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할 중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다. 만약 정부가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 입장에선 매우 끔찍한 사건이 터진다. 하지만 종종 뉴스나 방송을 보면 정부의 임무태반은 자주 접하게 되는 사안이며, 이제 그리 드문 사건도 아니다. 정부를 움직이는 관료들이 언제나 사사로운 탐욕을 챙기는 부패문제로 뉴스는 시끄럽다. 관리들도 인간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 피해는 사실 엄청나다. 이런 내용이야 영화에 다반사로 존재하지만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처량한 마음이 된다. 우린 그냥 세금이나 납부하고 그들의 봉급이나 챙겨주는 소모품일 것임을 이젠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기분 나쁜 마음을 다시 한 번 일깨운 영화가 바로 ‘세이프 하우스’다.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비밀 하우스인 ‘세이프 하우스’라는 영화 제목은 역설적인 제목이다. 미국의 반대 세력이나 배신자들의 임시거처나 고문장소로 쓰이는 세이프 하우스는 사실 감옥이다. 임시이지만 말이다. 그 속에선 말 못할 사정이 생기며, 끔찍한 만행이 자행되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그 속에 있는 쫓기는 자나 쫓는 자들이나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그렇게 그런 세상에 사니까 한탕 좀 하겠다는 인간이나 그런 인간으로부터 위협을 느끼니 너 좀 사라져줘야 하겠다고 총질을 하는 인간들이나 다들 기분 나쁘게 하는 인간이다. 이런 인간들 사이에 끼인 CIA 햇병아리 신참 요원 ‘맷 웨스턴(라이언 레이놀즈)’은 정말 불쌍해 보인다. 악당들 사이에 끼인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신념체계의 붕괴를 느끼게 된다. 그는 일이 터진 상황이나 영문도 모르고 특정 사건에 휘말린다. 마치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처럼 말이다. 영화는 가상현실이기에 거짓이다. 하지만 거짓이라도 사실을 바탕으로 하기에 마냥 거짓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태를 영화화한 것이기에 말이다. 기상천외한 것으로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분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 영화 속엔 적절한 액션도 있고, 적지만 사랑 이야기도 있다. 잠깐 보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려한 풍광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정말 반찬일 뿐이다. 알맹이를 통해 드러나는 관료들의 형편없는 작태는 영화의 핵심이지 끝이다. 관료들도 어쩌면 할 말은 있을 것도 같다. 영화에서 크게 부각된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정부를 위해 소비되는 소모품일 뿐이다. 기계적인 언어들이 활동 중에 나열되고 임무와 역할만 주어질 뿐 그들의 인간적 고민이나 분노 등은 적절히 치료되지 않는다. 사실 왜 그런 일들을 하는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일쑤이고 특히 대형사건이 터진 후,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몰려 있는지를 알게 된다. 정부를 위해 일한다지만 그들도 인간이며,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는 곧 파멸인 상황에서 언제까지 초인적인 능력만을 발휘할 수 없을뿐더러 이유도 모르고 당한다는 것은 여간 개운치 않다. 그냥 명령만 따르는 기계처럼 일하고 싶어도 자칫 부패한 관리들을 위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에 처한다. 정말 화가 날 뿐이다. 신참 요원 맷 웨스턴은 그런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결과적으로 그는 양심 있는 공무원이 된다. 영화로선 매우 다행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객들 역시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가상현실이다. 종종 현실이 이랬으면 하는 바람이 영화의 plot에 낀다면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으로 표현되기 일쑤다. 이 영화 역시 그런 류일 것이다. 한국의 공무원들만 봐도 최소한의 양심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만행들이 저질러지는 것을 보고, 그리고 그들이 검찰이나 경찰 수사를 볼 때마다 한국 국민들은 탄식만 할 뿐이다. 정의로운 관리들을 찾기 참 힘들다는 것을 세상 체험을 통해 알게 되는 순간이다. 따라서 관리들이 어떤 인간들이란 것을 몸소 체험하기에 세이프 하우스에서의 정의로운 관리는 정말 요원한 것임을 안다. 제발 정의로운 관리들이 아주 많아서 세이프 하우스의 마지막과 같은 통쾌함을 실생활에서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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