엇이 다른것인지.
이하, 조지루카스에 대한 기사를 스크랩한다.
이 기사에는 THX 1138 이 1971년 작품이라고 되어있군.
조지루카스가 이 영화로 감독데뷔 했다니, 여러모로 뜻깊은 영화이기도 하다.
만들어진지 오래된 영화이지만, 음악에서 프로그래시브 음악이 시대를 초월하여 그 신선함과 오묘함을 발하듯이, 영화계에서의 잘만들어진 SF 영화도, 시대성을 초월하여 그 오묘함을 발한다.
'스타워즈' 조지 루카스, 칸영화제서 특별상 수상
[마이데일리 2005-05-08 18:23:49]
[마이데일리 = 강은진 기자] 영화 '스타워즈'의 창시자이자 감독인 조지 루카스(61)가 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하는 칸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다.
6일 BBC인터넷판에 의하면 루카스는 오는 15일 칸에서 세계최초로 열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의 시사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세계 3대 영화제에 꼽히는 칸영화제에서 수여하는 이 상은 숀 펜, 그레고리 펙, '시네마 천국' 의 프랑스 배우 필립 누아레 등이 수상했으며 루카스는 10번째 수상자가 됐다.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예술 총감독 티에리 프리모는 "루카스의 영화제작에 공헌한 바를 높이 사 이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루카스는 1971년 영화 'THX 1138'로 데뷔했으며, 1973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동표범상을 수상했다. 또 1977년 오리지널 '스타워즈'를 제작했으며, 1999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영화 '인디아나 존스' 4편 등을 만들었다.
한편,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는 오는 26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칸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할 예정인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 사진제공=폭스코리아]
(강은진 기자 ing@mydail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