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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 묘사의 압권! 강력히 추천합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killdr 2001-01-13 오전 1:51:34 1038   [5]
여자가 있다.휘파람을 잘 불어주던 아버지의 죽음을 6살에 겪은 기억을 갖고 살아가는 여자. 보습학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장난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 산다.

남자. 입사 3년차 은행 대리다. 한마디로 범생이에 평범 그 자체다. 언젠가는 결혼할 여자에게 전해줄 말을 비디오 카메라로 녹화하고, 마술을 배우고. 지각, 결근 한번 없던 범생. 성실하게 살았는데 왜 여자가 없는지 한탄하는 사람. 그도 역시, 중학생때,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다.

아마 그 둘은 잘 모를 것이다.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이어지는 인연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짝사랑하는 남자의 주변을 맴도는 여자의 노력이 사랑을 이어주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잡기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일상. 그 일상에서 낯을 익히고 이름을 알게되고, 비가 오는날 버스안에서 만나게 되고.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 정말 인연인 것을.

남자는 교통사고로 다친 병원에서 결혼하고 이혼한 친구를 만난다. 여자가 필요한 남자. 여자가 그리운 남자. 이혼후 힘들때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난 여자.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의지하고, 섹스를 하고. 남자는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하던 가게의 실패로 어디론가 잠적해 버리고, 여름날, 지긋지긋하게 내리는 비처럼 남자의 마음에 비가 내린다.

몇번의 마주침. 휴즈가 나간 형광등을 고쳐주는 일. 민방위 훈련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을때 함께 손잡고 민방위들의 눈을 피해 함께 뛰어가는 일. 여자는 그 남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자는 그런 맘을 모른다. 남자들이란 원래 그렇게 둔한 것이니까. 남자가 일하는 은행에 간다. 입금전표에 저녁을 하자고 데이트 신청하지만, 남자는 장난치지 말라면서 여자를 돌려보낸다. 이젠 여자의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그리고 그 둘은 자주 마주친다. 원래 그들이 생활하는 곳이 같으니까. 그렇지만, 애써 서로를 피하고 더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린다. 그러다 남자는 자신이 입원해 있던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봉수씨와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라고 말하는 여자의 CCTV 장면을 보게된다. 그제서야, 남자는 여자의 사랑을 안다. 이렇게 둔한 남자라니!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을 이렇게 두 사람의 만나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 있는 것 같다. 특별한 반전이나 하이라이트 없이, 세트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촬영한, 어떻게 보면 거칠어 보이기까지 한 화면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정말 일상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칼국수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남자의 집에 처음 가던날, "이 집에 오는 여자는 원주씨가 처음이예요"라고 말하는 남자의 거짓말에 "거짓말하지 말아요!"라고 한마디로 잘라버리는 장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결혼 적령기를 훨씬 지난 남자에게 여자친구 한번 없었다는 말, 당신이 내 첫사랑이야라고 말하는 남자의 말을 세상의 어떤 여자가 믿을까?
이 영화는 그렇게, 거칠게까지 보이는 세트를 사용하지 않은 촬영만으로, 여는 멜로 영화에서의 사랑에 대한 환상을 철저하게 배제했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로만 이루어져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어버리는 멜로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 사실성을 적당한 코미디와 아주 섬세한 디테일 묘사로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수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간 아주 매력적인 영화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어느날, 버스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났다. 남자는 졸다가 내릴 역을 지나쳤고, 우산을 놓고 내렸다. 여자는 그 남자가 내린, 조금 망가진 우산을 자기 우산대신 쓰고 집에 들어갔다. 다음날, 빨랫줄에 나란히 걸린 여자의 노란 우산과 남자의 커다란 우산의 모습. 짝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이 닿았던 낡은 우산을 쓰고 가는 여자의 심정을 모두들 이해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영화의 압권장면. 여자의 진심을 알게된 남자는, 비오는 어느날 저녁,여자에게 함께 우산을 쓰자고 한다. 여자는 본다. 남자의 손에 들린 우산을. 여자가 받쳐든 작은 노란 우산을 쓰고 몇걸음을 함께 걷다가, 여자가 남자의 우산을 펼쳐들고 남자에게 우산을 들게 한다. 그리고 아무런 말없이 버스 정류장까지 간다. 두 사람이 타는 버스는 같은 버스. 버스가 온다. 남자가 타려고 하지만 여자는 먼저 가라고 말한다. 남자는 버스를 타지 못한다. 이제서야 분위기 파악을 한것 같다. 저녁에 내리기 시작한 비. 아마도 한참이 지났을 것이다. 그렇게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나서야, 여자는 "그럼 버스를 타고 가 볼까"한다. 남자의 냉정한 거절 한마디에 상처받았던 여자의 마음은, 그렇게 한참동안 내리는 비가 그치고서야 남자를 용서하고 자신에게 프로포즈해오는 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영화내내 내리는 비라는 소재는 여자의 마음 상태라는 것! 여자가 행복하면 날씨가 맑고, 남자가 다른 여자와 있거나 아니면 여자에게 상처를 주었을때는 항상 비가 내렸다는것. 그렇게 영화는 계획되었던 것이다. 영화속의 비는 두 사람을 만나게 하거나, 단지 사연을 만드는 역할뿐 아니라, 여자의 마음,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장마라는 길고 긴 비가 내리는 기간을 거친 두 사람의 사랑이 확인되는, 낙엽이 떨어진 길을 걷다가 손을 잡고 걷는 가을은, 그 두사람의 마음처럼 가장 어울리는 아름다운 계절이 되는 것이다.

