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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한마리 길러볼까요? 우리개 이야기
kharismania 2006-05-09 오전 2:11:17 972   [0]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이 두작품으로 매니아층의 지지를 얻은 이누도 잇신 감독은 컬트적인 화법으로 지극히 평범한 공감대를 형성해내는 재담꾼이다. 그는 평범한 소재를 취하지 않는다. 그는 장애우 여성과 정상(?) 남성과의 사랑을, 때론 게이 남성과 정상(?) 여성과의 로맨스를 이야기하면서-물론 이런 사랑이 기이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간의 현실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주목하는 것이다.-그 외면적인 화제성을 훑어보는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진실성을 끌어낸다. 때론 이별의 아픔을 담담하면서도 가슴 아리게 보여주고 재회하는 기쁨을 무덤덤하지만 벅차게 보여준다.

 

 '우리개이야기'는 말 그대로 개를 기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우리 인간과 개는 인류와 비인류라는 구분하에서 가장 친숙한 종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에 의해 가장 비야생적인 동물로 포육된 개라는 종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인간과 어울림에 어색함이 없다. 많은 가정이 개를 기르고 있으며 개를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개이야기는 개를 이야기하고자 함이 특이할 지도 모르지만 개의 친숙도를 이해한다면 그리 특이할리도 없는 이야기다.

 

 시작부터 영화는 유치할 것 같은 장난끼를 선사한다. TV만화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주제가처럼 영화의 주제가가 짧막한 애니메이션을 곁들이며 울려퍼진다. 이는 영화의 중간부에서도 등장하는데 영화의 에피소드 간의 간격을 조율하는 인터미션으로의 활용처럼도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두 남녀가 자신의 개에 대한 찬사를 행인들의 군무에 맞추어 뮤지컬 안의 주인공처럼 노래하는 씬인데 이는 '메종 드 히미코'의 클럽에서 펼쳐지던 군무 씬을 연상시킨다. 의도적인 유치함을 지닌 조악한 웃음으로 영화는 출발한다.

 

 이 영화는 몇개의 에피소드를 나열한다. 일단 이 영화의 에피소드를 이야기의 연관성에 따라서 나누자면 5개로 쪼개진다.-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그리고 그 분할의 기준은 각각의 에피소드가 지닌 사연의 주인공인 개라고 볼 수도 있다. 첫번쨰 에피소드가 인트로에 가까운 서비스라고 본다면 그 뒤의 이야기는 몸풀기에 가깝다. 그냥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랄까. 그리고 나머지 세 이야기는 진짜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다만 그 이야기의 성격과 화법, 그리고 느낌이 다소 차이를 보이며 이 영화가 추구하는 다양성에 기인하는 형세로 여겨진다.

 

 본격적인 첫 이야기인 프렌치 불독 '고로'이야기는 짝사랑에 빠진 주인을 강아지의 시점에서 관찰하며 벌어지는 재미난 에피소드다.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와 상황이 깜찍 발랄하게 보여진다.

 

 두번째 이야기인 시바견 '포치'이야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하는 에피소드다. 단계적인 에피소드로 분할되지만 인물간의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하나의 전결 구조를 지닌 맥락적 구성을 띠는 다중 플롯 형태의 이야기다. 이 에피소드는 대구로 팔려간 백구가 다시 주인을 찾아 진도로 찾아왔다던 예전의 실화를 연상시킨다. 개라는 동물이 인간에게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충직함을 인용한 에피소드로써 '포치'라는 개의 여정중에 얽히는 인물들의 사연과 '포치'와 관련된 사람들의 여담을 하나로 뭉뚱그리며 유머러스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풋풋하고 찡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인 보더콜리 '마리모'이야기는 길지 않은 분량의 이야기지만 영화의 말미에 진한 슬픔을 머금게 하는 이야기로 가장 깊은 인상을 받게 만드는 에피소드이다. 무엇보다도 주목할만한 것은 독특한 연출방식인데 마치 과거 무성영화에서 보여지던 인물들의 동작 후 타이핑된 대사가 보여지던 방식을 활용하여 인물들의 영상을 보여주고 대사와 나레이션을 추후에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에서는 이야기 자체가 담고 있는 정적인 느슨함을 화면 자체로 승화시킨다. 어쩌면 이런 방식은 답답함을 느낄만한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여 감정선에 차분한 여유를 안겨주는 활용도를 보여준다. 특히나 마지막 이야기는 슬픔이라는 세 이야기중 가장 인상적인 연출과 감정적 울림을 동반하여 영화의 애잔함을 극대화시킨다. 

 

 어쨌든 이 영화는 재기발랄한 장난끼를 지님과 동시에 일상적이면서도 애잔한 감동을 품고 있다. 이별과 만남. 이는 인간과 인간사이에서만 활용되는 감정이 아니다. 무엇이든 애정을 지니는 것이라면 대입되는 관계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물건이 없어지거나 망가지면 한없이 아쉬움이 남듯이 말이다. 자신의 어린시절 추억안에서 함께 자라던 강아지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단지 주인과 애견관계가 아닌 친구처럼 친밀한, 어쩌면 가족처럼 지켜주고 싶은 그런 관계라면 말이다. 그 추억은 때론 즐거운 웃음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슬픈 눈물로 떨어지기도 한다. 모든 만남은 이별을 동반한다. 이 영화는 개를 소재로 일상적인 삶을 조명하며 만남과 이별이라는 키워드를 평범한 듯 하지만 은은하게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컬트적 느낌이 소재에 의해 약해진 것만 같지만 연출이나 발상적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예전 영화보다도 강해진 것만 같다. 무엇보다도 그가 지닌 섬세한 감동적 선율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또한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인상적인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나카무라 시도와 '나나'의 미야자키 아오이, '주온'의 이토 미사키, 그리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아마미 유키 등 다양한 배우들의 출연도 이 영화의 흥미이다.

 

 한번쯤 개를 길러보았거나 기르고 있다면 봐야할지도 모를 영화인 것만 같다. 인간과 동물간의 이해할 수 없는 차이는 분명 있겠지만 우리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오히려 가장 친숙하다고 볼 수 있는 생명체와의 긴밀한 인연에게 청하는 악수와도 같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개한마리 기르고 싶어질 정도로 개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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