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달여만에 보는 영화라 무척 감격스러웠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극장에 발들이기 힘들게 만들었는지...아무튼 오래전부터 황정민이 나오고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다룬 영화라 기대한지라 들뜬 마음으로 보았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살의를 느낄수는 있다. 하지만 윤리적인 장벽에 부딪혀 실제로 저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헤치거나 죽이는 사람이 있다. 이들이 가진 질병이 바로 '사이코패스'이다. 이 영화는 이부분에 중점을 두고 봐야할 듯 하다. 평범한 공포가 아닌 교묘한 심리전이 담긴 스릴러에 가깝기 때문에 표면적인 것 이상의 깊이를 느껴야한다. 극중 나오는 인물들은 자주 마주하진 않지만 대화를 하고 마주할 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그리고 다가오는 공포. 외형적으로는 전혀 장애를 지니지 않는 그들을 과연 사람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닐지에 대한 갈등, 원혼조차 이겨버리는 살인 충동 등 정말 보기 불편할 정도로 사실적이라 씁쓸하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다.
사이코패스라는 질병외에 이 영화를 잘 꾸며주는 것이 두가지인것 같은데 첫번째는 황정민의 직업인 '보험조사원'이다. 알다시피 보험이라는 것이 참 좋은것 같으면서 더럽고 앵꼬운 것이다. 만일에 대비한 것이지만 그 만일의 일이 일어나면 돈 앞에 모든게 무릎꿇기도 한다. 황정민은 어린시절 동생의 죽음을 눈앞에 보며 더이상의 죽음은 없었으면 한다. 그런 그에게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만큼 철두철미하고 객관적이어야하는 직업은 타인과의 대립과 갈등이전에 또한가지의 숙제인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긴장감이 가장 팽팽했던 지하 목욕탕장면. 목욕탕이라는 친근한 장소를 아주 음산하게 바꾸어 놓으며 오감을 모두 얼려버릴 듯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라는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에 대한 설명에는 조금 인색하기도 했고 고전적인 공포심리에 많이 의존한 듯해 보였다. 또한가지! 이전처럼 황정민의 연기에 목마르신 분이라면 다소 실망일 수가 있겠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극의 특성상 그의 목소리와 얼굴이 따로 놀면 안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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