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통해 자유를 얻은 여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유년기를 보낸 샤넬(오드리 토투)과 언니(마리 질랭)는 성장 후 파리에 있는 대형 극장에서의 공연을 꿈꾸며 싸구려 카바레에서 듀엣 가수로 활동하면서 남는 시간엔 재봉사로 돈을 벌며 살아간다. 어느 날 샤넬은 카바레에서 술을 마시다 샤넬에게 반한 에띠엔느 발장(에티엔느 바톨로뮤)의 저택에 함께 살며 신분상승을 노리고, 동시에 귀족 여성들의 거추장스러운 의상과 상반되는 심플한 옷들을 만들며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한다. 한편 샤넬은 발장의 집에 손님으로 찾아온 영국인 사업가 아서 카펠(알레산드로 니볼라)과 거침없는 사랑에 빠진다.
<코코 샤넬>의 원제는 <Coco avant Chanel>, 즉 샤넬이 되기 전의 코코 이야기다. 그러니깐 이 영화는 샤넬이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전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영화다. 그런데 샤넬이 워낙 허풍이 쌔고, 필요에 의해 자신의 삶을 거짓으로 채색하기 좋아했던 편이라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성공하게 됐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그녀는 시시 때때로 자신의 필요에 의해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심지어 사랑하는 아서 카펠에게도 태연하게 자신의 과거를 드라마틱하게 꾸민다. 그래서 그녀가 직접 집필한 자서전도 믿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한다.
암튼,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샤넬은 일종의 공적(公敵)이랄 수 있다. 만약 애인이나 아내가 샤넬 매장 앞에서 하염없이 넋 놓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고 생각해보라. 간담이 서늘해질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 엄청난 고가의 상품으로 대표되는 샤넬이지만, 샤넬의 출발은 오히려 많은 여성들을 코르셋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가히 혁명에 비견되는 변화로부터 시작했다.
영화 속 샤넬은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기본적으로 머리 회전이 빠르고 기존 관습과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캐릭터이며, 디자이너로서의 성품(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보다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 도전장을 던지는 신여성의 대표쯤으로 묘사된다. 그게 얼마나 실재와 동일한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유사할 것이라 짐작된다. 왜냐면 기존 질서에 순응하는 사람이 장례식에서나 입는 검은 색 정장 드레스를 일상복으로 내놓지는 못했을 것이며, 감히 여성에게 바지를 입힐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샤넬의 격정적 사랑을 다루는 영화치고 <코코 샤넬>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우며, 잔잔하다. 드라마적 재미도 나름 괜찮은 편이고 샤넬을 연기하는 오드리 토투의 매력도 도드라진다. 그럼에도 우리가 샤넬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은 디자이너와 결부된 그녀의 삶이라는 점에서 관객의 소구와 영화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디자이너와 결부되지 않은 신여성의 삶이라면 그것이 굳이 샤넬이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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