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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원하는 것 트랜스아메리카
kharismania 2006-11-04 오후 4:26:33 787   [5]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분명 21세기의 코드다. 신에 대한 인류의 반발이라고 할 수도 있는 성전환은 그 혜택을 누리고자하는 이들에게는 현대 의학이 이뤄낸 은총돠도 같다.-그 윤리성 여부의 판단 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마치 신의 착오와도 같은 육체와 정신간의 성적 정체성에 괴리감을 느끼는 이들의 존재를 의학의 발전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물론 그것이 완벽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그들이 꿈꾸는 삶에 근접할 수 있는 기회의 여건은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수의 그들은 인생의 청사진을 모색한다.

 

 여기 여성을 꿈꾸는 남성이 있다. 그와 그녀, 즉 스탠리와 브리 사이의 경계선에 모호하게 서 있는 그는 브리(펠리시티 허프먼 역)로써의 삶을 실현하기 위한 최종관문앞에 서있다. 그렇게 고대하던 여자로써의 당당한 삶을 위해 그녀는 수술날짜만을 기다리며 자신이 예감하는 진짜 삶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그런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난다. 스탠리라고 불리던 대학시절 사귀던 애인에게 사생아가 있었던 것. 문서상으로는 아버지이나 여자가 되어버린 신체는 그러한 사실을 숨겨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한다.

 

 사실 그 이상한 부자관계는 비밀로 인해 덮어지고 브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채 자신만의 거리를 확보한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삶에 튕겨져 온 아들의 존재는 거추장스러운 짐과 같다. 더욱이 자신이 희망하던 삶을 보장해 줄 수술을 앞두고 있는 마당인지라 타이밍도 곤혹스럽다. 하지만 수술을 위해서는 그녀석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사정안에서 그녀는 뉴욕으로 날아가고 드디어 부자인지 모자인지 관계가 불확실한 두 사람은 대면한다.

 

 일단 키워드는 가족이다. 토비가 자신의 친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브리가 아는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작은 파문이 일어난다. 수술에 대한 걱정만이 앞서던 그녀에게 불현듯 모성애 -사실 부성애가 적합할지 모르지만- 가 돋아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릴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처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자신의 비밀마저도 실수로 들켜버리고 모욕까지 얻게된다. 함께 보낸 시간만큼 사라져가던 두사람간의 거리감이 일순간 서로의 사이에 놓여진 두터운 장벽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인식이다. 토비가 브리의 신체적 진실을 우연찮게 발견한 뒤 그녀에게 냉랭해지는 것은 겉으로 내세우는 거짓말쟁이에 대한 미움이 아닌 괴물이라는 솔직함이다. -그는 그녀에게 거짓말쟁이, 괴물을 동시에 내뱉는다.-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 체면치례에 불과한 변명이다. 솔직한 심정은 그녀의 그런 모습 그 자체에 대한 불쾌감이다. 이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상황적 발상이다. 어느 누구라도 말이다. 다만 그랬던 사고가 어떻게 극복되고 이해되어가는가의 문제가 이 영화의 맥락적 중심에 놓여있다. 자신의 몸은 문제가 있지만 자신의 영혼은 문제가 없다는 브리의 극중 대사는 외양과 내면의 경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로지른다.

 

 그리고 그 지극히 평범한(!) 인간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역시 가족적 향수다. 브리의 가족에 의해 보살핌을 누리게 되는 토비는 그 안락한 환경안에서 일시적인 안정을 누린다. 물론 토비가 브리에게 은연중에 의외의 감정을 품고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는 에피소드가 연출되지만 -물론 이는 그녀의 커밍아웃적 고백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토비가 브리에게 호적상의 귀속이 아닌 혈육의 정서에 대한 회귀적 귀속을 취한 것은 그런 일련의 감정적 발로에 가깝다.

