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말대로 디브이디용으로 나온 영화를 굳이 영화관에 가서 돈을 내고 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보면서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거나
전철에서 아저씨가 기침하는 소리를 듣고도 심장이 떨어질 듯 공포를 느끼신다면,
굳이 돈을 주고 보셔도 아깝지 않을 영화.
괴물의 첫 등장 외에 식상하지 않은 부분은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감독은 인간 사이의 불신이 모든 공포의 근원이라고 말하고 싶었겠지요. 허나, 이 부분은 단지 서로간의 죽음을 모른 척하는 부분에서 보여지는 것이 다입니다. 감독은 어줍잖은 휴머니스트인가요? 아님 상상력의 한계였을까요?
호러영화의 특성상, 관객은 극한의 상황과 임팩트를 기대합니다. 극한의 상황속에서 주인공들이 벌이는 극한의 선택과 그에 따르는 고뇌를 엿보고 싶어하지요. 하지만 디센트에는 그것이 약간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주인공 둘의 갈등을 봐도 그렇지요. 둘의 오해라면 오해, 오해가 없는 단순 갈등이라면 갈등 모두 극한의 상황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 임팩트는 몇년이 지나도록 오래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강해야 합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갈등의 '원인'도 그리 임팩트가 강하지 못하며, '과정'은 뭐라 말씀드릴 것도 없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결과요? 결과만으로는 희생이 따랐으니 납득은 하겠지만 그 또한 너무나 단순합니다. 누가 죽었다. 그래서 끝. 그래, 네가 끝났으니 나도 끝. 그러면 관객도 끝. 관객은 그럼 집에 가는 겁니까?
잔인한 영상에서 모든 것을 걸었던 걸까요? 하지만 이 또한 너무나 식상합니다. 하나만 비교를 해 봅시다. 한니발이 살아있는 사람의 뇌를 요리해 먹는다는 것,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왜 그럴까요? 한니발이라는 등골이 오싹할 만큼 살아 숨쉬는 캐릭터 때문이지요. 그것도 없다면 큐브나 레지던트 이블에서 인간이 그물 모양의 수많은 파편으로 갈라지며 죽는 장면처럼 무언가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이 있어야 합니다.
저와 다르게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많은 점수를 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때문에 평이 엇갈리는 것도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영화에 새로운 요소들도 있고, 그것이 좋은 평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생각에 그것이 단점을 커버할 정도로 보이지는 않네요. 그 장점들이 충분히 극대화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어떤 분의 말씀대로, 갖가지 양념들이 다 들어가 있는 공포영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것 하나 강하게 맛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호러, 공포영화에서만큼은 자극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어차피 판단은 각자가 하는 것이고, 논쟁은 세상 넓이만큼이나 자유롭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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