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이라는 배우는 첫 느낌이 확실히 좋게 기억된다. TV 사극에서 처음 연기하는 모습을 봤을 때, 그리고 몇몇 지문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진정성을 느꼈다. 방송인 또는 연예인이라는 느낌이 아닌 배우로 불려지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물론 그런 느낌마저도 기획사의 철저하게 계산된 작전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김아중은 TV 드라마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광식이 동생 광태]를 보아하니 확실히 TV 보다는 영화에서 매력이 배가되는 듯 하다. 영화에서 가능성을 보인 김아중의 첫 주연 작품이 바로 [미녀는 괴로워]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TV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이 결정됐을 때 위험한 도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었지만 예상외의 성공을 거둔 바가 있었는데,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을 결정했을 때도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그 이유는 첫째, 여배우들이 거론되기조차 꺼리는 성형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고, 둘째 거구의 추녀로 분장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것 때문인지 당초 이 배역을 제안 받은 몇몇 잘나가는 여배우들이 고사했고, 그 몫은 김아중에게로 넘어 왔다. 김아중은 위험할지도 모를 도전을 감행했고, 그 결과는 엄청났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됐을 때, 한국 코미디 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관람을 꺼리던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 관람을 권유했던 나 자신은 정작 여러 사정 때문에 뒤늦게야 보게 됐다. 지금에와서 평가하자면, 적당한 연예 산업과 외모 지상주의 비판, 그리고 적당한 성형예찬(아무리 좋게 봐줘도 성형에 대한 인정), 거기에 적당한 수준의 멜로까지 곁들여진 잘 버무려지고, 잘 빠진, 유치함의 함정에서 잘 비켜나온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 흥행 성공의 기여는 뭐니해도 김아중이란 배우에게서 찾을 수 있다. 약간은 도도해 보일 수도 있는 외모적 매력(개인적으로는 동남아 미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이국적 매력이 있다...)에 직접 부른 노래.. 거기에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까지.. 정말 맞춤 옷처럼 배역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다. 그 약간의 어색함까지...

당연하게도 김아중 혼자 모든 걸 만들어 낸 건 아니다. 성동일, 김현숙, 임현식, 이한위, 박노식, 이용건 등 쟁쟁한 조연들의 적절한 수위의 연기는 이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만들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