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수 만년에 걸쳐서 새로운 종의 생물이 탄생하고, 멸종하기를 반복해 왔다. 학설에 의하면, 그 자연의 법칙에는 우리가 상상을 불허하는 시간도 있었다고 한다. ‘아이스 에이지(빙하시대)’라 일컬어지는 이 시대에 지구의 고생물들은 현재엔 볼 수 없는 것들이 많거나, 환경에 맞게 진화하여 바뀌었다.
동물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매머드(알려진 바에 의하면 코끼리의 조상이라고 한다)’나 그 당시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의 멸종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엔 얼마나 궁금한 동물인가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은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왔고, 우린 그 자연의 신비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빙하시대’ 역시, 우리는 경험해 본적이 없고, 그 시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드디어 우리에게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가오고 있다. 작년 12월인가.. 극장에서 예고편을 접한 이후 벌써 8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전 세계가 간접적인 ‘빙하시대’를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도 그 ‘빙하시대’의 추위가 느껴지고 있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빙하시대’가 다가와도 나 몰라라 하는 매머드 ‘맨프레드(매니 - 목소리 연기 : 레이 로마노)’. 다른 동물들은 추위를 피하려 남쪽으로 이동 중이지만, 혼자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언제나 무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는 여유자적의 황제 나무늘보 ‘시드(목소리 연기 : 존 레귀자모)’는 오수를 즐기고 있는 사이 이미 남쪽으로 떠나버린 무리들을 원망하다가 코뿔소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고, 이 와중에 ‘맨프레드’를 만나 목숨을 건지며, 이 험난한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한편, 인간과 절대적 원수사이인 검치 호랑이 무리들은 새벽녘에 인간의 마을을 습격한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폭포에 몸을 내던진 어머니를 뒤로하고, 인간의 아이 ‘로산’은 우연히 물가를 지나다가 ‘맨프레드’, ‘시드’ 일행에 눈에 띤다. 그리고 ‘로산’을 무리에게로 데려가려고 잠입한 검치 호랑이 ‘디에고 (목소리 연기 : 데니스 리어리)’는 이 여행의 종착역을 알고 있는 유일한 동물이었다. 옥신각신, 이 불협화음의 세 마리 동물과 인간 아이의 믿어지지 않는 이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고, 그들에게는 종(種)을 초월한 우정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티격태격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순간에는 뜨거운 동지애가 흐르는 그들에게 ‘빙하시대’는 그들의 우정을 얼릴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더 단단히 뭉치게 되었으며 그 결속력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어떨 땐, 너무 웃겨서 배꼽을 꽉 움켜쥐며 눈물을 쏙 빼고, 어떨 땐, 그 여린 감동에 눈물을 훔쳐야 하는 흔치 않은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는 극장가를 강타하는 얼음 태풍이 아닌, 감동의 도가니로 우리를 휩쓸어 버린다.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로 인해, 남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상상도 할 수 없는 2만년 전, ‘빙하시대’의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가속화 시켰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감동어린 우정에 우린 이 여름 더위를 84분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한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는 극장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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