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개최되는 J-MEFF 일본영화제였지만 처음으로 참석하게되었습니다.
금요일밤의 상쾌한 기분을 그대로 안고 삼성역까지 고고씽~
모든 영화를 다 볼 수 없기에 제가 가장먼저 예매한것은 '수호천사'와 '동정방랑기' 였죠.
내용도 재밌을것 같았지만, 무엇보다 삶의 의미를 잃은 무기력한 30대초중반 (후반??)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
평범한 월급쟁이이면서 30대 초반쯤되면... 이제 직장생활도 적응되고 반복되는 다람쥐쳇바퀴생활에
일탈을꿈꾸고.. 결혼이냐 솔로냐 결정도 지어야하고.. 다른 직종이나 삶에도 눈이가고...
슬슬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꿈꾸게 될 시점이죠.
그러한 기초공사를 마음속에 지어두고 관람석에 앉아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역시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아하~ 반가워라. 늘 극장은 연인천국 솔로지옥이었는데...
(저도 친구 많지만.. 그날은 혼자갔습니다.. ㅡ.ㅡ)
영화는 중년아저씨가 10대소녀를 첫사랑의 대상으로 감지하게되면서 벌어지는 엎치락뒤치락
좌충우돌 코믹무비지만...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주/조연 캐릭터들의 개성과 연기, 존재감은
헐리우드의 '타이타닉'과 '2012 지구멸망'을 능가합니다.
주인공 스가는 예상한대로 루저 입니다.. 뚱뚱하고 검은테안경에 소심남, 공처가...
마누라에게는 하루 차비 500엔을 받기위해 아침부터 눈치밥먹고 빌듯이 받아가야하고,
하는일도 생계를 위해 모두가 피할것같은 히키코모리(방에 틀어앉아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는 사회부적응아) 청소년들을 돌봐주는 지원시설에 근무합니다.
여러모로 엣지제로 호감제로의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스가에게 동질감을 느낄 관객들도 많았을겁니다. 손들라면 아무도 안들겠지만요.
장르가 코메디이다보니 현실보다 좀더 오버한 시츄에이션이 많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공처가들 많습니다...
아내가 밖에서 밥먹고오래서 외식하고 들어가는 팀장님..
늦게오면 죽인대.. 문안열준대... 밤에 저랑 스타 겜하다가 집에서 겜이나 하는 찌질이라는
와이프 언행에 부부싸움하는 제 친구얘기도 그렇고...
그의 사랑하는 아내.. 와이프는 젊은시절 유도를 배운듯합니다.
짧게 남자처럼 깍은 헤어스트일에 외모에는 관심을 끊은지 백만년 된듯한 얼웨이즈 츄리닝러브
스타일.. 남편이 출근해도 쳐다도 보지않고 바보상자를 가린다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소리지릅니다.
와이프의 첫등장 장면에서 저는 100% 그의 싸가지 없는 비행청소년 아들인줄 알았습니다.
와이프임을 알고 다소 충격!!
처음에야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겠지만..(알고보니 장인어른이 학교 유도부선생이라서 억지로 했다는..)
이젠 그 첫사랑도 식고 월급쟁이 노예와 마스터(Master) 의 관계로 사는듯합니다.
더군다나 자식도 없습니다. 그것까지 연유를 모르겠으나....
하지만 미운정은 강력하게 존재합니다. 남편에게 해를 끼친자들에게는 단독침입하여 들어메치기와
주먹질로 응징을 가하는거 보니.. "내 남편내놔!!" 하면서....
아, 캐릭터를 논하다보니 이 영화의 배우들의 면면을 짚지않을 수 없는데..
나 한때 일드좀 봤다 하는 일본드라마 매니아분들은 척봐도 이들이 갖은 일드와 영화에서
주/조연으로 오랜기간 연기생활을 해온 연기의 베테랑 들오 꽉차있는 연기진입니다.
주인공 스가의 친구인 껄렁대는 사사키라는 분은 일드의 황태자 같은 분입니다.
언젠가 일본토크쇼를 봤는데 평소에 용돈으로 주머니에 꾸긴채 넣고다니는 현금이
20~30만엔쯤 된다고 합니다.. (30만엔 = 한국돈 약 500만원)
일본 유명배우들은 한국도 그렇지만 돈을 무척 많이 법니다.. (이 얘기는 사족)
어찌됐든 이야기는 말도안되는 오따꾸틱하게 생긴 40대가까운 아저씨가 여고생을 사랑한다는데서
출발하기에 심상치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해프닝과 무서운 범죄를 통해 더욱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친구 사사키는 그중 가장 감초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주인공과의 우정은 돈독하지만, 사는 생활은
백수건달하다 늦게나마 정신좀 차리고, 도박, 신문배달원 소개, '이원' 같은 잔심부름업 등등을
병행하며 사는 자유인... 입니다. 늘 가죽자캣을 러브리해 하고....
영화가 정식으로 한국에 개봉했으면 하는 맘이 간절하네요.
흥행도 충분히 보장될만한 작품인데 글로 설명하려니 아깝습니다.
아뭏튼 친구의 도움으로 스가와 그의 첫사랑 여고생은 위험에서 탈출하고 끝내 둘이 뭔가 일어나진
않지만 재밌고 흐뭇하게 끝납니다.
단순한 코믹영화로만 보고 끝날 분들도 있겠지만, 영화는 모든 요소 곳곳에 상당한 위트감과 함께
일본사회에 대한 부끄러운 면에 일침을 가합니다. 일본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감지되겠지만요..
대부분의 일본인은 착하고 겁많고 순하지만.. 안그런 종족들은 그 강도가 매우 쎕니다.
바라바라 사건 (인체를 잔익하게 여러토막으로 자르는 범죄)이 많은 것만 봐도 알수 있죠.
인터넷을 매우 부정적인 매체로 다룬 것도 느낀바가 컷구요.
추운 겨울밤이었지만, 흐뭇한 마음으로 귀가하는 것도 오랜만이어서 참 기분좋았습니다.
감독님과의 시간도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기에..
꼭 나중에 한국에도 개봉되어 많은 분들이 웃음바다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도 또 이런 좋은 작품으로 찾아와주길 바랍니다!! J-MEFF 홧팅~
PS. 극장안이 계속 웃음바다였지만.. 특히 뒤에 앉은 분은 작은 상황에도 자지러질듯
남의식안하고 심하게 웃어서 다소 시끄러웠다는... 하지만 재밌어서 혼자 그렇게
웃는 분은 극장에서 처음이라 너그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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