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내 최전방 경계초소 GP506은 냉전시대의 산물이자
전쟁으로 희생당한 수많은 원혼들이 머무는 비극의 땅으로 인식
된다는 설정하에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1개 소대
병력이 들어가 3개월간 외부와 연락을 끊고 북한군의 침투와
매복을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 GP(Guard post)의 역활에 영화의
중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공수창 감독의 전작 '알포인
트' 를 기억하는 이라면 공수창 감독이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미스테리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밀폐와 미스테리의 결합적
포인트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기억해 내야 할 것이다. 미스테리
와 수사극이라는 장르로 만나 서스펜스 스릴러같은 긴장감을
더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영화는 GP에서 발생한 소대원 전원
몰살 사건에서 시작된다. 시체 19구, 피를 뒤집어쓴채 도끼를
들고 광기에 젖어있던 강상병(이영훈), 그리고 21명 전원중
발견된 시체 19구와 의식불명이 된 강상병, 1명이 행방불명된채
영화는 미스테리적 단서를 남겨놓은채 진행된다. 예고편등에서
거론되는 단서들중 중요한 포인트는 강상병이 캠코더로 촬영한
부분과 쥐가 없다는 점, 그리고 GP장(조현재)의 발견되는 시점과
사건에 대한 단서를 숨기는 점에서 미스테리는 꼬리를 물고 이어
진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수사관(천호진)과 시체회수와
함께 복귀를 하려던 사단 군의관(이정헌)의 초기의 대치상황은
GP장의 발견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소대원들의 몰살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아가는 수사관은 근무일지와 GP장의 다이
어리등을 통해 사건이 발생하기 전의 일들을 찾아본다. 무기통제
의 흔적과 제초작업을 나갔던 마병장조에게 발생된 이상질병의
증후가 결국 모든 사건의 원인과 긴장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시사회 당시 배우 이영훈과 공수창 감독이 잠시
무대에서 인사를 했는데 공수창 감독은 '휴머니즘' 을 느끼기를
원하는 뉘앙스를 남겨 두었다. 미스테리 수사극으로서의 GP506
은 전작 알포인트보다 한층 더 깊은 긴장감과 대립구도를 보여준다.
패닉상태에 빠진 병사들과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의 욕구와 함께
발생되는 반전의 요소를 가진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무엇(스포일러
성이 강해서 언급을 하지 않겠음)' 이 엇갈리면서 심령적인 요소
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군인으로서 해야될 그리고 최선의 방책을
생각해 결연히 행동하는 수사관과 그의 편에 선자들, 그리고 대치
되는 세력들로 긴장감의 극을 달해가는 결말에서 느낄수 있는 건
인류애적인 휴머니즘이 대의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자신을 위해서
인가의 대립적인 측면에서 볼수 있는 슬픈 대치상황을 맛볼수 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강해지는 긴장감과 빠른 전개를 뒤로한채 이
영화는 어쩌면 전쟁이 남긴 잔재를 안고 살아가야 되는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 선조들이 흘린 피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전달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었다. 언급되지 않았지만 'GP506' 이 상징하는 의미와 영화속에서
드러나는 긴장감 어린 상황들이 원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냥해야 하는 구도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커졌다.
결국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건의 원인이 어디서 부터 비롯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영화속에서 드러난 상황
적 모습에서 느낄수 있는 인류애와 등장인물들의 감정상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조차 대를 위해서는 그것을 희생시킬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한 인물을 통해 마지막의 여운을 전달해 줄것이다.
미스테리 스릴러의 생명인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했다. 천호진과
조현재라는 배우들의 새롭게 보여주는 연기력과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함없는 전개가 일품이었던 영화다. 그 여운의 깊이와 더불어서
말이다. 민족상잔의 비극과 수많은 선조들의 혼까지 깃들어 그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기에 영화의 여운이 한층 더 깊이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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