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도 살인사건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릴러.미스터리와 호러를 한 데 섞는 게 과연 괜찮은걸까?'
응당 스릴러와 미스터리는 긴장감이 있어야 하고 호러는 끔찍해야 한다.
스릴이 정신적 효과라면, 호러는 시각적 효과다.
이게 따로 있으면 그 나름의 맛이 난다.
아니, '스릴러의 정수'라고 평가받는 영화에 호러가 없듯,
'호러의 진수'라고 평가받는 영화에 스릴러가 숨겨지듯이
이 둘은 따로 있을 때 외려 제 맛을 낸다.
결국 자꾸 이 둘을 한꺼번에 묶어서 가려고 한다는 게 문제다.
내러티브의 빈약함을 호러의 끔찍함으로 메우고,
심의를 위해 파격을 버리는 대신 약간의 긴장감을 섞는 식이다.
하지만 대충 야채랑 고기랑 해물 섞는다고 해서 다 맛있는 찌개가 되지는 않듯.
영화도 대충 섞는다고 해서 괜찮은 맛을 내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거기다 재료까지 시원찮으면 뭐, 장사는 다 끝난 거지.
검은 집도 섞어찌개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뭐, 재료는 나쁘지 않다.
보험사기와 존속살인, 그리고 사이코패스 나름 신선한 재료들이다.
하지만 이걸 섞으면서 몇 가지 실수를 범하고 만다.
우선, 미스터리에서의 치명적 실패.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하겠지만, 나는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겠더라.
차라리 이건 알려주고 하는 게임이다! 그랬으면 모를까.
반전장면에서 두둥~하는 효과음과 음악을 넣은 건 분명 반전인 체 한 거다.
반전이 너무 밋밋, 아니 그냥 그런 건 없었다.
그리고 역시 너무 나간 호러.
원래 끔찍한 장면 싫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호러는 응당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는 거 안다.
그래야 된다는 것도.
근데, 목욕탕씬 이후부터는 이미 호러가 아니다.
그건 그냥 '어거지'다.
호러에서 만약, 누군가가 무차별적으로 찢기고 있다,
여기에는 필히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수반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뷰티와 비스트처럼, 물리적 이유든 정신적 이유든 간에
일방의 압도적 우세가 존재해야 하고
그걸 관객이 머리가 아닌 감각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은집은 그런 게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약간의 심리적 장치를 넣긴 했지만. 거의 효과를 못냈다.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도, 너무 작위적이다.
(스포일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결국 스릴러도, 호러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스릴러가 별 볼일 없으니 호러를 섞자!'
이건 좀 철지난, 옛날 방식이 아닌가 싶다.
웬만한 미드는 취급도 않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그런 꼼수, 이제는 안 먹힌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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