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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황제의 무한 내공, 쿵푸로 폭발하다 쿵푸 허슬
jimmani 2005-01-15 오후 8:09:38 1277   [7]

주성치. 그는 분명히 겉모습이 멀쩡하다. 얼굴도 준수하게 생겼고, 몸매도 호리호리한,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의 배우다. 겉모습으로만 봐서는 멜로도 충분히 어울릴 듯 싶고, 심각한 액션물도 충분히 어울릴 듯 싶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모습만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창조해 놓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의 코미디 세계 때문이리라. 너무도 개성이 강한 탓에 호불호가 확실히 갈라지지만, 한번 빠지게 되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있는 그의 세계, 이번 영화 <쿵푸 허슬>에서도 그 매력은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24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었다는 대작 <쿵푸 허슬>은 기존의 유치하고 뜬금없는 주성치 특유의 유머에 눈부신 액션과 화려한 그래픽까지 더해졌고, 거기에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따뜻한 인간미까지 베이스로 깔려 있어 오만가지 즐거움을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거의 완벽한 오락물이 되었다. 거기에 주성치, 그의 재능에 다시 한번 탄복하게도 만드는 영화였다.

때는 1940년대 상하이, 세상은 어둡고 그 어두운 세상을 지배하는 대규모 조폭 집단 '도끼파'가 있다. 도끼로 살인하는 것을 즐기며 도시를 제압하는 도끼파. 이렇게 악명높은 조직에 몸담으려 용을 쓰는 사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싱(주성치). 그는 물뱃살 동료와 함께 돼지촌이라는 마을에 와 땡깡을 부리기 시작한다. 돼지촌을 접수하여 도끼파 눈에 들려는 의도. 그러나 이 곳은 범상치 않은 이들로 가득한 마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순박하고 착해 보이지만, 속에는 엄청난 내공의 무술 솜씨를 지니고 있는 고수들. 그것도 모르는 싱은 마을 사람들은 건드리려다 실수로 도끼파 일당을 건드리게 되고, 이에 도끼파와 돼지촌 간의 싸움이 불붙기 시작하는데...

주성치 영화에서 빠지면 섭섭한, 호빵의 팥앙금과 같은 요소가 바로 만화적인 유머다. 이 유머는 <쿵푸 허슬>에서도 유감없이 그 매력을 뽐낸다. 시종일관 엉덩이를 내놓고 모든 일상생활을 하는 마을 청년, 발이 안보일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게 특기인 주인 아줌마, 아내로부터 수없이 맞고 집에서 추락하는데도 그저 멀쩡한 주인 아저씨, 겉으론 배짱으로 무장했지만, 어리버리의 극치를 보여주는 싱과 물뱃살 콤비 등 캐릭터들의 모습도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이 모두 유별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거기다 영화 속에서 선보이는 각종 무술은 어떤가. '심금을 울리는 가락' 듀오의 현악기 음파가 무시무시한 칼날이 되어 날아가는 기술, 아줌마의 쉴새없는 잔소리를 통해 수련된 목청으로부터 나오는 엄청난 파워의 '사자후' 등, 아무리 무협 스타일이라지만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할 듯 과장된 각종 기술들은 어떨 땐 섬뜩하게, 어떨 땐 웃기게 다가오면서 보는 재미를 가져다준다. 심지어는 주성치가 마지막에 선보이는 비장의 기술 '여래신장'까지, 주인공은 심각한데 그 만화적인 모습에 관객들의 웃음소리는 극장 내를 가득 채우더라.

주성치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패러디 정신도 빛을 발한다. 검은 양복을 입은 도끼단 일당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액션신을 펼치는 모습은 마치 <매트릭스 리로디드>를 연상시키고, 도끼파 두목에게 호출한답시고 폭죽을 터뜨려 공중에 도끼 형상을 띄우는 모습은 <배트맨>을 연상시킨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 맨>의 명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인용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나오는,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리는 캐릭터들의 스피디한 추격신도 이 영화에선 실사임에도 거침없이 나오며 더욱 예측할 수 없는 유머를 선사한다.

