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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숭고한 펭귄의 대서사시... 펭귄 : 위대한 모험
ldk209 2006-12-22 오후 1:04:04 1885   [20]

[펭귄 : 위대한 모험] 너무나 숭고한 펭귄의 대서사시...

[동물의 왕국] 같은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놀라는 나 자신을 보면, 가끔은 인간의 오만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인간만 할 줄 알았던 행동이나 인간만 느낀다고 생각했던 감정을 동물들도 같이 하고, 같이 느끼는구나 하는. 그러나 그것이 오만함이면 어떻고 자연의 위대함에 대한 감탄이면 어떠랴. 어쨌든 크게보면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이 거대한 지구, 자연 완경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으로 가는 과정일 테니깐.

황제 펭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기나긴 줄을 이어 어디론가 향한다. 그 짧은 두 다리로 걷다가 또는 배로 썰매를 타듯이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며, 그들이 당도한 곳은 인간의 언어로 '오모크'라 불리는 곳. 남극에서 가장 춥고 거친 땅이다. 황제 펭귄들은 이 곳을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거룩한 땅으로 점지했다. 일년 내내 탄탄한 바닥을 제공해주고, 천적의 접근을 막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남극의 여지저기에 흩어져 사는 펭귄들은 짝짓기 시기가 오면 본능에 따라, 자연의 부름에 따라 모두 오모크로 모인다. 오모크에 도착하자마자 느슨한 일부일처제(새끼를 낳고 독립할 때까지만 유지되는)인 펭귄들은 노래로 서로를 뽐내며 각자 배우자를 찾는다. 언제나 암컷이 많아(아마도 종족 보존을 위한 자연의 질서겠지) 일부 짝을 찾지 못한 암컷들은 다른 커플을 방해하기도 한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너무 애틋해 보이는 펭귄 부부들. 드디어 사랑의 결실인 알이 나오면(고작 한 개) 이제부터는 수컷의 몫이다. 알을 낳느라 지친 암컷은 바다를 향해 기나긴 여행을 한다. 자신의 배를 채우고 태어날 아기의 배를 채우기 위해. 암컷과 수컷이 조심하면서 알을 옮기는 모습은 너무 애처롭다. 가끔 초보 부부들은 실수로 알을 떨어 트리는데, 바닥에 닿는 순간 알은 얼어붙어 깨진다. 망연자실해하는 펭귄 부부들.

암컷이 바다로 먹이를 구해 갔다 오는 대략 2~3개월 동안, 수컷은 알을 발 위에 놓고, 가끔 바람이 실어다 준 눈으로 갈증을 해소하며 그 춥고 척박한 오모크에서 버텨야 한다. 거센 눈보라가 칠 때는 자기들끼지 동그랗게 몸을 붙이고 추위를 견디지만, 가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얼어 죽는 펭귄들도 나온다.(남극이라는 환경에서 생활하도록 오랫동안 진화해 왔는데도 말이다)

혹독한 추위를 참고 견딘 수컷의 발 위에서 새끼가 태어난다. 이제 암컷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빠와 아기. 기다리다 기다리다 배가 고픈 아기를 위해 몇 개월 전에 소화시키지 않고 남겨 놓은 먹이를 토해 아기에게 먹인다. 드디어 도착하는 암컷들. 어깨를 움추린 채 원을 그리며 붙어 있던 수컷 펭귄 사이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난다. 아~~~ 감동. 온통 검은색으로 보였던 원에 점점이 하얀색이 찍힌다. 수컷의 노랫소리를 듣고 암컷이 용케 찾아 재회를 하고 아기에게 배속에 담아온 먹이를 토해 건네준다. 그러나 재회의 시간은 너무 짧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수컷들이 쓰러져 죽기 때문이다. 이제 새끼를 건네 받은 암컷들이 남고 수컷들이 바다를 향해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암컷과 수컷의 바다로의 여정에는 바다 표범이라는 무서운 천적이 기다리고 있다. 많은 펭귄들이 이 여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새끼들은 태어나서도 한 동안 엄마 발 위를 떠날 수 없다. 아직 너무 춥기 때문이다. 봄이 왔지만, 아직 겨울은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다. 마지막 심술을 부리는 동장군. 자칫 실수로 얼어 죽는 새끼들이 나온다. 울부짖는 암컷은 다른 암컷의 새끼를 훔치려하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발 위에서 추운 겨울을 보낸 새끼 펭귄들이 드디어 땅에 발을 디딘다. 새끼 펭귄들이 이렇게 귀여울 줄은 몰랐다. 큰 펭귄은 배는 하얗고 등은 꺼먼데, 새끼 펭귄은 온통 회색이고, 눈 주위는 하얗다. 새끼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추위를 이겨내는 방법을 배운다. 가끔은 천적인 괭이 갈매기가 날아와 무리에서 떨어진 새끼 펭귄을 공격해 먹이로 삼기도 한다.

조금 더 지나면 암컷 펭귄들은 이제 먹이가 있고 삶이 있는 바다로 나가고, 일부 암컷이 남아 새끼들을 지킨다. 일종의 집단 교육인 셈이다. 수컷들이 바다에서 돌아오고, 아빠와 아기의 재회가 이루어지지만 이 재회도 짧다. 오모크에도 따뜻한 봄이 와 서서히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아빠들이 먼저 바다를 향해 떠나고 난 후 새끼 펭귄들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의 부름대로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생전 처음 본 바다를 헤엄친다.

이 위대한 펭귄의 삶은 계속 순환될 것이다. 아니 순환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개봉한 영화 [해피피트]에서도 그리고 있듯(아직 보진 못했지만) 인간에 의해 펭귄이 살아가야 할 환경은 자꾸 파괴되고 펭귄의 삶은 위협받고 있다. 예전에 [주라기 공원]을 보면서 정말 모기가 빨아 먹은 피를 이용해 공룡을 부활시킬만한 능력이 있다면, 공룡의 부활이 먼저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멸종된 동물들 먼저 복원하는게 도리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펭귄의 삶을 보면서 인간이 느낄 감동도 계속 순환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프랑스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고작 4개관에서 개봉했으나 입소문을 타면서 778개 관으로 늘면서 다큐멘터리로는 미국에서 [화씨 911]에 이어 역대 2위를 차지했으며, 제78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분 상을 수상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흥행 요소로는 각 상영국의 정서에 맞는 더빙도 한 몫을 했다고 하는데, 미국은 일부 재편집 및 모건 프리먼 등 유명 배우를 성우로 기용했다. 프랑스어로 해설된 원본과 한국어 더빙판, 둘 다 봤는데, 이금희의 나레이션과 엄마 펭귄(송도순), 아빠 펭귄(배한성), 아기 펭귄(박지빈)의 더빙판이 더 이해가 쉽고, 그만큼 감동도 더해진다.


(총 0명 참여)
ldk209
너무 감명깊었다... 그래서 주위의 아이가 있는 부모들에게 아이랑 같이 보라고 적극 권유했다...   
2007-04-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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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 위대한 모험(2005, March Of The Penguins / La Marche de l'empereur)
배급사 : 튜브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주)유레카 픽쳐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penguin2005.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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