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윌슨의 전쟁'으로 복귀 후 2년만에 돌아온 줄리아 로버츠.
최근 '칠드런 오브 맨', '인터내셔널' 등 괜찮은 영화에는 나왔지만, 흥행에선 죽을 좀 쒔던 클라이브 오웬.
그리고 '본'시리즈의 각본가로 유명하고, '마이클 클라이튼'으로 호평을 받은 '토니 길로이' 감독의 신작.
폴 지아매티와 톰 윌킨슨이라는 연기 잘하는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까지.
왠지 기본은 할것 같은 이 영화.
원제는 'Duplicity'로 '이중성 (겉과 속이 다름)'을 뜻하는 단어.
우리나라에선 좀 더 확연히 와닿는 제목인 '더블 스파이'로 정했다.
한제만 듣고 봐서, CIA요원과 MI6 요원 이 두명의 '더블(2명) 스파이'의 얘기인 줄 알았건만
이건 아니었고, 전직 CIA요원 줄리아 로버츠와 전직 MI6 클라이브 오웬의 퇴직 후
기업보안요원으로 일하면서 상대방의 기업비밀을 훔쳐내기 위해 '이중 스파이'로 활약하는
내용을 코믹하게 담은 영화였다.
영화는 시작부터 과거 수많은 클래식컬한 스파이 영화들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듯한
영상과 깔끔한 음악으로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그래서, 왠지 기대이상으로 영화가 맘에 들기 시작했다.
전직 요원들이었던 두 배우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크게 한껀 하기로 하는데
그게 바로 각자회사에서 '기업비밀'을 빼내서 거액의 돈을 받고 다른회사로 팔기위하기가 목적이다.
그 안에서, '스파이'로써 살아왔던 두 남녀의 서로 믿지못하는 현실과 사랑속에,
기업의 스파이로써까지 활동하는 마당에 일과 마음은 점점 복잡해져만 간다.
'Duplicity'라는 '이중성'의 뜻은 바로 여기서 온다. '사랑'하지만 그 순간까지도 '의심'을 한다.
서로를 사랑하여 괜찮은 직장까지 버리고 나왔지만, 그들의 '직업병'때문인지 사표를 쓰고 나온 그 순간까지도 정말로 사표를 썼는지 의심을 한다. 자기만 쓰고 나온거 아니냐는 불신감의 팽배.
'스파이'로써 그 누구도 믿지못하는 삶을 살아왔던 그들에게 '의심'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 그들에게 과연 '믿음'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사랑'이 생겨날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이 영화는 코믹한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그러나, 영화는 '기업비밀'을 빼내기까지 전반을 다루기에, 오히려 첩보영화에 가깝다.
서로 속고속이는 사람들, 기업들, 마지막 막판 반전까지 그 어느누구도 믿을수 없다.
보는 관객도, 영화 속 그들도, 영화 속 친구와 연인들까지도 서로를 믿지 못한다.
이렇게 로맨틱코미디와 첩보영화를 넘나드는 '토니 길로이' 감독의 촘촘한 연출과 시나리오는
생각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막판 5분전 반전까지 관객을 뒤통수치면서, 우리가 생각한 쉬운 해피엔딩을
안겨주지 않는 그의 명민함에 혀를 내두르며 극장을 나왔다. 그래도, 줄리아, 클라이브 커플은 '사랑'이라
는 믿음을 확인하고, '기업'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않았는가?
'사랑'을 '속임'으로 확인하다니! 그들답다.
줄리아로버츠의 첫장면은 너무 간만에 봐서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얼굴이 별로다, 안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첫장면만 그렇고 후반으로 갈수록 역시 그녀는 매력
있는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배우 '클라이브 오웬'은 수트빨이 제대로 살아있는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었고. (조지오 아르마니가 영화 속 오웬의 수트를 직접 만들어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결코 쉬운 길을 가지않는 '토니 길로이'의 시나리오 덕분에 영화는 꽤 재밌었다.
솔직히,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고, 보고 나올 땐 기분이 좋았다. 한방 맞은 재미이다.
'스파이'라는 제목 때문에, 조금은 머리아픈 두뇌게임이라고 생각하여 이 영화를 놓친다면,
그건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감독은 그런 점까지 고려하여, 알콩달콩 그들의
로맨틱과 유머까지 곁들였다. 연인들이 봐도 꽤 재밌을만한 첩보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