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려고 했을 때 설레임보다는 '재미없으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먼저 들었었다.
내가 영화판에 대해 빠삭한건 아니지만 감독 이름도 처음 보고,
배우들도 황정음양 이외에는 모두 몰랐고, 아, 물론 주인공역의 정우씨는 이름은 몰라도
여러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조연.. 그것도 양아치 역할을 주로 맡았던 것 같아 어디서 많이
본 배우다, 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쨌든 그러니까 설레임 보다는 걱정을 먼저 하면서 영화를 봤다고..ㅋㅋ
부산, 부산사투리, 상고, 그 중에서도 건달을 멋지게 보는 공부 못하고 안하는 문제아들.
너무 틀에 박히고 뻔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영화 직접 보면 그렇지 않다.
그래 뭐 뻔한지 안한지는 그렇다 치고,
너무너무 재밌다.
주인공 남학생이 고교시절 생각했던 것, 어쩌다 그렇게 흘러갔던 것, 일상들, 사건들을
졸업때까지 그린 영화인데 남자답고 구수한 사투리에 그때그때 갖고 있던 생각과 감정들을
짤막짤막하게 말하는데 그게 '맞아, 그럴거야' 또는 '맞아, 나도 그랬는데'의 공감이 가서
계속 ㅋㅋㅋㅋ거리며 보게 된다.
영화 바람이 주는 웃음은 억지로 웃기려고 유치하고 바보같이 짜여진게 아니라
누구나 겪어봤을 학창시절의 '추억'과 '공감'을 이끌어내며 ㅋㅋㅋㅋㅋ를 연발하게 만든다.
뭐.. 비록 나는 여고를 나왔지만...^-^;;
여고나 남고나 같은 미성숙한 고딩으로 경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생각하는 건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보는 내내 ㅋㅋㅋㅋ를 연발하게 되는 이 영화는 마지막에 가서는
눈물까지 빼버린다.
주인공 짱구(정국)역의 정우씨가 그 눈물빼는 연기를 얼마나 잘했는지
참을 수 없이 계속 터져나오는 울음을 꺽꺽거리며 엉엉하시는데,
그 우는 연기 역시 '공감'이 가더라.
앞에서 죄다 모르는 배우들 뿐이라고 했는데,
보다보면 어디서 많이 보던 배우들도 여럿 나온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에 또 하나가 '죄다 모르는 배우들이 나오기 때문'아닐까 한다.
이런 영화에 옛날 영화 '친구'처럼 장동건, 유오성 같은 비싼 배우들이 나왔다면
이런 풋풋한 공감의 감정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그러고 보니 부산, 사투리, 상고 고딩시절 이야기가 '친구'랑 비교 되겠구나.
어떤게 더 나은지는 직접 보시고들 판단하시길..
아마 두 영화가 갖고 있는 소재는 같아도 매력은 다르기 때문에 평가가 안 될거임.
아, 맞다. OST도 꽤 매력있다.
사건이 날때마다 북소리도 들리고, 태평소 소리도 들렸던거 같고, 징 소리도 들렸나?
하여간 우리나라 전통 악기로 전통적인 소리를 내는데,
매우 한국적인 맛과 매력이 한국의 모든 고딩시절을 겪은 사람들이
영화에 더욱 빠져들게 하는 힘과도 같았다. 그러면서 역시 우리것이 좋은것이여~ 하는
애국심까지 본의아니게 나온다고 할까..^-^;;
아, 그리고 이게 도대체 왜 청소년 관람 불가임?
전혀 문제될만한 장면이 없고, 너무 괜찮은 영화인데 너무 아깝다.
애들이 보고 따라할까봐 그러나.. 하여간 영등위가 이 영화에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내린건 이 영화를 보지 않고 그냥 대충 판단해버린거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함.
다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싫기도 한 고교시절의
'ㅋㅋㅋ 공감'과 '풋풋한 매력' 이 잘 어울어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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