또다른 하나를 보자. 남자와 여자는 공원에서 나무가지 하나를 꺽어, 남자는 "이 여자다, 이 여자가 아니다"라면서 잎을 뗀다. 반면 여자는 "이 남자다, 이 사람이다"라고 말하면서 나뭇잎을 뗀다. 남자는 아직도 운명적인 사랑이란 것을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여자가 더 현명하다.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이 바로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뭇잎을 떼면서 이 남자다 이 남자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의미없다는 것을. 어리석은 남자여~!

거기에, 여자의 의상을 보자. 처음에는 칼라도 없는 라운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머리도 질끈(?) 묶었던나오던 여자는 점차 옷이 바뀌어간다. 좀더 예쁘고 여성스러운 옷으로. 머리도 긴 생머리로. 그리고, 처음 남자의 집에 갈때는 치마까지 입게 된다. 짝사랑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눈에 띄지 않게 변해가는 여자의 옷도 유심히 보면, 사랑에 빠진 여자의 느낌을 잘 전달해 주는 것 같다. 그렇게, 이 영화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의 묘사까지 신경쓰면서, 사람의 감정을 전달해주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빠뜨리는 것. 그것은 바로 결혼에 대한 통찰이다. 여자는 말한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의미는 그렇다. 밥하고 빨래하고 귀찮은거 시키고, 같이 자고 싶으면 같이 데리고 자고. 그렇게 남자의 마음을 떠본다. 그런 말을 들은 남자는 과일을 깍으면서 쳐다보지도 않은채 무심히 "그럼 몸종이네"라고 말해버린다. 남자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 말을 듣고 입이 찢어지며(?) 좋아하는 여자. 그런 장면 하나하나에서 두 사람이 꼭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 영화에는 극적 반전이나 설레임이 없다. 우여곡절끝에 사랑을 이어가는, 평범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아주 섬세한 디테일 묘사에서, 너무나 현실적인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결코 그냥 스쳐가는 우연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속의 감춰진 운명? 참 표현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안타까움과 적당한 디테일 묘사로 영화를 일관되게 이끌어갔다. 물론 중간에 남자의 다른 여자에 대한 처리같은 것과 영화 음악의 배치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이정도면,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좋은 영화인것 같다. 극적인 반전이나 화려한 액션없이도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였다. 여러분들에게 모두 강력히 추천한다.

(총 0명 참여)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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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I Wish I Had a Wife)
제작사 : (주)싸이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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