여기에 더욱 세련되어진 컴퓨터 그래픽과 액션 장면까지 가세하며 볼거리로서의 완벽함을 과시한다. <소림축구>의 컴퓨터 그래픽도 속도감 있고 화려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직은 헐리웃과 차이가 제법 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데 비해, <쿵푸 허슬>의 그래픽은 한층 스케일도 커졌고, 더욱 섬세하고 세련되어져서 헐리웃 블럭버스터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인물들의 신기에 가까운 무공이 연출될 때마다 펼쳐지는 파괴력 넘치는 액션 신들은 공간의 한계를 한참 넘어선다. 하늘과 땅을 뚫는 것은 물론, 보통 나오는 게 마을 전체를 흔드는 스케일이니, 보고 있으면 절로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주성치의 영화가 단순히 웃음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에 딱 좋은 유쾌통쾌상쾌한 액션까지 보여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 충분했다. 대신에 기존의 주성치 영화와는 좀 다르게, 머리나 다리가 잘려 나가는 등 유혈낭자한 신들이 제법 있기도 하다.

여기에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주성치 특유의 '평범함에 대한 애정'이다. 영화 시작할 때도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자만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설명이 나오고, 영화에서 주된 활약을 펼치는 주인공들도 모두 평범하기 그지없는 서민들이다. 때깔나고 화려한 시내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살벌하고 딱딱해보이지만, 허름한 돼지촌의 모습은 하루종일 주인 아줌마의 잔소리에 바람 잘 날 없지만, 그래도 서로를 가족처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정이 느껴진다. 주인 아저씨의 '평범하게 사는게 제일 행복한 삶이다'라는 대사도 주성치의 이러한 평범함에 대한 애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또 주인공인 싱 또한 아무런 보잘 것없는 신세의 허름한 청년이라는 점도 이와 일맥상통하다. <희극지왕>의 주인공이 엑스트라 신세를 면치 못하는 배우였고, <소림축구>의 주인공이 돈 한푼 없이 거리를 떠도는 거지 신세의 청년이었듯, <쿵푸 허슬>의 주인공도 지극히 평범한, 아니 오히려 대다수의 평범한 이들보다 더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주인공에 대한 애정도 커질 수 있고,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에서 더욱 큰 대리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싶다. 또한 정말 힘들었던 어렸을 적부터 시작된 싱과 벙어리 소녀의 애틋한 사랑도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포스터에 보이는 막대사탕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주성치의 영화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과정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수모를 겪을 때가 많다. <소림축구>에선 처음 어줍잖은 실력으로 시합을 했을 때, 상대팀으로부터 팬티를 머리로 뒤집어 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치스런 일을 겪었고, 이번 <쿵푸 허슬>에서도 어린 시절의 싱은 여러 아이들로부터 끔찍한 수모를 겪었다. 이렇게 밑바닥까지 갔던 주인공들이기에, 관객의 입장에서 더 인간적이 애정이 가고, 주인공의 승리에 더욱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것이다. 주성치도 실제로 이렇게 힘든 시절이 많았다고 하는데...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으며 최고의 코미디 제왕으로 우뚝 섰고, 그만큼 더 큰 자본을 들여 더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이렇게 평범한 서민들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힘들었던 시절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성치라는 배우에 한층 더 정이 간다.

이렇게 주성치의 영화는 겉은 유치찬란하고 만화적인 면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속은 따뜻한 인간미와 알짜배기 재미로 가득차 있다. 예전에 <홍콩 마스크> 등에서 직접 인형을 몸에 써 가며 연기할 정도로 조악했던 그의 영화는 이제 엄청난 규모의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될 정도로 더 세련돼졌고, 그런 만큼 매니아 뿐만이 아닌 더 많은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쿵푸 허슬>을 기점으로, 주성치 영화가 좀 더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이렇게 오만가지의 재미와 따뜻한 감동도 있는 완벽한 오락 영화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 다함께 성치 형님의 무한 내공 세계로 빠져~ 봅시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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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허슬(2005, Kung Fu Hustle / 功夫)
배급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사 :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 공식홈페이지 : http://www.kungfuhust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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