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받으면 지금까지 한 고샏을 또 해야한다며 한사코 수술을 거부하시는 엄마.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좋으니 살아만 계셔 주기를 바라는 자식의 눈물겨운 사연
올해 영화의 트랜드는 '불치병과 이별'인가 봅니다. <마이 시스터즈 키퍼>, <애자> 그리고 곧 이어 개봉하는 <내사랑 내곁에>까지 불치병에 걸린 환자와 안타까운 이별을 이야기하는 공통점이 있네요. 그 중에서 <애자>는 분명 차별화된 매력이 넘치는 영화입니다. 탄탄하고 맛깔스런 연기를 보여 주는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모녀간에 벌어지는 애증을 코믹하게 풀어가며 폭소가 그것입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보여준 최강희의 색다른 매력과 함께 한 없는 모정과 여인의 한을 눈물겹게 연기한 김영애는 연륜넘치는 진정한 연기를 보여 주고 계십니다.
부산 토박이들의 이야기인 <해운대>보다 더 구수하고 맛깔스런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모녀가 벌이는 아기자기한 일상의 이야기는 거의 모든 장면에 웃음이 녹아있습니다. 학창시절을 지나 10년이 지난 후에도 엄마와 애증의 관계는 계속되지만 엄마에게 지병이 재발하면서 영화는 웃음을 크게 줄이지 않으면서도 극적 후반부의 최루성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초석을 다져 갑니다.
한시도 엄마를 혼자 두어서는 안되는 상황이 관객들을 불안하게 하면서... 그리고 결론에 서서히 다가갈 수록 지금까지 숨겨져있던 사건이 드러나고 딸과 엄마의 마지막 이야기가 흐릅니다.
웃음을 위한 연출이거나 눈물을 위한 것이거나 <애자>는 거부감없이 관객들의 몰입을 통해 자연스러운 자신과의 동화를 이루어내며 웃고 울리는 상영시간이었지만 굳이 아쉬움을 찾자면 '남자'의 설정이 걸리더군요. 크게 3명의 인물 중 그나마 남자답게 등장하는 엄마의 의사 친구를 제외하면 아들과 남자친구가 남습니다.
엄마의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하는 아들을 보면 엄마의 입장에선 평생 한으로 남았을 겁니다. 그 때문에 유학도 보내주고 아들이 힘들때마다 엄마는 딸이 상상할 수 없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줍니다. 이런 설정은 딸을 자극하여 엄마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과정이므로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후반부 공장 운운하며 수술을 앞둔 엄마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아들은 화면에 나타날 수록 '찌질이'를 연상시키며 알수없는 화가 나게 만듭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아마게돈>에 리브 타일러처럼 아버지는 죽었지만 남자친구는 살아왔다며 좋아하던 모습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애자의 남자친구는 결혼을 전재로 만나던 사이에서 넘지 말아야 할 산을 넘으며 애자에게 용서받지 못할 짓을 합니다. 그리고 애자의 엄마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 드리고말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같은 남자로서 불쾌함까지 느껴집니다. 초반부 자기가 진짜 애인인지 모르겠다며 투정부리던 모습이나 어렵게 인사를 드려 집에서 자고 갈 정도의 사이까지 되어가지고 결국 하는 행동은 그게 뭔지...
이런 녀석들이 결국 엄마를 더 힘들게 하면서 파국으로 몰고 갔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모녀간의 갈등과 화해를 이야기하기 위한 연출이라지만 남자의 설정만큼은 섭섭하기만 합니다. 그런 마음이 쉽게 눈물을 용서하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숨겨진 남자... 김씨의 깜짝 출연에서 한참을 웃었기에 서운함을 풀 수 있었습니다.
관람료가 아깝지 않게 즐겁고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밀려들고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한 <애자>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두 분의 연기 호흡이 정기훈 감독의 연출을 통해 좋은 작품으로 탄생한 듯 합니다. 역시 최강희... 앞으로 그녀의 거침없는 행보가 주목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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