 

 웃음이 가미된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괜찮은 대중성을 확보하고 소재가 지닌 거부감을 희석시킨다. 그리고 사회적인 통념안에 갇혀있는 소수의 의식을 평범한 삶안으로 편입시키고 더불어 가족적인 향수를 자극한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의 주변부에 위치한 사람들의 혈족관계인데 일단 브리의 집안은 유대인 아버지와 인디언족 어머니의 혼인관계다. 사실 처음 아메리카에 발을 딛은 영국계 청교도 즉 앵글로 색슨의 후예들이 닦은 기반을 타고 넘어온 유대인과 그들에 밀려 주변부로 재편입된 인디언이 결합한 집안은 아무래도 상징적인 느낌이 숨어있는 기분이다. 극중 브리가 토비에게 하는 대사처럼 그에게는 인디언과 유대인의 피가 4분의 1정도가 흐른다. 결과적으로 이는 대부분의 미국민들의 혈통족보를 상징한다. 다수의 인종들이 박람회처럼 넘치는 미국의 인구통계는 정통한 민족적 근거가 없는 미국인의 혈통적 모양새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 시작이 침략이었든 편입이었든 간에 결과적으로는 모든 것이 용해되어 정통성을 잃어도 하나처럼 녹아내리는 독특한 융화가 이루어지는 '트랜스 아메리카' 그 자체이다.

 

 성적 변화를 꾀하며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자신을 당당하게 사회로 편입시키려하는 개인의 가능성은 인종간의 구분이 모호해진 트랜스 아메리카나를 통해 희망이 느껴진다. 이해받을 수 있음이 아닌 이해되어져야 하는 타당성의 논리가 드라마틱한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어쨌든 아슬아슬한 모자 -사실은 부자가 마땅하지만- 관계는 예정에 없던 횡단을 함께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의 가족으로 재구성되어간다. 그것은 이 영화의 웃음이 진솔하게 담고 있는 훈훈함임과 동시에 편협한 시선안에 갇힌 의식적 융화의 기도까지 아우르는 셈이다.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필리시티 허프만의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이자 중추신경이다. 본래 여성인 그녀가 여자를 꿈꾸는 남자를 연기한다는 것은 혹독한 곤욕이었을 것이지만 그 곤욕을 이겨낸 빛나는 열연은 마치 여자로써의 완전한 삶을 위해 거추장스러운 시선을 견뎌내는 브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다만 공룡과도 같은 상업영화에 밀려 단관개봉한다는 이 영화의 소문은 씁쓸하다. 물론 작년 12월 단 2개관에서 개봉해 14주차에 626관까지 스크린 수를 늘리며 박스오피스 15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한 사례는 고무적인 희망을 품게 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저예산 인디 영화만이 만들 수 있는 전설이 아닐까.

 

 운명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바뀔 수 없는 모든 순간을 운명이라 정의한다. 도저히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은 것들. 하지만 모든 것은 정해져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해져가는 것들을 우리는 운명이라 부른다. 결국 그렇다면 운명이라는 것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닌 정해가는 것이 된다. 마치 자신에게 운명같은 남자라는 성정체성을 여자로 변화시키는 브리처럼. 그것이 모멸스러운 껍데기에 불과한 변신이라고 모욕한다해도 그녀에게 그것은 진정한 자신을 찾는 절실한 행위이다. 그것이 그녀가 택한 운명이고 그녀가 만들어가는 운명이다. 남자라는 삶이 오히려 그녀에게는 껍데기같은 삶이었을테다. 그 껍데기를 부수고 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향해 메스를 가한다. 모든 편견과 모멸을 이겨낼 수 있는 자신만의 행복을 향해서. 그것이 이영화의 뼈있는 웃음의 의미아닐까. 브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은 신이 부여한 견뎌낼 수 있는 능력덕분이라고 믿는다. 그런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욕이 아닌 격려가 아닐까. 결코 누구도 개인의 희망을 짓밟을 권한은 없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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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아메리카(2005, Trans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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