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기적 같은 순간... ★★★★
※ 영화의 주요한 설정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를 앞으로 보려는 분들은 가급적 최소한의 정보도 입력하지 말고 텅 빈 상태로 보시는 걸 권유합니다.
만약 <서칭 포 슈가맨>(이하 <슈가맨>)이 다큐멘터리로 소개되지 않고 음악영화로만 소개되었다면, 과연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이 영화를 실화라고 믿을 수 있을까? 그만큼 <슈가맨>은 실화라기보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본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허름한 술집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노동자 로드리게즈는 그의 실력을 알아 본 두 명의 프로듀서와 함께 1970년과 71년 두 장의 앨범을 발매하지만, 아무런 반향을 얻지 못한 채 조용히 묻히고 만다. 첫 번째 기적은 우연히 찾아온다. 한 미국인 소녀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남아공을 방문하면서 가지고 온 로드리게즈의 1집 [Cold Fact]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와 파시즘 체제에 숨 막혀 하던 남아공의 젊은이들에게 저항의 상징이자 자유를 위한 탈출구로 여기지게 된 것이다. 끔찍한 검열을 피해 입에서 입으로 전파된 그의 노래는 로드리게즈를 남아공에선 거의 비틀즈와 동급 가수의 반열에 올린다. 그러나 음반이 수십, 수백만 장이 팔렸지만, 정작 당사자인 로드리게즈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엄청난 음반 수익금도 그에겐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실패한 전직 가수 출신의 노동자였을 뿐이다.
로드리게즈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주어지지 않자 남아공에선 그가 무대에서 최후를 맞이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급기야 이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되었다. 권총자살, 분신, 로드리게즈의 최후(!)는 구체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져 남아공 사람들의 가슴 속에 아로새겨지게 된다. 두 번째 기적은 끈질긴 노력이 만들어낸다. 남아공 음악평론가 등은 로드리게즈 노래의 가가를 근거로 그의 행적을 쫓기 시작했고, 몇 년 동안 노력한 끝에 결국 첫 앨범의 프로듀서와 연결이 되게 된다.
“로드리게즈의 최후는 어땠나요?” “최후요? 무슨 소립니까? 그는 잘 살아 있어요”
누군가 자신의 꿈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아니 최소한 생각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믿으며 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꿈은 저 먼 곳 어디에선가 이미 이루어져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는 이 동화 같은, 마법과 같은 기적의 순간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빈민가 거주 지역에서 평생 노동자로 살아온 그가 남아공에선 비틀즈에 버금가는 슈퍼스타라니 이 얼마나 꿈같은 이야기인가.
드디어 먼 세월을 건너 뛰어 현실이 된 로드리게즈의 남아공 공연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감동은 이어진다. 화려한 가수로서의 삶이 아니라 노동자로서의 삶을 지속하려는 그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누군가의 노동이 필요함을 알기에 일부러 소파에 누워 있었다는 그의 모습이나 자신의 정체성을 노동자에게서 찾으려는 그의 모습은 그의 철학이 땅에 굳건히 딛고 서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그의 음악을 배경으로 그가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며, 이를 수평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다가온다.
※ 영화를 본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계속 로드리게즈 노래가 듣고 싶어진다. 끝까지 노동계급의 존엄성을 잃지 않은 그에게 경배를
※ 그의 노래가 남아공에서 체제 저항의 상징이 아니라 가진 자들의 사치스런 수집품 정도로 취급받지 않았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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